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만큼의 눈물로 너를 기다렸다
김하인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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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인생의 나락같은 상처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에게 닥친 시련. 실패를 배우지 못한 어린 아이가 예기치 못한 실패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했을 때의 고통은 물론 힘들었을 것이다. 제대로 실패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그 시련을 헤쳐나가는 방법도 몰랐을 것이다.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방법으로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은 해선 안될 짓이었다. 그리고 그 상처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라고 믿으면서 그 고통을 외면하는 것도 해선 안될 짓이었다.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향했던 필리핀. 그 곳에서 만난 자유. 엄마, 아내, 법조인으로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향했던 곳에서의 일탈은 그 자체로도 설렜으리라.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젊음 역시 그녀를 어린 시절의 첫사랑으로 이끌었을테고. 거기에 바닷속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나를 오롯이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 빠르게 마음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온 일상, 잊혀지지 않지만 잊어야만 하는 일탈. 그리고 그 일탈이 만든 비극.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 언제나 내 곁에서 위로해주던 사람, 오롯한 내 편이라고 믿었던 유일한 사람으로 인해 내 모든 것이 무너졌다. 내 모든것을 잃은 것만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내가 무엇인가를 얻을 때마다 그것이 누군가의 상실로 만들어진 자리였다면.
빼앗긴 자는 다시 빼앗았고, 뺏는지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 무엇인가를 원한다는 것, 그리고 그로인해 한없이 잔혹해지는 것. 그래서 더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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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또라이의 작가 일지
김영돈 지음 / 다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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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이 이젠 더이상 어렵거나 특별하진 않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글쓰기란 어딘가 모르게 어렵고 부담되는 일이다. 글쓰기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던 책. 우리가 평소 SNS에 기록한 글은 단순히 그곳에 적혀있을땐 하나의 글이지만 이 글들이 모여 하나로 다듬어지면 충분히 작가가 될 수 있다. 사실 살면서 이런 이야기가 글감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많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할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품고산다. 제목도 특이하고 삽화도 귀여워서 기대 많이했는데..내가 원하는 키워드만 잘 잡아서 습득한다면 나쁘진 않은 책. 일상을 특별하게 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다른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과는 좀 다른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보통은 글을 쓰는 과정을 알려주는데 이책은 처음부터 마케팅과 홍보방법을 강조한다. 물론 내 글을 판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기저엔 내 글이 소장하고싶을만큼 매력적이어야지.. 판매에 주력하기보단 홍보에 주력하라는 말은 공감. 진정 매력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쓴 글이 숙성된 술이라면 그 위의 제목이란 라벨링을 거치고 홍보라는 포장을 해야한다. 아무리 내용물이 맛있고 향기롭다해도 라벨과 포장에 신뢰감이나 매력이 없다면 선택받지 못할테니까.

걸레를 빨면 걸작이 된다. 나는 자의식 없는 매미의 짧은 생에서 걸작을 본다. 축축한 지하에서 수년을 견뎌내며 얻어낸 껍질을 거침 없이 벗어내고 숲으로 날아가 울어보자. 작가, 자의식을 벗어나 걸작이 되자.
- 71p
매력적인 글쓰는 법을 좀 더 매력적이게 쓰는 법. 여전히 제대로 된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와인도 완성이 되었다고 끝이아니라 숙성될 것이냐 부패될 것이냐에 따라 구분이 되듯이 글도 그렇다. 숙성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는 말한다. 우선 쓰라고. 일상 속에서 겪은 나의 이야기, 내가 적고싶은 이야기,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내가 상상한 이야기. 그 어떤 글이라도 좋다. 다 적은 글은 다듬어나간다. 필요없는 이야기를 쳐내고 잘라낸다. 그렇게 고쳐나가면 담백한 글이 완성된다.

샘플 원고는 당신 책을 완성하기 위한 방향키다. 두세 장 가량의 한 꼭지를 제대로 완성하면 이제 당신은 초고 완성을 위헤 질주하게 된다.
샘플 두 장 반, 당신을 첫 책의 주인공으로 이끄는 시작점이다.
-254p
조앤롤링, 김훈, 스티븐킹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이 작가들의 사례로 글쓰는 구성법부터 마지막 판매까지 이 책은 그 모든 과정의 정리물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는 모두 나만의 컨텐츠로 이야기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젠 이야기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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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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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그린 책이 아닐까. 타자기를 사랑하고 연기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관찰하는 것을 사랑하고 소소한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관찰하고 그려낸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 톰행크스 자신의 목소리와 색감이 뭍어있다. 실제로 타자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100여개의 타자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톰행크스답게 토톡토톡 눌리는 타자기로 한글자 한글자 담아냈을 법한 열일곱개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 
중간중간에 그려진 타자기 삽화들도 좋지만, 책 속에 특유의 감성이 너무 좋다. 우리 모두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듯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이한 사건은 없지만 하루하루 특별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누군가에겐 평온한 하루하루의 기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 타자기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주고 작은 에피소드라도 타자기가 꼭 들어가는 것이 너무 귀엽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매일 아침 두시간씩 글을 썼을 그의 성실함이 느껴지는 문장들. 

글을 읽다보면 배우라는 그의 직업적 의식이 담긴 문장들이 눈에 띈다. 항상 누군가가 쓴 글을 읽고 외우고 그것을 다시 자신에게 맞춰서 연기를 하던 그가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로 글을 쓴다. 자신의 삶이 담긴 이야기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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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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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란 단어는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할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때도 헤어질때도 안녕이라는 인사를 한다. 안녕, 반가워! 안녕, 다시만나. 안녕. 안녕이라는 단어 속에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 이야기한다. 그간 평안하고 건강하게 잘 있으란 누군가에게 복을 빌어주는 단어.
네가지의 만남과 이별이 이어지는 동안에 이 책은 큰 말을 하지않는다.
소세지 엄마에게 어느날 태어난 소세지 아들은 엄마의 무릎에서 평안히 나이를 먹어가고, 늙어간다. 늙은 아들보다 더 늙은 엄마는 죽고 혼자 남은 아들은 여전히 엄마의 품이 그립다.
여전히 엄마의 품이 그립던 할아버지는 남겨진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한다. 나를 해할 수 있는 존재를 품는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의 곁을 또 다시 떠난다는 것. 떠나고도 잊히지 않는 아이가 되는 것.
강아지는 혼자였다. 어느날, 세상이 바뀌면서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되었어도 함께 할 누군가를 찾는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소세지할아버지와 가족이 됐다. 함께 먹고 함께 생활하던 그 삶에서 소세지 할아버지가 사라진다. 함께 품을 나누던 사람이 사라지자 강아지는 다시 그 자리를 누군가로 채워낸다. 불은 외톨이다. 주변의 모든 이들을 태운다. 그런 그에게 폭탄아이와 강아지가 나타났다. 함께하고싶지만 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낸다.
글이 없는 책인데 몇번이나 소리를 질렀다. 왜 우리는 이별을 해야할까. 만남의 끝은 왜 이별일까. 우리는 안녕의 끝이 왜 또 다시 안녕일까.
짧은 그림책 속에 우리의 지금모습이 너무 많이 투영돼서 마음이 아팠다. 유행처럼 번지는 반려동물, 버려지는 아이들, 가족이 필요한 소외된 사람들, 누군가와 다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봐 혼자 숨어야 하는 존재들.
그리고 죽음 이후, 누군가를 그리는 마음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참 다정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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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년의 미학 썅년의 미학
민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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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광고로 접한 썅년의 미학.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근사근한 오지라퍼가 되어야하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썅년이 되지 않기 위해 버텨왔던 지난 날을 통쾌하게 추억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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