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일 수 없는 자유
막달레나 쾨스터 외 엮음, 김경연 옮김 / 여성신문사 / 1999년 6월
평점 :
품절


19세기 ~ 20세기에 걸친 여성 여행가, 여행 작가들의 삶 - 특히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삶 - 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 읽었다. <동방을 꿈꾸며>나 <세상에 못 갈 곳은 없다>가 각 지역별, 주제별 구성인데 비해 이 책은 열전식이다. 한 인물을 한 꼭지에서 다룬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은 레이디 메리 몬터규, 이다 파이퍼, 이사벨라 버드 비숍, 메리 프렌치 셸던, 리나 뵈클리, 케이트 마스던, 메리 킹슬리, 이자벨레 에버하르트, 마리아 라이트너, 엘라 마일라르트, 이상 10인이다.

 

하지만 책은 천편일률적으로 그녀들의 진취성만을 찬양하지는 않는다.'그래, 남자는 자유를 뜻한다!'라고 외친 리나 뵈클리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살던 시대와 공간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을 보길 원했던 여자들이었지만 자신이 살던 시대와 민족, 종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못해 이율배반적 사고를 하고 기록을 남겼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이 나는 좋다.

 

이 두 독일 여성 저자가 함께 쓴 여성사 관련 에세이는 몇 권 더 있다. 다 각 인물에 대한 분량에 비해 내용이 충실하다. 아래의 이사벨라 버드에 대한 평은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사실상 그녀의 최초의 여행기들이 살아남은 것은 그녀의 여동생 헤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동생을 위해서 그녀는 재치 있고 자발적인 문장을 쓰고자 노력했다. 그녀에게 낯설고 다채로운 세계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 거의 숨김없이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죽은 후에는 뚜렷한 단절이 눈에 보였다. 훗날의 책들은 차라리 그녀가 사랑하는 제2의 자아에게 보내는 매력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극단적이고 똑똑한 관찰에 가까웠다.

- 본문 98쪽에서 인용

 

절판된 책이지만 갖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케네스 포메란츠 외 지음, 박광식 옮김 / 심산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4년전인가, <대항해시대>를 감동적으로 읽고 난 후, 본문에 자주 언급된 책을 참고 문헌을 보고 와장창 주문했었다. 그 때 대강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고 리뷰  남긴다.

 

원제는 <THE WORLD THAT TRADE CREATED - Society, Culture, and the World Economy, 1400 to the Present>인데, 이 번역본 제목도 책의 성격과 주제를 요약적으로 임팩트있게 보여 주어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즉 설탕이나 커피 플랜테이션과 무역으로 시작된, 유럽 중심적 근대 세계의 형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전지구적 불평등한 경제 구조라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서구인들의 선구적 업적과 우월성이 보이는 듯 하지만 그 과정은 거의 우연과 폭력의 연속이라는 것을 방대한 사료를 통해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플랜테이션이나 노예 무역 등의 의도적 폭력 부분은 많이 알려져 있기에 다른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19세기 미국 중서부의 밀재배농들은 밀농사를 기계화했다.  밀수확기는 밀을 베어내어 그 밀짚단을 끈으로 묶은 뒤 탈곡기로 운반까지 해냈다. 이러한 노동력 절감으로 낮춰진 밀값 덕분에 미국 동부인들과 유럽인들은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밀짚단을 묶는 끈의 원료인 선인장을 생산하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는 원시적 형태의 무자비한 노예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강제로 땅을 빼앗긴 마야 인디오들이 굶주리며 강제 노동에 동원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을 읽어보면 세계 무역이란게 겉보기에는 평화적으로 보여도 실상을 알고보면 의도적이든 아니든 결국 마찬가지 폭력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본질!

 

역사가로서 우리도 인류가 어떤 것들을 발명해 냈고, 부가 실제로 어떻게 축적되고 재분배되었는지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을 할 때 우리는 피 묻은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이 보통은 같이 움직였음을 보게 된다. 사실 그들은 같은 몸통에 붙어 있을 때가 많았다.

- 본문 306쪽에서 인용

 

물론 이런 결론이야 좀 읽었다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원작을 읽고 그 디테일한 추이를 직접 따라가서 스스로 그 내용을 납득하게 된 독자와 대중서의 요약된 결론만을 통해 쉽게 알게 된 독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 책의 저자들은 책 본문에서 있었던 일들을 건조하게 나열할 뿐 어떤 행동의 변화나 각성을 촉구하지는 않는다. (아, "이제 이런 이야기들은 다 잊어버리자,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혹시 이렇게 나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 126쪽" "공식 기록들이 정치가들과 투자자, 기술자들에 대해서는 이름까지 들어가며 언급하면서도, 실제로 곡괭이와 삽을 들었던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해서 기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 139쪽" 이 정도의 귀여우신 언급 정도는 있음) 그러나 읽다보면 고민하게 되는 것은 늘 세계관이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좋은 역사서들은 늘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 고민이 시작된다.

 

서구유럽 중심주의 역사관을 비판하고 중국을 재평가한 캘리포니아 학파의 거두 케네스 포메란츠와 스티븐 토픽이 경제지 <World Trade)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은 책이어서, 한 가지 주제를 담은 각각의 꼭지가 정확한 분량으로 실려 있다. 그래서 좀 묵직하고 두꺼운 역사서에 두드러기 돋는 분이라도 지하철 한 정거장에 한 꼭지 씩 편히 읽을 수 있다.

 

여튼, 역사에 관심있는 분, 현재의 세계가 어떻게 지금의 체제로 성립되었는지가 궁금하고 화딱지 나시는분들께 강추드린다. 도서관이든 헌책방이든,,, 여러 경로를 통해 꼭 읽어 보시길 바란다. 읽어보시면 <대항해시대>나 다른 대중 역사서에서 얼마나 이 책을 많이 인용해 서술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생각외로 친숙한 내용이 많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시장 경제를 떠받치느라 특히 비유럽 세계에서는 지금도 폭력이 계속 사용되고 있 -  295쪽"기 때문이다.

 

확실히 세계 경제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연결해 왔다. 지금의 세계화가 이전 어느 때보다도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바 새로운 세계질서에 정말로 새로운 것은 없는 셈이다. 다양성이라는 개념 역시 최근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일련의 이야기들을 통해 세계가 아주 오랫동안 서로 연결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데 있다. 우리는, 각 지역은 지구적 차원의 전후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만 한다는 세계체제론의 인식을 바탕에 깔고 주변부의 변화 및 작용이 어떻게 전체를 형성해 갔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중략)
우리는 유럽인들을 제일의 동력으로 보면서 다른 지역은 이들의 요구에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유럽 중심의 목적론을 거부한다. 그보다는 세계경제는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비유럽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유럽인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월했다면 그것은 유럽의 전염병이 신세계의 원주민 사회를 거덜냄으로써 엄청난 땅덩어리를 쉽게 정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폭력이나 행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 본책 16,17쪽 서문에서 인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문화사
구태훈 지음 / 재팬리서치21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폴 발리의 <일본문화사>를 읽다가 잠시 덮어 두었다. 서양 저자의 일본 관련한 역사서를 읽으면 저자의 공부 부족인지, 일본의 국력 덕분인지 고대사 부분에서 한반도의 영향을 거의 서술하지 않거나 축소,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열 받는다. 그래서 국내 저자의 일본 문화사를 다시 찾아 보다가 이 책을 만났다. <일본사 파노라마>를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믿고 골랐는데 다 읽은 지금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저자는 일본 문화를 고대, 중세(가마쿠라 바쿠후 성립부터), 근대(아즈치 모모야마 시대, 즉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부터)로 크게 나눠 서술한다. 더 자세히 메모해 놓자면 이러하다, 일본의 신석기 시대이며 조몬 토기로 유명한 조몬 문화 - 벼농사를 시작한 야요이 문화 - 초기 왕조가 성립한 고분 문화 - 쇼토쿠 태자와 호류지 금당 벽화등 불교 문화가 유명한 아스카 문화 - 천황을 칭하기 시작한 하쿠호 문화 - 도다이지 대불로 유명한 나라 시대 - 교토로 천도하며 일본적 문화가 완성된 헤이안 시대 - 최초의 바쿠후가 성립한 가마쿠라 시대 - 다음의 바쿠후인 무로마치 시대 - 화려한 아즈치 모모 야마 시대 - 도쿠가와 이에야스 바쿠후가 성립된 에도 시대. 저자는 메이지 유신 이후 메이지 시대 - 다이쇼 시대 - 쇼와 시대 - 현재 헤이세이 시대는 다루지 않는다. 아무래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문화를 살펴 보려면 다시 폴 발리의 일본 문화사를 읽어야 할 것 같다.

 

가부키나 조루리 등 일본 전통 유예들이나 우키요에 등 일본미술사, 무사도, 하이쿠 등등 각각의 주제별 책으로 읽었던 내용을 통시적으로 한번에 꿰어 기원과 변천의 맥락을 파악하며 읽는 재미가 좋다. 좀 지루하지만 이렇게 이따금 통사류 이론서를 읽어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가마쿠라 바쿠후 시절의 무사도와 에도 시절 무사도의 변천을 한 눈에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 또 그동안 메이지 유신 관련한 역사서에서 미토번의 미토학이 존왕론의 원류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1657년 미토번에서 편찬한 <다이니혼사大日本史>에 관여했던 학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학풍이 미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아무렇게나 내가 주워 모아 놓은 서 말의 구슬을 이 책이 꿰어 보배를 만들어 주었다고나 할까.  한편 일본이란 나라의 지리적 특수성 때문인지, 청동기와 철기가 별 시차없이 동시에 전래된 점, 그리고 주자학 양명학, 고증학 등 유학들 역시 별 시차없이 한꺼번에 전래된 것도 흥미롭다. 에도 시절에 이미 여러가지 실용서가 발간되어 인기를 끈 것을 보니, 일본의 세세한 실용서 출판 강세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라 전통과 역사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다시 한번, 나같은 독학 독서인에게 통사류 이론서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느낀다.

 

구태훈 저자의 책은 이제 2권 읽었지만, 내용 설명과 전개가 깔끔해서 내 취향에 맞는 느낌이다. 쓸데없는 "작가의 개입"이 없어 좋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 역사 지리 서남동양학술총서 5
류제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뻔한 평이지만, 이 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화장하는 여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메이크업 베이스 같다. 중세 회화 식으로 말하자면 프레스코화의 바탕이 되는 회칠같다. 이 책 자체로는 큰 효용이 없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다른 중국 관련 서적을 접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은 정말 땅덩이가 넓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일기예보에서,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예보를 이해못한다는 우스개가 있듯이. 그래서 어느 분야를 파더라도 중국의 역사지리에 대한 바탕 지식이 없다면 깊은 이해가 어렵다.

 

나도, 이 책을 좀 늦게 만났다는 후회가, 즉, 그 동안 읽었던 중국 관련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설렁설렁 넘어가 버린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지형의 변천이나 농업 지리, 인구 이동과 한족의 형성에 대한 내용은 정말 탁월하게 궁금증을 풀어 준다. 하다못해, <삼국지>를 읽더라도, 삼국의 수도를 왜 그 위치에 잡았는지 하는 점, 전란 와중에 손실된 농토와 유이민에 대한 생생한 보고 등을 이 책을 통해 접했으니, 이제 더욱 <삼국지>를 즐길 수 있으리라. 오호라, 정말 기본 중의 기본 필독서로고,,,, 

 

세계사 시간에 언뜻 지나갔던 한무제의 도로 정비라든가, 수나라의 대운하 등 백문이불여일견 격 지도가 충실히 실려 있다. 각 왕조별 고도의 성곽 위치도 나와 있어 이해를 돕는다.

 

제 7편의 '도시 지리의 역사적 변천' 부분에서 장안, 낙양, 개봉, 남경, 베이징 등 6대 고도의 역사적 편천과 정치, 지리적 배경을 설명한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 앞 부분은 조금 지루하다. 솔직히, 의무감으로 읽은 부분도 있었다. 앞부터 읽다가 질린 독자는 제 7편이나 부록의'중국지지'를 먼저 읽는 것도 좋겠다.

 

단, 어느 정도 중국사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는 독자가 읽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함양과 장안과 시안이 같은 도시라는 정도, 중국 왕조사를 외우는 정도는 메이크업 베이스 이전의 로션인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금성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1
질 베갱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시공 디스커버리 도서야 워낙 정평이 나 있으니 뭐 더 할 말은 없다. 얇지만 화보가 잘 되어 있어 좋다. 다른 베이징이나 자금성을 배경으로 다룬 책들 읽으면서 틈틈이 들춰 보기 좋은 책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책은 베이징이 대도라는 이름으로 처음 중국 왕조의 수도가 된 원나라 시기부터 출발한다. 칸의 도시란 의미의 칸발리크라고 불리던 몽고족 통치자의 시기를 거쳐 지금의 베이징 모습을 갖추고 자금성을 건설한 시기는 명나라 영락제 때이다. 그 이후 자금성은 명, 청 2왕조의 황제가 거주하게 되며, 각 황제마다 자금성을 보수, 증축하는 역사가 이어진다. 최근에는 서태후의 이화원 건축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통제 푸이를 끝으로 자금성은 중국 인민의 재산이 된다. 뜻밖에, 중국사에서, 그 오랜 역사와 수많은 왕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궁궐은 자금성 밖에 없다. 새 왕조가 전 왕조의 궁궐을 불태우는 전통 때문이다. 그러나 만주족 황제는 어찌된 영문인지 명의 궁궐을 보존했다. 그리고 청일전쟁과 문화혁명 등 거센 중국의 근대화시기를 거치면서 자금성은 살아남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언뜻 언뜻 알고 지나치던 사물을 정확히 알고 보게 되는 기쁨을 주는 책이다. 뭐, 예를 들면, 영화나 소설에 언급되는 중국 풍물 묘사를 제대로 시각적으로 알게 된다거나, 서울 용산 드래곤 힐 스파 정문에 있는 사자상이 자금성 태화전과 건청궁 앞 계단의 황금 도금 청동 사자상을 카피한 것이었군,하는 소소한 것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