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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 크렌슨 &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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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대학이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하버드와 MIT를 이야기하겠지만 팟캐스트를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약간 다른 대학의 이름이 나온다. 솔직하게 나도 이 대학이름은 팟캐스트를 통해서 들었다. 그 대학의 이름은 "존스홉킨스 대학"이다. 김용민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묘사를 하면서 이름을 읊어대던 그 대학, 그리고 팟캐스트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초청 강연을 했던 바로 그 대학이다. 그 대학에서 수십년 동안 강의한 교수들이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라는 이름의 묘한 책을 냈다. 이름만 봐도 이 책이 충분히 정치색이 짙겠구나, 한발 더 나아가서 빨간 물이 든 책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을 한장한장 읽어가면서 미국의 정치 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미국의 정치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꽤 방대한 분량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이 그냥 빨간 책이네하고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이 책은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자세하게 제시함으로 자기들이 주장하는 것이 신뢰해도 좋은 것임을 보여준다. 물론 그렇게 자세하게 제시해 놓은 근거들 때문에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 여간 피곤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역사적인 상황과 정치적인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본문과 각주를 오가다 보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조차 까먹기 일쑤이다.

 

  46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민주주의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효율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관료조직을 만들어 내면서부터 사람들은 정책에서 자발적으로, 또한 비자발적으로 거세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국민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움직이기를 원하고, 그렇게 이끄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 왔고 그 결과 어떤 사안에 대해서 집단적인 정치행위가 이루어지는 대신에 개별적으로 소송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마저 국민보다는 법원의 판결에 더 의지하게 되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국민은 정치적인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기업의 고객으로 전락해 버리고, 본인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 한마디도 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는, 그리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동원을 최소한 억제하여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 두고 싶어한다. 이게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책을 덮으면서 이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지난 총선과 대선을 통하여 이미 이러한 일들을 우리는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십대들의 우발적이고 철없는 치기라는 결론이 내려진 디도스사건, 터널 디도스사건, 투표시간 연장 논란 등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과거 3공이나 5공시절처럼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국민들의 투표율을 올려서 서로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뛰어넘는 위험을 무릅쓰는 대신에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로 나누어서 각자의 지분만큼 가져가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자기들의 기득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새누리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고, 다른 당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처럼 정당이 정치색에 기반하기 보다는 한국처럼 지역색에 기반을 두게 될 때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지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 아닌가? 그러니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꼭 투표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투표를 방해하기 위한 고난이도의 수법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그들을 칭찬하고 독려해도 부족할 판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명목하게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것에 대해 심적인 부담감을 갖게 만들어 놓지 않는가? 심적인 부담감은 안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며, 이것은 투표율 저하로 이어짐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지 않는가?

 

  한국의 정치인들도 국민을 국민으로, 대화와 소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동원의 대상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시혜를 베풀어야하는 어리석은 백성으로, 혹은 가끔 자기들이 언론 앞에서 비장한 모습으로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을 할 때 악세사리로 등장할 뿐이다. 선거철마다 시장에 가서 손을 잡아 주면 그저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존재로 남아 있기는 바라는 지도 모른다. 이런 정치 풍토 속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도 다운사이징 되고 있고, 혐오감이 팽배하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꽤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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