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
멜 트레고닝 지음 / 우리동네책공장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가 평범해 보이지 않아서 도서관 책 더미에서 저도 모르게 집어 왔습니다. "작은 생각," 원제는 "Small Things"라네요. 유난히 좋아하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었기에, 읽으려 쌓아둔 활자 피라미드를 밀어 놓고 『작은생각』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페이지 문구가 마음에 걸립니다. 보통 첫 페이지에는 작가가 사랑하는 이들을 언급하며 "누구누구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써 있는데, 그 반대입니다. 작가의 가족이 작가를 추모하는 듯한 인상의 문구를 새겨 넣었거든요. "이 책을 너에게 바친다. 이젠 네가 편히 쉬기를 바라며 너의 꿈은 이제 우리 모두의 꿈이 되었고, 우리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 그 꿈을 이루었단다. 전보다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네가 자랑스럽다."

 

 

『작은생각』을 끝까지 다 본 후,왠지 느낌이.......왔습니다. 작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메시지는 '널, 괴롭히는 생각들, 외롭고 버려졌고 남들과 다르다는 그 생각, 실은 다른 모든 사람도 한단다. 남들도 너만큼 외롭고 상처 많고 힘든데 감추며 사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듯 했거든요. 글자 없는 그림책이긴 했지만 메시지가 강렬했습니다. 책 덮은 후 Mel Tregonning이란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제 느낌이 맞았습니다. 멜은 오빠와 여동생을 두었어요. 가족들은 쾌활하고 재치 넘치던 멜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이상 신호를 보낼 때, 같이 있어주었지만 이런 파국에 치다를지 정녕 꿈도 꾸지 않았지요. 멜의 여동생이 글을 올렸더군요. 누군가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http://thingsmadefromletters.com/blog/2016/09/08/story-behind-small-things/

 

 

  

Mel Tregonning은 1983년에 태어났습니다. 상상하고 그리는 탁월한 재능 덕분에 이미 16세에 전국적 규모로 발행되는 잡지에 자신의 작품(만화)를 장기 연재했고, 관련 분야 수상을 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이 Mel이 그린 초안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작은생각』입니다. 작품에서 과묵하고 표정 잃어가는 듯 보이는 소년은 우등생에서 외로운 왕따 피해자로 변해갑니다. 멜 트레고닝은 정신적 고통이 어떻게 신체화되는지, 서서히 생명 영역에 침범해 들어오는지를 무섭도록 공감되는 화풍으로 시각화했습니다. 몸에 금이 가고, 물질로서의 몸이 증발하여 자아가 상실되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부모님도 선생님도 아이의 마음을 몰라줍니다.

 



 『작은생각』에서, 아이는 그래도 이 마음의 고통을 이겨내고 성숙해집니다. 내 고통에 침잠해서 타인의 정신세계를 보지 못했는데, 이 외로운 지구에서 외로운 지구인들은 저마다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보고 연민을 보내거든요. 물론 활자화된 것이 아니라, 제가 멜 트레고닝의 생각을 상상해본 데 지나지는 않지만......사실은, 마지막 페이지는 멜 트레고닝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그녀 가족의 의뢰로 Shaun Tan이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마음이 아파옵니다. 고통 속, 작가는 그런 회복의 메시지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았으니까요......


Shaun Tan의 블로그

http://thebirdking.blogspot.com/2016/09/mel-tregonnings-small-things.html 


이렇게 매혹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천재 작가가 더 이상 좋아하는 그림, 만화를 그릴 수 없다니 안타깝고 슬픕니다. 멜 트레고닝의 가족들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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