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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평점 :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가장 표면적으로 표현한 단어는 단연 지옥고가 아닐까 싶다. 지하, 옥탑, 고시원이라는 열악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더 나아질 삶을 기대하며 고단한 하루의 끝을 맡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독립을 한다. 회사때문에, 학교때문에, 사람때문에, 혹은 나때문에. 28살,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나이의 청년들의 민낯같은 자취기랄까. 독립이란 단어에는 단순히 혼자 살아가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나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전하고 쾌적한 나만의 삶을 산다는 것, 그 독립의 쌉쌀한 기록이랄까.

그래서 이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박혀들어갔다. 우리는 여전히 집이 없다. 그래서 집이 많이 남는 사람의 집을 빌려 살아간다.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아픈 집을 돌보지 않고, 그렇게 병든 집은 또 다시 누군가에게 넘어가고, 그렇게 수명을 다한다. 순전히 내 것이 아닐 공간을 사는 사람과 그 공간을 빌리는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방치되는 공간.
그리고 누군가는 그 방치되는 공간조차 갖지 못하기도 하지. 사람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높은 탑 위의 보기 좋은 떡이고, 그 떡은 높은 곳에 오른 어른들이 결국 취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묵은 빨래를 하고 싶어진다. 햇살좋은 날, 흰 이불을 발로 꼭꼭 눌러밟아 어디에선가 뭍었을 지 모르는 먼지와 때를 벗겨낸다면. 하지만 자취생에게 흰 이불도, 옥상 위의 손빨래도 사치겠지.
여유롭지 않은 자취생이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는 결국 듬뿍 넣은 섬유유연제로 가린 외로움의 냄새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추운 겨울 날, 포근한 이불 속에 누워 좋아하는 책 한권과 맛있는 음식, 정확하겐 손 끝이 노오랗게 물드는 잘 익은 새콤달콤한 귤 한바구니를 까먹는 것이야 말로 겨울을 누리는 최고의 사치다.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고 쉬다가 읽다가 잠들었다가 또다시 쉬는 오롯한 재충전의 시간.
그리고 그 아늑함으로 마음 속의 상처들까지 위로받는 것. 어디에선가 누릴 수 있는 나만의 휴식처처럼 말이다. 독립은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독립을 해야만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으로 위로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