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 - 상 영국의 역사
나종일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대한교과서(현 미래엔)의 세계각국사 시리즈를 (아무도 시키지 않았건만) 의무감을 가지고 머리카락 쥐어뜯어가며 광적으로 읽어댄 적이 있었다. 세계사 통사로 전체 얼개 파악한 후에, 말하자면 각개 격파를 시도한 셈이었는데 그 빽빽한 활자들이며 흑백 사진들에 질려 한동안 각국사를 읽지 않게 되는 후유증이 남았다. (앙드레 모로아나 케임브리지 시리즈, 아틀라스 시리즈나 간간 손댔음). 머릿속에 지식은 남았지만 즐거운 독서의 기억은 없다. 힘든 연애의 추억같은 힘든 독서의 추억만 남았다.

 

그 과거의 질린 경험 때문에 이번에 다시 영국사를 읽을 때에는 교보 문고에 가서 서양사 코너를 훑어 보며 실제 책을 보고 꼼꼼하게 골랐다. 가벼운 이야기류의 책들에게는 코웃음을 날려 주고, 옥스퍼드 영국사에는 식겁한 후, 이 책을 골랐는데, 다 읽고 난 지금 매우 만족스럽다. 사십년 묵은 노안에 걸맞게 활자도 시원하고, 지도도 정확히 필요한 위치에 있다. 도판과 사진이 흑백인 점은 뭐 그다지 흠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편집을 좀더 세련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책은 제목 그대로 영국사를 다룬다. 상권인 이 책은 원시 켈트족 시절부터 크롬웰 시대 명예혁명까지 다룬다. 책이 상,하 2권으로 나눠져 있어서 튜더 시대 이전 고, 중세사를 깊이 읽을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다. 다른 1권짜리 얇은 역사서들은 거의 튜더 시대 이전 서술의 분량이 너무 적은 데 비해서 이 책은 튜더 이전 시대, 즉 원시 시대와 로마 지배하의 브리튼, 앵글로 색슨과 노르만 정복 시대, 앙주 왕조, 프랑스와 전쟁을 보낸 13-14세기와 랭커스터가와 요크가 등에 대한  서술 분량이 250쪽에 달한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관심을 가진 고중세사 부분을 다른 책에 비해 깊이 읽을 수 있었다.

 

그밖에, 영국의 프랑스를 중심으로한 대륙에 대한 끊임없는 간섭과 전쟁, 그로인한 전비 마련을 위한 의회 소집 등을 읽으며 영국식 의회 민주주의가 어떻게 성립하고 발전해나갔는지, 의회와 군주의 갈등이 역시 어떻게 현재 영국의 정치 제도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서술이 특히 재미있었다. 정치 사상과 같이 언급해주신 점도 읽기 편했다.

 

관심있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역사서를 주로 읽다가 이렇게 통사를 한 번 읽어주면 그 관심 시기 앞 뒤의 배경 등을 보면서 전혀 상관없이 보였던 사건들의 맥락이 이어져 시야가 트이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렇게, 이 책은 교과서같은 좀 읽기 지루한 통사서도 종종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다른 이야기류, 검증되지 않은 야담까지 서술하고 도판만 화려한 영국사들에 비하면 월등히 가치있는 책이다. 워밍업이 좀 되었으니, 하권까지 떼고 나면 나를 식겁하게 만든 옥스퍼드 영국사에 도전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 -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2
크리스토퍼 듀건 지음, 김정하 옮김 / 개마고원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몇 권 읽은 이탈리아사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이탈리아사이지만 저자는 다른 책과 달리 고대 로마제국 부분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이탈리아 통일 운동 - 리소르지멘토 - 시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다른 각국사 통사류들처럼 모든 과정을 다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전체 이탈리아사를 관통하는 몇 가지 논점들을 놓고 집중적으로 통일 이후 현대까지의 이탈리아사를 말해 준다. 멋진 시선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이탈리아의 정체성과 지리적 특수성을 먼저 논하고 시작하지 않는가!

 

특히 남북 지역 갈등이나 현 이탈리아가 지닌 사회 경제적 문제점들의 근원을 지리적 역사적으로 밝혀주는 부분에서는 나도 몰래 '햐, 햐~'하고 감탄하며 읽었다. 또 다른 책들이 나폴레옹 전쟁 이후 이탈리아의 민족적 각성 부분을 너무도 단선적으로 서술하는데 비해 이 책은 각 지역별로 계급별로 나눠서 분석해 주는 것도 멋졌다. 예를 들자면 나폴레옹 시기 통일 중앙 정부의 경험을 통한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각성은 나폴레옹 행정부에 참여했던 귀족이나 중간급 지주 계급 엘리트들이나 경험했다는 것, 또 남부 칼라브리아의 가난한 농민들은 "공화국이 되어도 세금을 많이 걷는다면 공화국은 필요없다"라고 생각했다는 것. 너무 멋져서 질투까지 나는 시선이다. 이분의 역사 서술이 참 마음에 들어 더 찾아 보니 <파시즘과 마피아>라는 책이 있는데, 번역본은 없다. 아쉽다.

 

자,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고대 로마제국 멸망 이후 이탈리아에는 통일된 이탈리아라는 국가 개념이 없었다. 도시 국가의 코무네라는 자치기구는 혈족 위주로 운영되었기에 권력 다툼시 가문의 이익만을 위해 도시에 외세를 끌여들이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세계제국 개념을 갖고 있던 신성로마제국은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반도를 늘 지배하려고 했고 여기에 프랑스 세력은 좌시하지만은 않았기에 이탈리아는 외세의 각축장을 이루었다. 중세를 거쳐 지리적 이점을 살려 지중해무역에 나선 도시 국가들이 번영을 누려 르네상스의 찬란함을 이루기도 했지만, 근대까지 이탈리아 북부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에, 남부는 에스파냐의 지배와 간섭을 받는 역사가 이어진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침략을 받으며 싹트기 시작한 통일 이탈리아에 대한 열망은 이후 1848년 프랑스의 2월 혁명의 영향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마치니의 청년 이탈리아 당을 중심으로 리소르지멘토란 통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헌법에 의한 통치와 외세 배격 독립, 통일을 내건 이러한 운동은 왕국과 공화국, 교황국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사보이 왕국의 카보우르 수상과 '붉은 셔츠 의용군단'의 가리발디 장군이 활약, 1861년 드디어 이탈리아왕국이 성립된다. 이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세력을 몰아내고 로마 주변의 교황령을 점령하여 1870년에 드디어 통일전쟁을 마친다. 그러나 지역적 계급적 분열과 미흡한 민족적 정체성은 민족의 위대성을 외치는 파시스트당의 무솔리니의 독재를 허용했고,  2차대전을 겪은 후인 1946년에야 군주제를 폐지하여 드디어 마치니의 염원이었던 이탈리아 공화국이 탄생한다. 그러나 분리 독립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심한 남북 경제 격차로 인한 지역 갈등과 마피아, 조직 범죄, 언론 재벌 등 현재 이탈리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여전히 버겁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 이탈리아의 제반 문제들이 어디에서 기원했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기 딱 좋은 책이다.

 

위와 같은 기본 지식의 습득 외에, 어떤 한 시기의 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려면 그 시기만이 아니라 앞뒤시기를 다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굳혔다. (아! 그래서 한 줄 쓰기위해 한 권 읽어야하니 시간은 엄청 걸린다. 힘들어 죽겠다.  -_- ) 그리고 이런 저자의 '독자의 개안을 가져오는' 시선은 객관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저자의 농익은 세계관에서 비롯한다는 생각도 굳혔다. 행복했던 독서 경험이다.

 

이상한 점 :

36쪽에서 '펠라그라'가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문둥병의 고유명칭이라는 옮긴이 주는 뭔가?

71쪽에서 12세기 인물인 프리드리히 2세 이야기에 17세기의 30년 전쟁은 왜 끼어서 서술하셨지?

프라하 창문 투척사건이후 보헤미아의 왕으로 추대된 팔츠 선제후 프리드리히 5세와 헷갈리셨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의 궤적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난주 옮김 / 한길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 고정 독자분 아니면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1975년부터 2012년까지 37년간 이런 저런 매체에 실렸으나 그동안 다른 에세이집에 실리지 않은 산문을 일본의 열성적인 편집자가 일일이 도서관을 뒤져 찾아 만든 책이다. 작가의 어느 한 시기에 대해, 한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니다. 중구난방격이다.

 

그리고 지난 40여권의 시오노 작가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글을 읽었기에 그리 신선하지도 않다. 남자들에 대해 쓴 관능적 고백은 <남자들에게>에서, 가짜 사료 만들기를 고백한 내용은 <사랑의 풍경>에서, 영화 감독과 배우 이야기는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에서, 이탈리아 사람의 패션과 보석, 지중해 여행 이야기는 <이탈리아에서 보내온 편지>에서, 그리고 그 유명한 "저 도시를 주시오."는 전쟁  3부작 중 <콘스탄티노플 함락>에서 이미 읽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37년 세월을, 무명 작가에서 지금의 시오노가 되기까지 생각의 흐름과 삶의 흐름을 느꼈다.  그리고 1995년이래 저자의 책을 읽으며 역사 에세이스트의 꿈을 꾸던 나의 지난 18년 생각(과대망상)의 흐름 역시.

 

어떤 사람들은 시오노의 제국주의적 시선을 비판한다. 나 역시 그렇긴 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시오노 작가는 역사가가 아니다. 그냥 역사를 놓고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는 에세이스트이다. 보다 올바른 사관을 지닌 역사책을 읽고 싶으면, 시오노를 읽은 후에 에릭 홉스봄(같은 한길사 책이니까 이 역사가의 예를 듬)을 읽으면 된다. 시오노만 읽고 세상의 모든 역사책을 다 안 읽을 것도 아니니까, 나는 굳이 심각하게 걱정하고 논쟁에 나설 생각이 없다. 이 작가는 힘 있고 아름다운 대상을 관능적으로 그려내고 예찬할 뿐이다. 난 거기에 깊이 의미부여할 필요를 못 느낀다. 저자의 사관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본격 역사물이 아닌 에세이이므로 딱 그만큼만 생각하며 읽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튼, 나는 오랫만에 나온 시오노의 이 수필집을 군데군데 줄을 치며, 맞아맞아하며 내 무릎을 치며 읽었다. 젊은 무명 작가의 패기 넘치는 구상,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역사 작가로서의 자세, 영원한 여자로서 진정한 멋진 남자를 사랑하는 자세,,,, 인상깊은 대목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아래이다.

 

나의 이 책은 언뜻 값이 무척 비싸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다지 비싸지 않다. 왜냐, 한 번 읽으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두 번 읽으면 즐길 수 있게 썼기 때문이다. (중략) 언젠가는 나도, 저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이후 일에 대한 나의 자세가 되었습니다.

- 본문 5~6쪽에서 인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1
메리 풀브룩 지음, 김학이 옮김 / 개마고원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꽤 오래 잡고 있었다. 몇 가지 작업하다가 막혀버린 부분이 있는데, 왠지 좋은 독일사 한 권 읽고 나면 묵은 숙변을 제거하는 비방약을 복용한 것처럼 한 방에 뚫릴 것 같았다. 그러나 중세를 거쳐 프로이센, 제2제정을 지나 바이마르 공화국으로 가면서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졌다. 그래서 한 문단 읽고 먼 산 바라보고, 한 문단 읽고 멍 때리고,,, 이러면서 일주일을 보냈다.

 

아, 오해는 마시라. 이 책의 수준이나 서술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일단 내가 조금 읽은 독일 중세사를 지나 근대로 가면서 내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 헤맨 점이 있었다. 특히 각 정당간의 입장 차이라든가 독일 정부 구성 등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이 저자분이 독일사를 보는 시각이었다. 물론 독일사에 대한 기본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미 갖춰져 있어야만 이 저자의 서술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준 낮은 내가 보기에도 기존의 독일사, 특히 독일 근현대사를 보는 시선이 다른 책의 저자들과 확연히 다름이 보였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점도 되며, 또한 고민하며 읽게 만드는 점이 되기도 한다.

 

즉, 기존 독일사를 서술하는 다른 저자들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와 달리 비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근대에 도달한 독일의 역사를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한 케이스로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독일인 저자라면 누구라도 히틀러와 나치의 망령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근현대사의 모든 과정이 히틀러와 나치즘을 설명하는 원인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독일사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서술한다. 독일 정치의 전근대성과 경제의 근대성의 간극과 모순을 지적하면서도 독일 역사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한다. 예를 들자면 독일이 중앙집권 통일국가로 향하는 과정이 다른 국가들보다 늦은 점이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영방의 군소국가들의 유지를 가능하게 만들어 독일의 빛나는 문화적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보는 점. 그리고 저자는 민족국가, 통일국가의 과업을 이룩한 비스마르크 시대의 프로이센을 긍정적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독일사 최초의 공화국을 붕괴시키고 양차대전을 일으켜 독일 분단을 가져온 원인을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과부하된 독일 사회의 긴장에서 찾는다. 이런 점을 저자는 기존 명망있는 독일사학자들의 견해를 요약해서 자신의 견해와 비교하며 함께 들려준다. 아주 재미있는 시각인데, 지금 내 수준에서는 어떻게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지 감 잡을 수가 없다. 공부 더 하고 몇 년 후 다시 읽어봐야겠다.

 

본문 365쪽에 "모든 역사는 그것이 쓰여지는 시대의 산물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독일사에 대한 지식은 세계가 미, 소 양극으로 나눠져 있던 시기에 집필된 책들에서 얻었던 지식이었다. 같은 국가의 역사를 서술하더라도, 단 몇 년 차이인데 독일 통일과 소비에트 붕괴 이후 서구사의 서술은 확실히 뭔가 다른 면이 있는듯하다. 역사 서술에 있어 보다 다원적인 뭔가가. 

 

두서없이 쓰다보니 정작 책 내용 소개가 빠졌다. 이 책은 시리즈의 이탈리아사처럼 1장은 기본적 독일과 독일인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려 준다. 2장은 중세 독일 부분. 어떤 사학자는 카를 데어 그로세(프랑스에서는 샤를 마뉴라고 부르는)의 서로마 제국부터, 어떤 사학자는 신성로마제국부터 독일사를 본격적으로 서술하는데 이 저자분은 이 모두를 간략히 언급해 준다. 3장인 '종교개혁의 시대, 1500~1648'에서 루터의 종교 개혁이 이후 독일인들의 정치적 심성에 미친 영향을 서술한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고, 4장인 '절대주의 시대, 1648~1815' 부분은 일목요연한 정리가 좋았다. 이후 프로이센 주도의 독일 통일, 산업화, 1차 대전,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패, 나치의 득세, 2차 대전과 분단, 통일까지의 서술이 5장 '산업화의 시대, 1815~1918'와 6장 '민주주의와 독재, 1918~1945'. 7장 '두 개의 독일, 1945~1990'에 이어진다. 마지막 8장인 '독일사의 패턴과 여러 문제들'부분은 저자가 보는 독일사의 보편성과 특수성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다.

 

마르크시스트 역사학자인 저자는 민족을 그리 신성하게 보지도 않고, 서독 위주의 통일에 과도한 의의를 부여하지도 않아서 특히 더 신선했다. 관심있는 분께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이상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과 미국 역사에 대해 갖는 막연한 호감 말이다. 6,25 전쟁을 경험하신 어르신 세대들이야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에 대한 '재조지은'의 감정을 현재 미국에 대해 품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가 조금 된다. 현재 집권 세력들이야 우리나라 서민들보다 미국 지배계급에 더 '프렌들리'하므로 이해가 많이 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내 또래들까지, 어린 친구들까지 미국에 대해 중고교 시절 세계사 교과서에 씌여진 그대로의 자유 정의 민주주의 수호국이라는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일까? 기브 미 초컬릿, 하던 세대들도 아닌데.

 

역사서를 읽어보면 내가 처음 역사를 배우던 80년대와 현재 2010년대의 역사 서술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서는 예전과 달리 냉정하게 부르조아 혁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나폴레옹도 더이상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세계 각국사에 대한 서술에서 미국사 파트만은 예전 서술 그대로, 미국 보수 역사가들이 쓰는 말 그대로 서술되어 현재 학계의 수정주의적, 진보적 시각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식민지 엘리트들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 독립 전쟁은 자유를 위한 전쟁으로, 북부의 상공업 분야 이익을 지키고 남부의 연방 탈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 남북 전쟁은 노예 해방을 위한 거룩한 전쟁으로,,, 뭐 이런 식이다. 그래서 나는 세계사를 통사로 서술한 대중 역사서를 읽을 때면 미국사 서술부터 먼저 읽어 본다. 미국사 파트의 서술을 보면 그 책의 저자가 얼마나 최근 서적들을 읽고 공부했는지, 저자의 세계를 보는 시선이 어떤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사람 만나 이야기해 볼 때에도 그렇긴 하다. 자신이 미국 국적의 백인 부자 남성도 아닌데도 왜들 이러셔! )

 

책 내용을 요약하여 미국사를 간추려 놓지는 않겠다. 저자가 서술하는 입장은 기본적으로 이렇다. 미국이란 나라는 원주민에 대한 침략과 학살에서 탄생했다는 것. 그러나 경건한 필그림 파더스의 이미지에 이 피묻은 태생은 가려진다. 영국의 압제에 인간의 존엄한 권리를 선언한 독립선언서는 오직 백인 청교도 남성의 권리만 선언하고 있다. 흑인과 여성과 인디언에 대한 권리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비약적 발전은 늘 신참 이민자의 피땀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 강제로 끌려와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들을 포함해서. 미국 사회의 심한 인종 갈등은 빈곤한 백인 하층 집단의 불만을 유색인종들에게 돌려 그들과 연대를 막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 미국은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으로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전통적으로 멋진 의미를 부여하거나 선제 공격이나 도발을 유도하고 참전하는 경향이 있다. 자국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거나 부자 증세를 할 의향은 없다. 군비만 줄여도 될 터인데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포기해야 하므로 세계 경찰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자의 허울아래, 챙길 이익은 다 챙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민중은 꾸준히 연대하여 저항해 왔다,,, 책은 이런 관점으로 서술된다.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란 의미 부여에 능숙한 동물이므로 역사서를 읽을 때엔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통사류에 언급된 요약된 역사를 읽을 때면 더더욱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책의 분량상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이 일은 이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정도만 읽을 수밖에 없기때문에 저자가 부여한 역사적 의미만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긴장을 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편견에 빠뜨릴까봐.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기꺼이 저자가 보는 입장에 서서 미국사를 보고 싶었다.

 

이 책은 2001년 <미국 민중사>란 제목으로 일월서적에서 2권으로 나뉘어 나온 두꺼운 책의 축약본인 셈인데, 최근 역사 4장 정도가 추가되어 나왔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인디언 학살사에서부터 클린턴, 부시 시대까지를 서술한다. 다른 미국사를 읽어 보고 전체 역사 흐름을 파악하고 계신 분께 권한다. 이 책은 그리 친절하게 통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해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제인 <미국 민중사> 그대로 부와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 정부에 대해 미국 민중들이 저항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책이다. 그렇다,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올바르다. 좋은 역사서란, 훌륭한 의미에서 가장 주관적인 서술을 통해 권력과 언론을 가진 이들이 숨기는 부분까지 서술해주는 책이니까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국은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았지만 두개의 국가로 분열되었다. 북한은 사회주의 독재 국가로, 남한은 보수적인 독재 국각가 되었으며, 각각 소련과 미국에게 예속되었다.

- 본문 210쪽에서 인용

 

위와 같이, 미국의 진보 사학자가 보는 미국 관련 한국사 서술을 읽는 재미는 보너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