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김정욱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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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그림은 한반도 대운하의 조감도이다.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이 반대하면 실행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홍수 조절과 수질 관리 차원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은 해야한다고 말한다. 홍수와 수질 관리 차원에서 정부가 강을 정비한다는데 왜 사람들이 반대를 하는가? 환경단체들은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4대강 정비 사업을 반대하는가? 정부의 표현대로 그들이 전문 데모꾼이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딴지를 거는 반대파들이기 때문인가? 아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실상은 한반도 대운하 공사이기 때문이다.  

  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가? 한반도 대운하 공사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공사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강은 구불구불 흐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것을 인위적으로 반듯하게 만들고 수심도 일정하게 파헤쳐서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것이 한반도 대운하 공사나 4대강 정비 사업 모두가 동일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공사를 거친 강은 과연 어떤 곳으로 변할 것인가? 여전히 그곳에도 생물이 사는 곳이 될 것인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던지는 것도 고역인데, 이런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은 더한 고역일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해왔던 말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4대강이 한반도 대운하 공사의 출발점이라는 것은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운하의 경제성이 어떠하냐는 것도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운하의 비효율성과 비경제성에 대하여 객관적인 결과물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생태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굳이 몇마디 덧붙이고 싶지 않다. 이 또한 생태학자들이 자세하게 연구해 놓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첫째, 왜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가?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면 그 사업은 실행하면 안된다. 절반이 무엇이냐 10명 중 2명만 반대해도 그 사업은 실행하기 어렵다. 1명이 반대해도 무작정 밀어 붙이면 안된다.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요 폭력이 된다는 것을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가 반대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포기하지 않는가? 왜 안하겠다 딱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려 하는가?  

  간단하다. 포기하기에는 걸려있는 이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정책의 초기부터, 아니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시 되던 그 순간부터 땅을 샀던 사람들의 이권이 걸려있고, 메이저급 건설사들의 이권이 걸려 있고, 정치인들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반대해도 거기에서 이득을 얻으려는 소수가 워낙 강자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포기해야하는 당사자들도 그 소수의 강자 안에 들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만약 사업을 통해서 얻게 될 이익들을 환수해 버리고, 혹은 국가에 무상으로 바치게 한다해도(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단호히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것인가?  

  국책 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의 편익을 위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절대로 그 안에서 소수가 이익을 나누어 가져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국책사업이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렸던 이유가 바로 이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통하여 이익을 받게 되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것이 국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판단을 한다면 이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둘째, 이 사업을 인한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까지 정책을 경제 논리로 밀어 붙여 왔다.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를 외치면서 먹고 살기 위하여 모든 것들을 다 감수했던 것이 우리 아버지들 세대의 삶의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삶의 방식이 우리들에게, 그리고 우리의 자손들에게도 강요되어서는 안되고, 될 수도 없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도 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군인에게 무엇이 먹고 싶냐 물으면 우리 아버지 세대는 밥 배불리 먹는 것이라 하였고 우리 세대는 초코파이와 초코바였으며, 이제는 콜라와 피자, 햄버거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경제 논리로 모든 것에 접근하는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 그럼에도 CEO 출신의 대통령께서는 이 사실을 모르시나 보다. 이젠 경제가 아니라 생명이요, 생태며, 지속 가능성이다. 녹색 산업이라니까 마른 잔디에 푸른색 페인트를 칠한 한국 축구 협회(공교롭게도 여기 장을 하시던 분과 대통령께서는 같은 당이다.)처럼 콘크리트로 강변을 둘러싸고 거기에 녹색 페인트를 칠하면 되는 줄로 아시나보다. 이게 녹색산업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좋다. 한발 물러나서 그렇게 하는 것이 경제적인 이익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것을 진행했다고 치다. 그래서 우리가 잘먹고 잘살게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것이 옳은 일일까? 그러한 사업의 폐단은 대체로 한두세대가 흐른 다음에 나타난다. 우리 다음 세대, 혹은 다다음 세대에 우리가 벌인 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될 일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금 대통령이 지는가? 한나라당이, 민주당이 지는가? 정치인들이 지는가? 우리가 지는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일을 벌이려는 것은 무슨 깡이란 말인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저자의 말을 우리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비대해지기보다는 비옥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강은 강다워야 하고 숲은 숲다워야 하며 바다는 바다다워야 한다. 도시, 산골마을, 농촌 모두가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의 불빛들을 깊은 강가로까지 가져와 모든 것을 똑같이 만들고 억지로 즐겁게 만들면서 돈을 더 쓰도록 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 휘황찬란하게 꾸며 놓은 곳을 가면 처음에는 호기심이 생기지만 금방 지루해지고 불편해진다. 우리는 흐르는 강물을 보고,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돈을 들여서 꾸민 것보다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깊고 오래가는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이 복잡하고 속도 빠른 시대에 고요하고 깊은 샘터 같은 곳이 더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P.70)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그것은 경제가 아니라 생명 존중의 가치로 접근할 때, 통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을 보장할 때, 비대보다는 비옥을 추구할 때 조금이나마 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상당히 무책임한 사업을 바라보면서 그저 내 아들과 딸에게 미안하고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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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2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그쵸~미래의 그들에게 가장 미안할 뿐이죠.
어디 4대강 사업장엔 군인들이 동원됐다는 얘기도 들리구요~ㅠ.ㅠ

saint236 2010-10-27 09:53   좋아요 0 | URL
님의 서재에서 보고 저도 보게된 책이요. 애꿎은 군인들은 왜 동원했는지 원...

명랑만화 2010-12-3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블로그에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ya-n-ds.tistory.com/892

2010년 아름답게 매듭짓고 2011년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