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봄
오미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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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청춘이라는 이름의 끝자락 같은 나이. 무엇인가를 새로이 시작하기엔 늦은듯한 기분이 들고, 그렇다고 이 자리에 안주하기엔 너무 아쉬운. 

많은 청년들의 삶이 팍팍해지고있다. 그래서일까, 나조차도 즐겁고 행복한 삶의 기억보단 짓눌리고 억압되고 부담된느 일들의 투성이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생각지 못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문제들.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 세상에서는 나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당신의 세상 또한 그렇다.
-33p

어른이 되어간다는 핑계를 대며 버텨내지만 하루하루가 녹록치 않다. 그래서 삶은 변화무쌍한 봄날씨 같다. 어느 날은 살을 에일듯이 춥다가, 어느날은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다가, 또 어느 날은 바람이 살랑이는 그런 하루. 그런 하루하루 속에서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꽃을 피워내고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아낼 것이다. 

꽃을 피워내기까진 많은 고난의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은 어떤 순간엔 날 옥죄기도하고, 어떤 날엔 날 성장시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고통이 즐겁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근데 슬픈건 말이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거야. 
상대방이 말하는 안녕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어.

만남을 뜻하는지, 헤어짐을 뜻하는지
다시 묻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 
정말이지 '안녕'이라는 단어는 이상한 말이다.
-171p

스물 아홉의 나이, 여전히 나는 미숙하고 어린데 세상은 나에게 어른이 되라고 말한다. 그 속에서 느낀 불평 불만을 적은 일기들이 모여 하나의 책이 됐다.

문장이 아닌 단어의 나열이다. 무엇인가를 서술하기보단 그려냈다. 짧은 언어, 그 안에 나타나는 직설적인 삶의 고뇌. 짧은 봄날처럼 흔들리는 청춘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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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식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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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보단 훨씬 쉽고 재밌게 읽혔던 2권
아무래도 이 책 속의 화자가 처한 현실이 1권은 믿기 힘들정도로 힘들어서 말을 옮기기조차 힘겨웠고, 이젠 쾌락 속에 날 망가뜨려가는 모습이라 더 빠르게 써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멀리 보이는 도마뱀에 내의식을 실어 보냈던 어린 시절의 그 기억을 두고 22살의 패트릭은 내 인생을 구렁텅이로 넣어버린 아버지의 부고를 듣는다. 단 하루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3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동안 패트릭은 서서히 자신을 죽여간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죽여가면서 죽지는 않는 아이러니. 망가진 이유는 사라졌지만, 복수를 하지 못하고 그 기회조차 박탈당한 상처받은 어린 소년은 갈 곳 잃은 원망을 자신에게 표출한다. 부모와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란 어른아이는 여전히 불온전하고, 상처가득한 삶이었으며 자신을 보듬어 줄 최소한의 안식처를 바랐다.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패트릭을 위로하지만 그에겐 위로조차도 너무나 힘든 현실이다. 엉망이 된 삶 속에서 쾌락에 몸을 맡기지만 그마저도 온전치 못한 삶. 온전하지 못한 하루를 끝마치고 그는 그토록 잃고싶었던 유해와 함께 마지막장 속으로 사라졌다. 오물로 가득찼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의 삶. 그래서 다음 그의 삶이 너무나 기대된다. 

"인생의 가방에는 오물이 가득할 뿐 아니라 새기까지 하죠.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어요, 안 그래요?"
-2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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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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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과 다를 바가 없는 하루의 시작, 그리고 결코 괜찮지 않은 저녁의 끝.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토록 출연을 원했다는 작품이라길래, 믿고 보는 배우의 선택은 옳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책을 들었다. 분명 짧은 문장으로 쉽게 쓰여진 책인데, 더구나 얇기도 얇은데 읽는 내내 읽기가 힘들었다. 다 읽고 나서야 이 이야기가 이 많은 사건이 겨우 하루만에 이뤄진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저 어리고 작은 다섯살의 아이가 받은 충격으로 자신을 파괴했던 사람. 1992년에 처음 이 책이 나왔다니, 그 당시에도 이 어린 아이가 겪은 고통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 이야기가 자전적 소설이라니. 20년간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패트릭과 자신을 별개의 인물로 바라봤을까, 아니면 자신을 100% 투영해 바라보며 힘들어했을까.

부유층이라는 껍데기에 가려져 그 누구도 이 아이의 실제적인 아픔을 알아주지 않았을지 모른다. 피폐한 청년기와 우울증, 약물중독에 자살기도까지.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이렇게 아름답고 처연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40번이 넘게 자신의 원고를 고치고 고치면서도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을 패트릭 멜로즈로 분리해내는 과정이.

아버지는 왜 그랫을까?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 패트릭은 생각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
-45P

이 문장을 읽자마자 정말 마음이 아팠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 그리고 숨겨진 진실, 상처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척 어른이 되야 했던 그 날 밤의 기록. 그 속에서 상처받은 아이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가두고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어제와 다를 것이 없이 시작된 하루. 속은 곪아버린 가정이지만, 겉으론 완벽한 모습으로 이웃을 대하는 부모님. 언제나처럼 우아한 모임을 갖고 있지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사람. 폭력이 일상 속에 자리잡은 남자. 그 폭력의 시작은 아내였다. 폭력 속에서 탄생한 아들은 엄마에게도 두려운 기억의 조각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하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두려웠던 미숙한 모정. 그 모정은 다른 아이들을 후원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표현됐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이 고통받을 땐 외면하고 말았다. 끝내 아들의 방에 들어서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지 않았다면, 패트릭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정상에 있다는 느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은 특권을 누리는 굉장한 향연일 때가 있고, 사람들의 아첨과 시샘일 때가 있었다. 또 어떤 때는 젊고 예쁜 여자의 유혹이, 또는 사치스러운 커프스 단추가 그 중요한 일을 성취시켜 주기도 했다.
-163p


일상 속에 폭력은 그 날의 기억도 담장 너머로 보내버린다. 담장을 넘어가는 도마뱀. 도마뱀처럼 집 밖으로 넘어가고 싶은 패트릭. 도마뱀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내 고통도 그와 함께 사라져버렸다는 믿음. 마치 어느 날과 똑같이 내 머리칼을 잡아당기던 폭력처럼 일상에 스며들듯 새겨진 고통.

날 상처내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내려가 고상한 부유층의 이야기를 나누는 아버지. 날 찾아왔지만 날 결코 안아주지 않는 엄마. 다섯살의 어린 아이는 그렇게 상처받고 자신의 성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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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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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길지않고 정말 읽기 좋은 문장으로 된 소설.

극작가이면서 소설작가라니 대단하다. 글이란게 비슷한듯 미묘하게 또 달라서 어렵고 힘든데. 문장이 간결하면서 호흡도 좋고, 고전소설같지않게 딱딱하지 않아서 거기에 추리소설은 사건사고가 복잡해 간혹 문장이 어려우면 어려워지는데, 이 책은 문장이 어렵지않고 간결해서 쉽게 읽혔다. 그래서인가 계속 변하는 시점과 사건이 어렵지않게 이해됐다.

이 책은 크게 세등분으로 나뉜다. 두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따라 화자가 바뀐다.

트위스티드캔들은 고전추리소설답게 가장 기본적인 인류에 가치를 따른다. 악인은 악인이고 선인은 선인이다. 그 사이의 인물이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극을 이끄는 중심적인 요소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이다. 카라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광적인 집착으로 이어졌고, 렉스턴 부부는 서로를 지키지 못할것에 대한 두려움, 티엑스에겐 렉스턴의 누명을 벗기지 못할까봐 느끼는 두려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소설이 좋은 점은 그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렉스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고있는 티엑스가 그렇고, 바르톨로뮤양이 보여준 선의가 그랬다. 거기에 자기소신이 있는 바르톨로뮤양 멋있어!


추리소설임에도 살인에 대한 트릭을 독자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이 부족한게 아쉽다. 처음 제목이 왜 트위스티드 캔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좀 더 극적으로 살렸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단순하게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한페이지가 아쉽게 재밌게 읽혔다. 고전소설에 갖고있던 편견이 사라지는 문장들. 문장의 매력에 빠지고싶다면 추천!

#트위스티드캔들 #도서출판양파 #에드거윌리스 #고전추리소설 #추리소설 #킹콩원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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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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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길지않고 정말 읽기 좋은 문장으로 된 소설.

극작가이면서 소설작가라니 대단하다. 글이란게 비슷한듯 미묘하게 또 달라서 어렵고 힘든데. 문장이 간결하면서 호흡도 좋고, 고전소설같지않게 딱딱하지 않아서 거기에 추리소설은 사건사고가 복잡해 간혹 문장이 어려우면 어려워지는데, 이 책은 문장이 어렵지않고 간결해서 쉽게 읽혔다. 그래서인가 계속 변하는 시점과 사건이 어렵지않게 이해됐다.

이 책은 크게 세등분으로 나뉜다. 두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따라 화자가 바뀐다.

트위스티드캔들은 고전추리소설답게 가장 기본적인 인류에 가치를 따른다. 악인은 악인이고 선인은 선인이다. 그 사이의 인물이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극을 이끄는 중심적인 요소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두려움이다. 카라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광적인 집착으로 이어졌고, 렉스턴 부부는 서로를 지키지 못할것에 대한 두려움, 티엑스에겐 렉스턴의 누명을 벗기지 못할까봐 느끼는 두려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소설이 좋은 점은 그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렉스턴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고있는 티엑스가 그렇고, 바르톨로뮤양이 보여준 선의가 그랬다. 거기에 자기소신이 있는 바르톨로뮤양 멋있어!


추리소설임에도 살인에 대한 트릭을 독자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이 부족한게 아쉽다. 처음 제목이 왜 트위스티드 캔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좀 더 극적으로 살렸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단순하게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한페이지가 아쉽게 재밌게 읽혔다. 고전소설에 갖고있던 편견이 사라지는 문장들. 문장의 매력에 빠지고싶다면 추천!

#트위스티드캔들 #도서출판양파 #에드거윌리스 #고전추리소설 #추리소설 #킹콩원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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