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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생활자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2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면생활자|조규미|자음과모음
미래의 한국, 내 얼굴을 완전한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가면이 있다면 그리고 그 가면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달콤한 유혹을 그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인간은 끊임없이 현실의 세계에서 더 나아진 모습의 미래를 꿈꾼다.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자신의 상을 그려놓고 그러한 이상에 자신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자신의 삶을 이상향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희망이 없는 미래사회, 정해진 범위 내에서 정해진 미래를 걸어야하는 상황 속에서 나의 욕망을 표출하고 싶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면 속에서만큼은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나 그 공간을 꿈꾸고 싶지 않을까.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최하층의 노동자계급의 진진은 높은 신분의 가면생활자로 사는 삶을 꿈꾼다. 새로운 가면을 만드는 이들은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가면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진진은 새로운 가면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얼굴도, 그 얼굴이 만들어준 새로운 신분도 모두 사랑한다. 이 모든 권리가 정말 나의 것이길 바라며 끝나지 않을 꿈이길 바란다. 가면을 가진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정원, 그 안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인연과 꿈꾸던 얼굴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건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가면이 보여줄수록 진진은 가면에 대한 집착이 커져만가는데, 이러한 이들의 욕망을 바탕으로 가면의 제작자들은 어린 청소년들을 유혹한다. 가면이 주는 우월감과 동질감, 그 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이 원하는 욕망을 펼쳐준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10대의 나이에 정해진 틀 안에서 원하지 않는 삶을 선택해야만 한다면 그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너무 걱정 마. 우리에게는 회복할 힘이 있어. 함께 이겨 나갈 수 있는 시간도 있고. 그러니까 잘될 거야."
233p
진진은 벗어나고자 가면을 선택했고, 그렇게 가면이 주는 안정감에 길들여져갔다. 가면은 그렇게 그녀의 욕망을 바탕으로 삶을 지배해갔고, 가면에 잠식된 자들은 가면 속의 자신의 내면은 외면한 채 가면이 보여주는 화려한 삶을 꿈꿨다.
가면의 화려한 삶 뒤에 오는 공허함은 더 큰 우울감을 심어줬고, 가면을 만드는 이들은 그들의 공허함을 바탕으로 더욱 자극적인 가면을 개발한다.
하지만 오타는 진진을 그 세상의 괴리감에서 벗어내고, 가면의 위해를 세상에 알린다.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은 자신의 의지고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단단히 만들어주는 자존감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오롯이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낸다. 무궁무진한 삶을 꿈꾸는 이들의 미래를 사회의 틀에만 가두지 말고 그들의 가능성을 믿어준다면, 그들은 다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이 이들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