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꽃을 사랑하는군요!" 그녀의 드레스 윗부분을 보며 로랑스 부인이 감탄했다.
그녀는 정말 꽃을 사랑했다. 속된 의미에서 꽃들이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녀를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 알기에 사랑했다. 꽃의 아름다움과 경쾌함, 그리고 슬픔까지 사랑했고, 특히 아름다운 것만이 풍길수 있는 고유의 분위기를 사랑했다. 싱싱함을 잃으면그녀는 마치 낡은 드레스처럼 그것들을 버렸다.  - P13

태어난 순간부터 의식하지 않은 채 숨을 쉬어왔던 아이는 자신의 가슴을 부드럽게 채워주는 공기가, 사실느끼지도 못하는 것이지만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못한다.  - P15


그런데 그는 아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는 떠날 것이다. 슬픔에 잠겨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시선이 드레스에 장식된 시든 꽃들의 한층 더 생기 없는 시선과 마주켰다. 그 꽃들의 시선은 힘없는 눈꺼풀 아래에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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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윤리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떠안아야할 두 번째 과제는 창조적 인간이 되어 소비와 수용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적이란 그림을그리고 시를 짓고 작곡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태도,
하나의 성격, 인간과 세계를 대하는 하나의 자세로서 창조성이다.  - P65

 그러면 나는 그 책을 실제로 읽는 것이고,
책을 읽고 난 나는 달라진 인간이다. 책을 읽고서도 내가똑같은 사람이라면 그 책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나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그 책을 그저 소비한 것이다.
- P66

대부분 우리는 산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을 지성적이고 추상적으로 분류하지만 진실로 그들을 보지 않는다.  - P67

자신을, 자신의 호불호를 타인에게 투영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과 감수성, 매우 높은 객관성이 필요하다. 그에 더해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겐 바로 그 집중력이 부족하다. 바쁘기 때문에, 동시에 모든 것을 하려고 들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집중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되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신문을읽는 동시에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다른 일을 한다. 실제로는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 P70

진심을 다하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그 전통에 찬동은 해야 한다. 지금은 사물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다시 인간에게 윗자리를 돌려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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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고혈을 빠는야만적인 형태의 물질적 착취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아니라 해도 급격한 감소 추세로 미루어 볼 때 다음 세대에는 완전히 사라질 듯하다. 하지만 대신 다른 일이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모두가자기 바깥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이용한다. 사물의 생산이라는 한 가지 전능한 목표만 존재할 뿐, 우리가 입으로만신봉한다고 고백한 목표, 즉 완전한 인성 발달, 완전한 인간 탄생과 성장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 P55

결국 목적이 되어버린 수단, 사물의 생산만이 중요한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물로 바꾼다. 우리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제작하고, 점점 더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생산한다. 19세기에는 노예가 될지 모를위험이 있었다면 20세기에는 로봇이나 자동인형이 될 위험이 있다. 분명 시간은 절약된다. 하지만 막상 시간을 절약해놓고는 그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며, 잘해봤자 시간을 죽이려 애쓸 뿐이다.  - P55

우리는 영원히 소비자다. 담배와 술, 강연과 책, 영화와인간을 소비한다. 우리는 아이가 부모에게 요구하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조차 아이에게 필요한 신제품을 말하듯 한다. 우리는 엄청난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수동적 소비자이며, 젖병과 사과를 기다리는 영원한 신생아다. 우리는소비하며 고대하지만 우리가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에 계속 실망한다. 우리는 사물을 생산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사물과의 관계에서는) 극도로 비생산적이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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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우리 자신을 사물로 바꾸어서는 안 되며 우리는 사물의 주인으로만 존재해야 할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을 조종하지않고 사랑할 때, 화가처럼 생명을 부여하는 관계 맺음을통해 유리잔 같은 사물조차 생명을 얻을 수 있다.  - P43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을 충분히 오래 바라보기만 해도 그것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는 사실을 배운다. 하지만 어떤것을 얻어내려 하지 말고 그것을 진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진정으로 고요할 수 있어야 한다.  - P44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은 인생의 최악이 아니다. 최악은 무관심이다. 고통스러울 때는 그 원인을 없애려 노력할 수있다. 하지만 아무 감정도 없을 때는 마비된다. 지금껏 인류 역사에서 고통은 변화의 산파였다. 역사상 처음으로무관심이 운명을 바꾸는 인간의 능력을 짓밟아버릴 것인가?
- P45

인간은 자연의 변덕이다. 유일하게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생명체다. 인간은 자연에서 사는 동시에 자연을 초월하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과거 미래를 자각한다. 인간은 동물처럼 본능적으로만 살지 않는다. 자연에서 거의 뿌리 뽑힌 존재이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는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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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길레프의 발레 기획은 총체성과 해방의 기구器具를 추구했다. 그리고 이 추구가 의도적으로 건드린 가장 민감한 신경은 정치적, 경제적,
제국적 권력의 심장부이자 서유럽에서 기존 질서의 매우 중심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성도덕이었다.  - P69

그러나이제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갖춘 남자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발레뤼스 전반에 데카당스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로베르 드 플레르와 가스통 드 카바이예의 연극 「성스러운 숲에는 "우리는 매우 우아한 신사나리가 돼가고 있어. 아주 세련된 사람들, 아주 타락하고 아주 발레뤼스한 사람들을 알아가는 중이지"라고 말하는 캐릭터가 나온다.
- P73

『런던 타임스』의 표현대로 무용에서의 진짜 혁명"을 가져온 사람은 니진스키였다.55 1828년 카를로 블라시스는 『무용술The Code ofTerpsichore에서 팔을 둥그렇게 만들어 팔꿈치 끝을 보이지 않게 해라"라고 썼고, 춤에서 곡선은 직선을 정복했다. 고전 발레에서는 항상우아함과 매력이 캐릭터 및 해석보다 더 중요시됐다. 포킨은 해석 쪽으로 옮겨갔지만, 니진스키는 눈에 익숙한 즐거움인 ‘선의 아름다움에 의도적으로 반발하며 극단적으로 표현성을 강조했다.  - P75

라는 장면 묘사와 함께 끝난다. 이 발레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죽음을 통한 삶에 대한 찬가이자, 처녀는 그 자신이 의미하는 다산성과생명이라는 특징들을 기리기 위해 제의적 죽음에 선택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봄의 제전은 죽음, 재생과 연관된 폭력, 그리고 제물의역할에 부여하는 중요성 때문에 비극으로 간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 P79

이제 모든 것이 우리 둘이 원하는 대로 준비되면 「봄의 제전이 어떤 모습일지 알겠어. 새롭고 아름답고 완전히 색다른 것 하지만 일반적인 관객에게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고, 감정을 자극하는경험이 될 거야  - P81

그렇게 다길레프의 계획부터 스트라빈스키의 구상, 니진스키의 목표와 예측, 「봄의 제전」이 폭발적 경험이 되리라는 몽퇴의 예감까지더해, 기대와 도발, 긴장의 분위기가 이 발레작품의 탄생을 에워쌌다.
모종의 스캔들이 의도되고 예견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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