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권력의 탄생 -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권력 사용법
대커 켈트너 지음, 장석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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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토라인과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명희(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은 스스로 "권력은 내 손아귀에 있으니, 휘두르건 내지르건 내 맘인걸 몰랐니?"라고 생각했을까? 그와 그 자녀들이 권력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길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들 스스로 "권력자"라고 느꼈을지라도 이제 행사할 영향력은 물론 평판을 죄다 잃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명희는 권력의 속성을 "
재력, 정치력, 기만, 무자비, 전략적 폭력' 등으로 보는 데 동의했을 것이다. 이는 『선한 권력의 탄생(The Power Paradox)』의 저자,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가 (21세기에 와서는) 진부하다고 일컫는 마키아벨리식 권력관이다. 20여년간 '권력' 연구에 매진해온 그는 권력을 독재자가 쟁취하고 휘두르는 강압적 힘으로 보기를 거부한다. 대신, 공동체에게 부여받고 타자와 관계맺게 해주는 매개로 파악한다. 한마디로 "권력은 세상에 기여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아크 자탈리의 『당신은 언제나 옳다』가 떠오르는데 켈트너가 말하는 "세상에 기여하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은 소위 명망 높은 소수자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공선 증진에 기여할 그 누구에게서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켈트너 식으로 해석하자면, 청와대 국민청원을 주도한 당신도, '아프가 점수'를 고안하여 미숙신생아의 목숨을 살린 여성도 이미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처럼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기에, 그 유지에도 공동체의 입김이 작용한다. 대거 켈트너는 평판, 존중, 뒷말, 창피주기 등 다양한 권력 견제의 메커니즘을 소개했는데 무척 흥미롭다. 그 중 17세기 독일에서 행하던 "굴욕 가면 (mask of shame)" 씌우기 예시가 인상 깊은데, 이는 공동체 내 공공선을 저해하는 이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21세기에도 별 ☆☆☆☆☆평점이라든지 인터넷 댓글 등 뒷말을 공론화할 수 있는 수단이 널려 있다. 

 

 사회심리학자로서의 대거 켈트너의 관심은 "권력이 사람들의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어떻게 권력이 형성되는지 (21)"에 있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관심을 반영한 용어가 바로 "권력역설(Power Paradox)"이다.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반면, 권력을 남용하여 통제불능의 소시오패스가 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뜻한다. 켈트너에 따르면 권력역설의 문제를 잘 다루면, 개인차원에서는 사적, 공적 삶에서 올바른 지침을 얻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건전한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다고 한다. 

 

켈트너는 권력유지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그 구체적 실천 사항으로서 "연민, 나눔, 고마움의 표현 그리고 스토리텔링" 능력을 든다.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읽고, 더 잘 보듬아주고, 사람들에게 호감 주는 말재주를 가졌으면 당연히 인기 있지. 당연한 이야기 아냐?' 라고 반응할 독자가 있겠지만, 나는 켈트너가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관련 연구 결과들을 대학자의 통찰로 엮어 뒷받침하며 강렬하게 독자를 설득시키는 방식이 놀랍다. 정치학 서적으로 오해하고 책을 집어들었던 독자는 결국 『선한 권력의 탄생』 이 보다 나은 세상, 불평등을 감소하고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움추러들고 무기력의 악순환에 빠지기 쉬운 사회적 약자가 세상을 바꾸는 긍정의 힘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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