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 2 - 26명의 의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의사의 세계 부키 전문직 리포트 3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지음 / 부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


20170412_120629_resized

미드 의 의사들, 의 주인공 Dr. House나 일본 만화 <닥터 K>등, 의사는 일반인의 호기심과 경외감을 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메디컬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에는, 그 자신도 유한의 존재이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독특성도 한 몫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외부적 관점이 아니라, 내부인의 관점에서 본 의사 집단과 직업을 궁금해할텐데, 2011년에 <의사가 말하는 의사>라는 책이 나왔다. 진로 고민하는 청소년과 대학생, 진로지도를 고심하는 학부모와 교사를 주요 대상으로 의사 20명이 직업 세계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준 책이다. 총 4장 구성의 이 책은 '내과'부터 '정신과'까지 각 분야 의사 20명의 이야기를 엮었는데 2017년에 나온 개정판 <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역시 마찬가지의 구성이다. 총 26명의 필진이 대부분 바뀌었고, 기존 필진도 13년의 시차에 맞도록 글을 손질해 새롭게 읽히는 재미를 준다.

26명이나 되는 의사들이라 직업관, 의대 및 분과 선택의 계기, 심지어는 가정 배경과 출신학교 들이 다 다르지만 이들을 묶어 주는 공통용어가 있으니 바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이다. 이 단체는 한국 사회 민주화와 국민 건강권을 고민하던 의사들이 뜻을 모아 87년 창립한 단체로서 현재에도 소외 계층을 위한 진료활동뿐 아니라, 의료 제도 개혁 및 정책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그래서인지 의료 혜̓과 접근권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고 보듬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이보라(녹색병원) 내과의는 본인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고학하며 세상의 부조리를 청소년기에 느꼈다는데, 세월호 참사 유족과 쌍용 자동차 단식 노동자를 현장 진료했다. 
20170411_184900_resized 
조규석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고공 농성 과정에서 무릎을 다치자 70미터 굴뚝을 사다리를 타고 한 발 한 발 올라가 치료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적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경찰은 스티로폼이 녹아내리는 최루액을 다량 살포하였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고립되면서 그동안 없던 병도 생기는 노동자가 많아졌는데 사 측은 의료진마저 출입을 막아 버렸다. 전쟁 중에도 부상자는 치료하는데 의료진 출입을 막아 버리는 비인간적인 폭압에 우리는 당연히 항의하였다 (85쪽) "

20170411_184753_resized

<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가 자기 확신과 우월감을 바닥에 깔고 신비화 전략과 난해한 문장으로 쓰였다면 이렇게 재미있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 자체가 청소년과 대학생 예비 사회인들에게 그 직업의 실상을 가감 없이 전달함을 목적으로 했기에 <의사가 말하는 의사 episode2> 역시 의사 지망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솔직하고 쉽게 쓰여 있다. 의대가 신이 아니며 의도와는 달리 종종 실수도 하고 실수를 통해 진화한다는 솔직한 고백도 한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과 이승홍(서울시립은평병원)은 처음 정신과에 입문했을 때 환자가 머리가 아프다기에 주구장창 타이레놀을 처방해주었음을 부끄러워한다. 마취통증의학과 백남순 (포천병원)은 코믹하기까지 한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충남 홍성의 보건지소에서 첫 환자를 대면하던 날, 약이름을 몰라서 선임자가 적어 놓은 약품명을 5분 동안 말그대로 베껴 그렸다고 한다. 이런 에피소드에서만 그쳤다면 의사라는 직업을 희화하고 말텐데, 그 이후 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의사로서나 사회적 의식을 가진 실천하는 운동가로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주니 참 재미있다. 나아가 부록으로는 "의사지망생 궁금증 27문 27답"을 실어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20170411_184819_resized


 26인 의사들의 짧은 글을 모두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서문을 읽으니 더 크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의사로서의 본질적인 역할은 환자와의 관계에 달려 있다. 결국 이 시스템 속에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 좌절을 느끼는 것 모두 의사로서 맺을 수 있는 관계와 맥락을 통해 결정된다. 단지 지위와 소득에 연연해하는 의사라면 의사 본연의 역할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10)"

 


layout 2017-4-24.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