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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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시모토 다케시 (일명 에티, 에티오피아 별명 줄임말) 선생님의 50년의 교단 생활동안

"은수저"라는 소설책 1권을 교재로 채택하고 3년동안 수업했던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일본의 나다중학교는 우리나라로 치면 상고공고 계열인가보다. 국어 교사로 처음 부임하던날

국공립학교로 가는 동기생과는 달리 사립중학교로 배정받은 하시모토 선생님은 국공립 학교에서는 할 수 없었을 자율성 교육에 큰 힘을 받고 <은수저>를 교재로 채택하여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3년 동안 1권의 소설책. 이게 과연 수업이 될까?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의문에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 혹시 중학교 국어 시간에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합니까? 선생님이 되었을때 나는 그렇게 자문해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요" p22

 

맞다. 국어시간에 읽은 책은 물론 올 한해 읽었던 책들도 기억에 남지 않지. 그런 부분에서 큰 공감이 갔다. 그렇게 천천히 ,깊고, 넓게 은미하는 즐거움은 어떤 즐거움일까? 도대체 은수저라는 소설로 수업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을까?

 

" 손에 받아든 작은 봉투를 들여다본 유이치는 자기도 모르게 "아"도"어"도"오"도 아닌 기묘한 탄성을 질렀다. 작은 봉투를 책상으로 기울이자 봉투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공모양. 막대모양.물고기모양을 한 빨강.파랑.갈색의 막대과자였다. "p 16

 

" 미술 시간에 1일 연 만들기를 제안한 사람은 다름아닌 에티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에게 <은수저>주인공의 기쁨의 순간을 보내던 아련한 장면을 체험시키려는 의도에서 였다.p34

 

"단락마다 "내용"을 정리하고, "감상"에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문장을 발췌해서 쓴다.

'단문 연습'에는 <은수저>에서 사용한 어구를 활용해서 자유롭게 문장을 만든다"p88

 

" 각자 1년동안 쓴 자신의 인쇄물들을 모아 맨위에 좋아하는 색의 표지를 씌우고, 뒷 부분에 색인을 붙인 다음, 오른쪽에 송곳으로 구멍 4개를 뚫고 끈을 꿰어 단단히 제본했다. 에티 선생님의 <은수저> 어구해설, 일러스트 설명, 읽기 쉽고 재미있는 교양과 지식, 학생 스스로 써 넣은  '감각이 뛰어났다고 느꼈던 문장''아이다운 표현''단문연습' 성과가 고스란히 담긴 한권이였다. 바로 학생들의 인생에 보물이 된 <은수저 보물 노트 > 제 1호다 p95

 

이렇듯 책을 무심히 읽고 지나치기 쉬운 부분를 세심히 살펴 직접 느끼고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학생들이 어려워할 것 같은 단어의 뜻풀이나 은수저의 주인공이 이모님과 막대사탕가게가서 사는 부분에서 직접 막대엿을  아이들이 먹으며 들을 수 있도록 신경쓰는 부분에는 큰 감동이 생겼던것 같다. 이게 바로 하시모토 일명 에티 선생님의 3년동안의 1권으로 수업을 하며

깊이읽고 넓게 읽히는 기술이였던것. 은수저의 배경을 조사하고 모르는 단어가 생겨나게된 배경을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수업이 진행되었다. 에티 선생님이 그리 말하는 옆길로 빠져라 를 3년동안 실천하며 3~4명의 조를 짜고 학생끼리 토론을 할 수 있도록하여 의견을 종합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들은 1권의 책을 읽고 내 의견으로만 마무리했던 내 습관들을 돌아보게 만들어준 것 같다.

 

이런저런 고민들에 의해 <은수저>를 교재로 채택했지만, 무엇보다 어린시절이 참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대목이있었다. 어린시절에 경험이라는게 정말 중요한게 아닐까? 깊이 생각해보게되는 부분이였다.

 

이부분은 하시모토 선생님의 어린시절을 술회하는 대목이다.

" 담임 선생님은 수업중에 독본은 소홀히 하고 자주 소설책을 읽어주셨습니다. 이 수업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마치 내가 영웅 호걸인양 깊이 빠져서 열심히 들었지요. 교과서는 펼치지도 않은채, 옆길로 새는 수업, 완전히 몰입해서 체험하는 즐거움"  소설책에 매료된 아홉살짜리 소년은

처음으로 엄마에게 뭔가를 사 달라고 졸랐다p34

 

" 아버지는 나를위해 책꽂이를 짜주셨습니다. 어찌나 기뻤던지.. 그 책꽂이에 책을 한권 한권 꽂아가는 것도 큰 즐거움 이였죠" p52

 

 

 하지만, 어쨌거나 인터뷰 형식의 책인데 <은수저 연구노트> 라거나 인터뷰한 사람에 대한 사진 자료 한장없이 진행된 부분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은수저 몇기 학생이라는 인터뷰 내용이나 도쿄 대학에 입학한 학생 수치에 관한 반복적인 이야기들은 조금 눈쌀을 지푸리게 된다.

뭘랄까. 연필과 노트가 필요한데 지우개만 양껏 준비한 꼴이랄까?

뭔가 조금 부족하다 싶어 검색을 해보니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이 직접쓴 - 슬로리딩> 을 알게 되었다. 별책으로 보니 <은수저 연구노트>도 들어있는 모양이다.

이 부족한 마음을 달래줄 저 책을 얼른 사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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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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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님의 < 고령화 가족 > 을 읽으며 불현듯 깨달았다.

문학동네와 깊은 인연이 없는 나를.

내 악연은 <수상한 식모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문학의 특성이 그런것인지 문학동네의

특성이 그런것인지 왠지 내가 읽어내기 힘든 무언가 도사리고 있었다가

결국 < 책 사냥꾼은 위한 안내서> 를 읽으며 폭팔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달의 바다>나 <캐비닛> 같이 좋은 기억속에 자리잡은 책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고령화가족>을 읽으며 내 기억을속 불쾌함을 끄집어 냈다.

 

영화흥행에 실패해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기 직전 “엄마”의 닭죽을 통해 집으로

들어간 주인공 오감독은 전과자에 120kg이 넘는 형 오함마와 세 번의 결혼과 철없는 십대

조카를 데리고 들어온 여동생 미연과 함께 24평의 작은 빌라에서 복딱거리며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주인공 오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막장 가족들의 삶속에

엉키고 설킨 가족의 실타래들이 이끌어가는 “의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성인이 되어 각자 삶속으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사연을 가지고 다시 엄마 집에 모이게 되면서 집안은 지지고 볶는 음식냄새로 활기를 찾게된다. 한동안 음식냄새에 묻혀 살아가면서

자식들은 인생이 왜 이토록 꼬이게 되었나 되짚어 보며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자신들의 삶속에서 빠질수 없는 가족들의 힘에 이끌려 다시 삶속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닮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요소로 “막장”이란 소재가 읽는 동안 편치 않게 했다.

세상의 포인트는 인생의 벼랑 끝에서 시작될 지라도 재깍거리며 유유히 앞만 보고 가는 시계바늘 처럼 일렁임없는 물결속에서도 포인트는 필요한데 요즘은 그런 요소를 찾아보기 힘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읽었던 빅 피쳐에서도 아내의 “외도”와

남편의“살인”이라는 극단적 소재로 시작되는 이야기라 편치 않았는데 말이다.

세상은 극단적으로 사는 소수의 무리보다 유유자적 살아가는 무리가 더 많은데도 말이다

그 스펙더클한 자극보다도 유유자적 살아가는 무리를 위한 소재를 가지고 다시 찾아와주길

작은 마음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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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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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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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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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영 작가를 알게된것은 < 책만보는 바보/ 2005/ 보림 출판사> 를 만나고 부터다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풀어쓴 그녀의 책은

좀처럼 반복해 읽지 않는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헤이헤진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남들에게 우쭐대며 말할수 있는 독서력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 단 한권의 책을 꼽으라한다면 단연 < 책만 보는 바보> 였다.

그녀가 들려준 이덕무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고 나도 그처럼 책만 보는 바보가 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후 몇달을 벼르고 벼르다 그녀의 두번째 책 < 다산의 아버님께/ 2008/ 보림출판사> 을 만나게 되었다.창틀로 전해지는 따뜻한 햇살 같은 글귀에 또 한번 빠지지 않을수 없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후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전작을 통해 이덕무를 좋아하게 되면서 조선 정조시대에 궁금증이 생겨 그동안  조선시대의 이야기들을 찾아 읽으며 때론 이덕무의 시선으로 때론 정약용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의 시선으로 아버지로써의 면모와 실타래 처럼 얽히고 설킨 가족의 애환들을  느끼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것없는 정치틀에서 사학( 천주)을 믿었다는 이유로 정약용의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되고,참형을 당하기도 하고 유배길에 오르기도 하고 종이나 머슴으로 팔려가게 되면서 학유는 유복했던 어린시절에서 가난한 죄인의 아들로, 양반이나 양반이 아닌 죄인이나 죄인이 아닌 삶을 살아가게 된다.

 

유배후 7년만에 유배지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 강진으로 찾아가던 학유가 남도땅에 이르러  농부를 보게 되는 장면에선 땅을 갈아엎을적마다 붉은 황토색을 띄는 것을 보며 한탄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작가가 얼마나 섬세하고 서정적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

 

" 모든 것을 다 받아줄 만큼 넉넉하고 푸근해 보이는 저 땅안에, 어쩌면 그처럼 선연한 붉은 빛깔이

들어 있단 말인가. 쟁기질하는 농부가 땅을 뒤적일 때마다 제 속을 드러내 보여주는 붉은 황토가 너무나 강렬했다...... 붉은 빛깔뿐아니라 체온 또한 뜨거워, 아지랑이인지 열지인지 모르는 것을 제 아픔인 양 모락모락 밖으로 피워내고 있었다. 내 속도 헤집으면 헤집을수록 저처럼 붉은 빛깔, 뜨거운 열기를 드러내 보이게 될까" p25

 

가족과 아들을 걱정하시는 아버지의 처연한 마음과 가정을 지키지 못하는 가장의 마음에 눈시울을 적시는가하면  모진 강바람에 상하실까 걱정하는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18년의 긴 긴 세월속에 묻어나니 이 시대를 살아가게 된것에 감사하게 되고 다산이 역사적 죄인으로 낙인되는것을 염려해 그가 저술하게된 500권의 도서들이 세삼 이해가 되었고, 그 방대한 양에 경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치마폭에 글을 적어 다산에게 보내니, 그 치마폭에  딸의 혼례를 기념하며 매화와 새를 그려넣어 글을 지어  보냈다는 일화는 얼마나 서정적이던지.  조상의 시신을 불태운것을 계기로 박해받았던 천주교의 이야기(오가작통법) ,흑산도로간 정약전이   물고기들을 관찰하여 지은 <현산어보> 다산 초당에서 만난 초의선사와 차에 얽히 이야기등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사실적 부분을 맛깔스럽고도 정갈하게 글속에 버무려놓은 이야기를 단아한 문체로 만나니 읽는 동안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마져 들었다. 참고한 문헌과 논문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많은 시간속에서 다산과 학유가 되어 지냈을까 짐작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다른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서찰을 주고받으며 모진 꾸중도 받고 거친 세상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던 학유처럼 작가도 어릴적 옥중에 계신 아버님과 편지를 주고 받은것을 엮은 책이 있는것으로봐 어쩌면 작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모습들을 학유를 통해 위로받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망(사회,아버지의 벗들, 자신 그리고 ,아버지)과 그리움  이라는 소재를 통해  꽃피워내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는 머나먼 옛이야기지만,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 담겨 있기에 내 손길은 머지않아 이 책을 다시 찾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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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아틀라스 시원의 책 1
존 스티븐슨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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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이후 판타지에 대한 갈증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해리포터는 상상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긴장감 그리고

우정과 가족애에 관한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우연히 에메랄드 아틀라스에 관한 광고를보고 혹 내 이런 갈증을 풀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구입하게 되었다. 한동안 다양한 일들을 하느라 읽지 못했는데 모처럼 시간이되서 장장 600페이지

가 넘는 분량을 읽었다. 솔직히 해리포터 시리즈도 시리즈로 분리되서 나와서 그렇지 1권만 3권이

되는것과 비교하면 별반 다름이 없는데 한권으로 압축해놓으니 그 압박감은 상당했다. ㅡㅁ ㅡ

 

어린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고아원에 맡겨지게 된 캐서린, 마이클, 엠마 세 남매가 시간여행을 통해

찾게되는 마법의 책을 두고 펼쳐지는 모험을 그린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해리포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볼트모트가 형체를 갖을수 없어 다른 이의 몸을 통해 들어왔던것 처럼 최고 어둠의 권력자 다이어 매그너스가 백작 부인의 몸에 깃들어 나타나는 점, 덤불도어가 해리의 곁을 지켰다면 핌 박사가 캐서린 곁에서 지킨다는점, 의리와 정의감에 똘똘뭉친 드워프들은 집요정 도비와 닮았다는점,

환영을 통해 위험을 감지하는 캐서린과 꿈을 통해 위험을 보는 해리포터의 모습, 책을 좋아하는 마이클은 헤르미온느와 론을 조금씩 썩어놓은듯한 이미지 등등이 그러했다.

또한 시간여행을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모습이 해리포터의 시리중 일부였다는점에서

왠지 해리포터의 번외편을 보는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까지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조금 지루하기도 했고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마이클이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다른곳에서 캐서린이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에게 사건을 설명하면서 자꾸 겹쳐지는 이야기의 내용이 집중력을 떨어트리기도 했다. 그리고 글의 중간중간에 아동 도서로써는 약간 거친 표현들에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조금만 더 신경써서 번역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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