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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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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사람들이 흔히 하는 대답은 "건물을 짓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에도 철학이 있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집을 짓는데 무슨 철학이 있단 말인가? 건물만 잘 지으면 되지라는 말과 함께 괴짜 취급받기가 쉽상이다. 기껏해야 건축에서 필요한 철학이라봐야 건물을 지을 위치를 선택하는 풍수지리 정도라고나 할까? 건물은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쓰임에 맞도록 지으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예쁘게 지으면 된다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가 건물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 이정도이다. 건물을 짓는 사람에 대해서도 당신의 건축철학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것은 기껏해야 건축학과 교수에게나 물을 법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건축에도 분명하게 철학이 필요하다 선언한다. 건물을 짓는 행위 자체가, 건물의 위치를 선점하는 것에도, 그리고 건물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도 모두다 철학적이라는 말이다. 건축가에게 철학이 부재하게 될 때 건물은 인간의 생활의 가치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지금까지 건축에 대해서 철학이 부족했기 때문에 우리 건축물이 그렇게 지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한강 주변에 늘어선 아파트들을 바라보면서 외국사람이 평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 사람이 외국인에게 한강 주변에 늘어선 아파트들을 보여 주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을 때에 외국인은 왜 저렇게 멋대가리없이 건물을 이렇게 지어 놓았는가, 한국이 분단국가라고 하는데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 북한의 공격을 늦추기 위하여 차폐물로 사용하려고 저렇게 지었는가 물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비싸고 조망권도 좋고, 꿈의 집이라고 불리는 한강변의 아파트들도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멋대가리 없이 전시에 차폐물 정도로 지어진 그런 쓸모 없는 집일 뿐이라는 말이다. 

  얼마전 개봉되었던 건축학 개론이라는 영화를 생각해 보자. 그 영화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짊문은 당신은 집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구석구석을 살펴 보았는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건물에 담겨진 추억과 그 추억을 공유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건축가들은 어떻게 대답할 껏인가라는  질문을 계속적으로 던진다. 건물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라든가,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을 보존하는 것은 건축공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건축가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대답할 문제이다. 

  건축을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이 책은 건축가를 위한 철학 개론이다. 처음 이 책을 펴면서 건축물은 어떠한 철학을 담고 만들어기는가라는 부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다못해 판옵티콘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철학의 흐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제목을 가리고 본다면 대학생들이 철학개론 수업 시간에 교재로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철학에 집중한다. 간혹 건축의 미학에 대해서, 건축물의 비례에 대해서 다루고는 있지만 그것들은 가볍게 지나가는 정도이다. 건축에 대한 철학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것같은 배신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서서히 흥미가 일기 시작했다. 이런 철학들이 건축가에게 소화가 되었을 때 그가 어떤 건물을 짓게 될 것인가? 기대가 되지 않는가?

  요즘 시사인을 읽으면서 꽤 흥미를 가지고 읽는 기사가 있다. 행복한 집짓기라는 타이틀로 건국 곳곳에 있는 건축물들을 살펴 보는 것이다. 그 기사에 등장하는 건축물들의 고려 조건은 단가, 재테크가 아니다. 부동산이 가지는 가치도 아니다. 오직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편안한 잠을 자는가, 이웃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가,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가? 그 어디에도 우리가 가파트를 바라보면서 고려하는 항목들은 발견할 수 없다. 건물을 지으면서 경제적인 요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건물을 지을 때 고려해야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고대 사람들은 건물을 통하여 자신드르이 세계관과 가치관을, 공동체의 이념을 구현하려고 해썼다. 궁궐, 신전, 박물관 뜽 그 어느 것을 둘러보아도 경제적인 부분을 신경쓴 흔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건물을 짓고 국고가 텅비어서 국가가 멸망하기도 했고,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건물 자체를 놓고 보자면 그렇게 지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니겠는가?

  어느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가치관이 경제와 효율이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효율도 경제라는 틀 안에서의 효율이다. 이 만큼 투자하면 얼마만큼 수익을 거두어 들일 수 있다는 식의 효율 말이다. 그렇지만 건물은 결코 효율만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고, 이야기 해서도 안된다. 효율을 따진 결과가 아파트고, 교도소 같은 건물이 아닌가? 이젠 진지하게 철학적인 접근, 인문학적인 접근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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