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 왜 세계는 거꾸로 교실에 주목하는가
정형권 지음 / 더메이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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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앞 다투어 말을 하지만, 지금까지 단단히 유지되어 온 교육의 틀을 바꾸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구도 가운데 학교에서는 성적과 등급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아이들을 더 혹독하게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학습량을 요구하게 되고 그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이 더 빨리 학습하는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 최선의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무슨 목표를 갖고 공부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무한 속도로 배우고 있다. 학업 수준이 동등하지 않음에도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니, 잘 하는 아이들은 지루하고 못하는 아이들은 포기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 맞나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여기며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를 통해 아이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존의 수업 방식이 '교사의 수업 → 집에서의 숙제'였다면, 거꾸로 수업 방식은 '집에서의 공부 → 학교에서의 과제물 수행'이다. 학교에서 40~50분의 수업을 듣고 집에 와서 숙제를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집에서 동영상 강의를 통해 공부를 해 와서 학교에서 문제 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집에서 숙제를 하다보면 학교에서 배웠어도 잘 이해되지 않아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선생님이 곁에 계셔서 도와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해결되지 못한 채 별표를 치거나 해답을 보거나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괜찮은 방법임에 분명하다. 특히 수학, 과학, 기술 분야에 있어 꽤 괜찮은 학습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 지려면 세부적으로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직접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영상의 상영길이는 10분 정도로 핵심적인 것만 보여주는 것이 좋으며, 동영상의 내용은 수준별로 이루어져 모든 학생이 각자의 수준에 맞게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 와서 문제를 해결할 때도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서로 의논하고 토론하며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가는 것이 더 좋은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가장 이상적인 수업 형태가 아닐까 싶다. 무료로 학습 동영상을 제공해 주며 전 세계에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칸 아카데미도 이러한 교육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무조건 많은 교과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책으로도 다양한 관점에서 풍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슬로 리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일본의 한 선생님이 '은수저'라는 하나의 책을 교과서로 삼아 국어, 수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수업했다는 것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저러한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적절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배움을 조직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실에서 이러한 장을 마련해 준다면 아이들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 학습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업이 전체적으로 이루어지기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곳곳에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가 많긴 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수업이 점차적으로 실행되어 전체적인 교육 흐름이 된다면 교실에서 졸거나 멍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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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친구의 고백 소설Blue 5
미셸 쿠에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나무옆의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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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이란 영화를 봤다면 상상동물로 나오는 '빙봉'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케릭터 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법한 동물. 솜사탕에 코끼리, 돌고래, 고양이가 합쳐진 몸이라니.... 눈물이 사탕이 되어 뚝뚝 떨어지고 들고다니는 주머니에선 별난 물건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그 이상하고 재미있는 동물을 어찌 사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나만의 상상 친구를 지녔던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난 없는 거 같다. 그저 좋아하는 인형에 감정을 이입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한 정도인데, 생각해 보니 그것도 상상 친구라 할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요즘 상상 친구를 하나씩 지닌 아이들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그건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가 아닐지....

책의 전반부에 엄마, 아빠, 쌍둥이 여동생 플뢰르를 소개하는 주인공 자크 파피에가 나온다. 이때만 해도 자크를 그저 여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는 개구장이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자크가 예상치 못한 어떤 존재임을 알게 되었을 때. '식스센스' 못지 않은 반전을 느낄 수 있었으니....

여동생에게 상상친구가 있음을 알게 된 ​자크는 자신도 그런 상상 친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여동생을 속이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에게도 상상 친구가 있는 듯이 얘기를 나누고 함께 지내는 것처럼 그럴 듯하게 꾸며 행동한 것이다. 여동생 플뢰르는 자크의 상상 친구를 반가워 하며 엄마, 아빠에게도 그 상상친구를 소개해 주고 잘 돌봐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여동생의 요구에 아빠는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 한 마디를 내뱉는데, 이 말이 자크에게는 몹시 답답하고 불편한 말로 다가온다.

"상상 친구 남자애한테 또 상상 친구가 있다고?"

이 책은 상상만으로만 존재하는 상상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상상 친구라 해서 예쁘고 귀여운 것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악취나는 양말도 나오고 단추와 낡은 신발, 연, 바나나 껍질 등으로 이루어진 에브리싱이란 상상 친구도 나온다. 절대로 상상 친구로 삼지 않을 거 같은 이들이 어떻게 한 아이의 상상 친구가 되었을까? 이들이 상상 친구가 된 사연을 듣고 있자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애환이 있겠구나 싶다. 또한 친구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존재하는 상상 친구들도 알고 보면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상상 재배치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니 참 재미있는 상상이다. 새로운 친구에게로 가서 그 아이에 맞는 상상친구가 되어주는 상상 재배치. 언제까지나 나만의 친구로 남을 거 같은 상상 친구가 내 곁을 떠나 다른 사람의 친구가 된다면 어떨까? 기발한 상상력이 한껏 펼쳐져 있는 이 책의 내용은 폭스사에서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내놓을 거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본 이로 기대감을 안고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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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의 모든 것 : 실전편 학생부종합전형의 모든 것
이재은.정훈 지음 / 꿈결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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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학생만큼 성적과 등급에 마음 졸이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을까? 수능을 생각해 보자. 오랜 시간 힘겹게 쌓아온 노력의 결과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난다. 그 압박감을 어떤 사람이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래도 지금은 수능이라는 단 하나의 길 말고도 수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길이 주어져 있으니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해야 할까. 수능과 내신의 반성으로 생긴 것이 학생부 종합전형인데, 시도 자체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단순 암기식의 입시제도와는 달리 다양한 경험과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닌 학생을 뽑기 위한 방법이기에 그 취지 자체는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전형 또한 내신 성적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쩌면 상위권 아이들 중에 좀더 창의적이고 활동적이며 자기주도성이 뛰어난 아이를 선별해서 뽑기 위해 마련한 장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 종합전형에 기대를 걸고 준비를 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진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열심히 준비한 학생을 선택하고자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적만으로 알 수 없는 학생의 의지와 노력, 잠재력 등을 들여야 볼 수 있어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제대로 잘 시행된다면 참으로 좋은 제도인데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으니 아쉬운 점이 많은 제도이다. 일단 학생부 종합전형도 성적이 좋아야 그 실효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들어가는 학생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는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본인이 준비하는 것 외에 학교에서 신경 써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교 상위권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특별관리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애써 준비하지 않아도 학교 프로그램이나 교내 대회 등에서의 활약상이나 수상 여부가 학생부에 화려하게 장시되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 아래 단계에 속한 아이들의 경우 그야말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자신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독서활동, 자율활동 등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지는 부분에 있어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내어 가입하고 활동하며 그 실적을 쌓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그 참여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떠한 것을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해서 보여줘야 하기에 늘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이러한 자세가 바로 학생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싶지만,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대한 교과내용과 그에 대한 시험이 있기에 이러한 모든 활동을 제대로 소화하며 그에 대한 기록이 제때 이루어지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러니 이 책처럼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수능이 아닌 수시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학교생활 중 놓치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이나 중점적으로 신경써야 할 것들을 알고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의 입시제도에 맞추어 학생부종합전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상세히 기술해 놓고 있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어떤 문항이 있으며 그 문항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실례를 들어 적어놓았다. 게다가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도 실려 있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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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 더 이상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롤프 젤린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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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이 책의 표지 제목 아래 쓰여진 글귀이다. 휘둘릴 정도는 아니라 해도 쉼게 거절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며 지금껏 혼자 상처받아온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니, 스스로 그렇다 하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심이 어떤지....

예전에 나는, 나름 순수하고 착한 편이어서 힘들고 귀찮아도 남의 부탁을 거절한 적은 없다. 심지어 손해를 볼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거절 못하고 해주는 편이었다. 오지랖이라 해야 하는지 남들의 안 좋은 상황은 절대 모른 척 못 하고 같이 고민하고 슬퍼하고 위로해 주고... 그러다 내 시간도 할애해 가며 해결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곤 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그때는 젊고 순수해서 무엇이든 해보려는 의지도 강하고 체력도 있어서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몸과 마음 모두 변한 것이 많아 그때만큼의 사랑과 배려는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힘들게 하는 관계를 위한 희생과 힘겨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니.... 책을 통해서라도 그것을 극복할 만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더이상 쓸데없는 시간과 감정 소모 없이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사는 방법을 소개한다니... 호감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착하고 온화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하고, 내 의견을 말하고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니... 그야말로 나에게는 꼭 필요한 책인 셈이다. 얼마 전에도 난 어떤 지인과의 통화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당했고, 내가 다른 의견을 내자 너무 순진하다며 웃어넘겼다. 자신의 생각이 확실이 맞다며 끝까지 내 의견을 무시하는 그 사람은 그 후에도 안 좋은 일만 있으면 나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결국엔 자기 생각대로 할 거면서도 몇 번이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장시간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그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난 그 사람에게 싫은 내색 한번 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너무 솔직하지 못한 건 아닌지 죄책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인데 왜 내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그때부터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계속 높아갔다. 이 책에서도 이러한 예가 나오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해야 하며 적절한 제스쳐와 표정까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재미있었다. 실제로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고....

삶에 있어서 사람과의 관계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 소통이 잘 되고 관계가 좋다면 최상이겠지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거나 그 사람 자체가 독특한 경우 그 모든 걸 다 수용하려 하면 본인의 삶 자체가 힘겨워지는 것이다. 저자는 공과대학을 나와 13년간 건축 저널리스트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며 심리학 공부를 하게 되어 지금까지 25년간 심리 상담과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가족 관계, 교우 관계,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등 다양한 상황이 실례로 들어가 있어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자신의 경우에 해당하는 예를 몇 가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설명해 주니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나의 상태를 잘 짚어주고 이해해 주는 저자의 위로와 공감의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가 아닐지.... 맞아~ 내가 이렇지. 그렇게 살아왔지. 그런데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고...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생각과 행동을 한번 바꿔보라고 그렇게 권유하는 책이다. 나도 읽으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지난 날의 나의 행동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바뀌게 될 지 모르겠으나 읽는 동안에는 많은 위로를 받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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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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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사실  '오베라는 남자'도 읽보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이라 한번은 읽어봐야지 했지만 못 읽고 지나가고 말았다. 그러다 이 책을 받아 보게 되었고, 때마침 남편의 지인이 '오베라는 남자'를 선물해 주었다. 뜻하지 않게 뒤에 나온 책을 먼저 읽고 먼저 나온 책을 나중에 읽게 된 셈이다. '오베'라는 까탈스러운 할아버지 이야기를 먼저 접한 독자들은 이번 책에서도 개성 넘치는 주인공을 기대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7살짜리 소녀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가 이야기의 축을 이루어 간다. 엄밀히 말하면 어린 소녀 '엘사'의 생각과 시선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보면 된다. 7살 아이라지만 어른 못지 않게 생각의 깊이가 있는 아이다. 부모의 이혼과 할머니의 죽음으로 큰 슬픔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모든 현실을 받아들이는 아이, 하지만 그렇게 된 데에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는 따질 줄 아는 아이, 할머니를 포함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쓴 소리를 해대지만 그 이면의 아픔을 이해하고 헤아릴 줄 아는 아이.  자신의 동생이 태어났을 때, 나의 반쪽이라 하며 지켜줄 것을 다짐하는 아이. 그러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아이의 의문과 질문, 그 답에 대한 반응을 통해 많은 걸 느끼게 된다. 할머니는 또 어떠한가? 이야기 내내 등장할 거 같던 할머니는 연세에 비해 정정하다는 주변 인물들의 평에도 불구하고 '암'에 걸려 돌아가시게 된다. 이야기 초반에는 딸과 손녀가 부끄러워할 정도로 거친 입담과 황당한 행동을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가족에게 민폐만 끼치는 별난 할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할머니의 다소 과장되고 거친 행동이 손녀에게만큼은 언제나 히어로같은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할머니의 소망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마음 한 켠이 찡해 옴이 느껴졌다. 죽는 그 순간까지 손녀에게는 활기차고 쾌활한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었던 할머니, 손녀와 비밀처럼 공유하고 있는 상상의 왕국에서 언제나처럼 재미난 이야기를 펼치며 살고 싶었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 자는 것이 무서웠던 어린 손녀를 위해 상상의 이야기를 지어내어 이야기 해줬던 할머니. 그것이 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손녀는 알고 있다. 나도 두 딸을 키우며 이야기를 지어내어 해줬던 경험이 있다. 잠자리에서 이야기책 한 권 읽어달라 하면 책 펴고 읽는 것이 귀찮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지어내어 해줬는데, 그것을 두 딸 모두 너무나 좋아했다. 사실 엄마의 귀찮음으로 인한 대안이었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더 좋아했으니.... 이 책의 할머니도 자신이 들려 주는 상상의 이야기들이 손녀에게 꿈과 용기를 줄 거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소설의 말미에 손녀에게 남긴 할머니의 유언장이 나온다.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진 할머니의 유언장. 그 편지를 읽으며 손녀는 그렇게 훌쩍 떠나버린(돌아가신) 할머니를 용서하기로 한다.

나의 기사 엘사에게.

주글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주거서 미안해. 나이 먹어서 미안해.

너를 두고 떠나서, 이 빌어먹을 암에 걸려서 미안해. 가끔 개떡 지수가 안 깨떡 지수를 넘어서 미안해. 

-중략-

비정상이었던 거 미안해. 사랑한다. 우라지게 사랑한다. (P. 54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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