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 더 이상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롤프 젤린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더이상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이 책의 표지 제목 아래 쓰여진 글귀이다. 휘둘릴 정도는 아니라 해도 쉼게 거절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며 지금껏 혼자 상처받아온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니, 스스로 그렇다 하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심이 어떤지....

예전에 나는, 나름 순수하고 착한 편이어서 힘들고 귀찮아도 남의 부탁을 거절한 적은 없다. 심지어 손해를 볼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거절 못하고 해주는 편이었다. 오지랖이라 해야 하는지 남들의 안 좋은 상황은 절대 모른 척 못 하고 같이 고민하고 슬퍼하고 위로해 주고... 그러다 내 시간도 할애해 가며 해결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곤 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그때는 젊고 순수해서 무엇이든 해보려는 의지도 강하고 체력도 있어서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몸과 마음 모두 변한 것이 많아 그때만큼의 사랑과 배려는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힘들게 하는 관계를 위한 희생과 힘겨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니.... 책을 통해서라도 그것을 극복할 만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더이상 쓸데없는 시간과 감정 소모 없이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사는 방법을 소개한다니... 호감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착하고 온화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하고, 내 의견을 말하고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니... 그야말로 나에게는 꼭 필요한 책인 셈이다. 얼마 전에도 난 어떤 지인과의 통화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당했고, 내가 다른 의견을 내자 너무 순진하다며 웃어넘겼다. 자신의 생각이 확실이 맞다며 끝까지 내 의견을 무시하는 그 사람은 그 후에도 안 좋은 일만 있으면 나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겼다. 결국엔 자기 생각대로 할 거면서도 몇 번이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장시간 자기 속내를 털어놓는 그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난 그 사람에게 싫은 내색 한번 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너무 솔직하지 못한 건 아닌지 죄책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인데 왜 내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그때부터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계속 높아갔다. 이 책에서도 이러한 예가 나오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해야 하며 적절한 제스쳐와 표정까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재미있었다. 실제로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고....

삶에 있어서 사람과의 관계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 소통이 잘 되고 관계가 좋다면 최상이겠지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거나 그 사람 자체가 독특한 경우 그 모든 걸 다 수용하려 하면 본인의 삶 자체가 힘겨워지는 것이다. 저자는 공과대학을 나와 13년간 건축 저널리스트로 근무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며 심리학 공부를 하게 되어 지금까지 25년간 심리 상담과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가족 관계, 교우 관계,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등 다양한 상황이 실례로 들어가 있어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자신의 경우에 해당하는 예를 몇 가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설명해 주니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나의 상태를 잘 짚어주고 이해해 주는 저자의 위로와 공감의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가 아닐지.... 맞아~ 내가 이렇지. 그렇게 살아왔지. 그런데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고...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생각과 행동을 한번 바꿔보라고 그렇게 권유하는 책이다. 나도 읽으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지난 날의 나의 행동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바뀌게 될 지 모르겠으나 읽는 동안에는 많은 위로를 받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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