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틴 블레이크 : 모든 것이 가능한 드로잉
제니 우글로 지음, 박순미 옮김 / 크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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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인간에게는 예술이 필요합니다. 예술은 생명을 품고 있죠. 여러분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우리를 고양하는 힘이 있어서 고통에 매몰되지만은 않습니다. 충격적인 장면일지라도 그 안에 드로잉이 있다는 것은 당신이 그림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고, 창조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행위’는 매우 매혹적이죠. 저에게 그 ‘행위’는 드로잉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든 예술은 매혹적입니다. 예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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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펜선이지만 내용만은 따뜻한 퀸틴 블레이크의 드로잉 작품집. 단순히 그의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세계와 예술관까지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완독하기엔 너무 어려워서 가장 기대했던 로알드 달과의 에피소드를 가장 먼저 읽었는데 마녀를 잡아라를 읽으며 느꼈던 익살스러움이 아마도 퀸틴의 삽화로 더 깊게 느껴졌다. 이 책에 담긴 드로잉 작품들은 지난 2018년에 보았던 퀸틴의 전시와도 또 다른 그림들이 많았는데 간혹 어두워보이기도 하고 기괴해보이기도 했다. 그의 예술에 대한 진심이 그의 작품에 드러난 것이겠지.
#퀸틴블레이크 #모든것이가능한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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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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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미술관에서 먹고 마시고 자려는 일련의 시도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자기만의 미술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혹은 자기만의 영화관을, 도서관을, 자기의 감각에 따라 전시된 예술과 현실을 만나게 할 어떤 접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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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조리한 일들은 이 세상에서 그냥 일어나 우리를 덮치곤 한다. 언제나 우리 중에서 가장 약한 쪽을. 가장 무르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박지리문학상 #점거당한집 #최수진작가 #사계절출판사

이 이야기가 박지리 문학상을 받았다는 건, 문학의 새로운 한 걸음이 진행되었다는 것.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내면을 보편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새로이 보고 있을 것이란 것.

세 편의 단편 소설집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마치 한 편의 이야기이면서 그림이자 또 하나의 행위예술과도 같다. 비극적 시대를 경유하는 예술가들의 표현법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직면한 지구의 문제와도 같달까. 지금은 낡아버렸지만 한 때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미래였던 백남준의 작품들처럼. 그가 자신의 작품 속에 펼쳐낸 미디어아트 속 작품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싶지만, 미디어 세대의 미래를 예견했던 것처럼 말이지.


소설의 전개가 기존에 읽던 구조와 달라서 친절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이 낯섬이 주는 미지의 공간이 재밌다.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범감각적 이야기가 때론 낯설게 다가왔다가 또 어느순간 익숙하게 상상하게 만든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 서로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겪었던 사건을 우리는 어쩌면 함께 경험한 듯한 비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재난이 만든 파괴적인 허무감 속에서 우린 또 서로의 기댈 어깨를 바라보고, 희망을 찾게 되지.


모든 것을 잃은 절망 속에서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가 새로운 희망의 세계를 열었던 것 처럼, 이 집의 문을 열고 나가면 새로운 희망이 열릴 것만 같다. 그래서 마치 우리는 이 세상에서 잘 살아남았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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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는 너에게 저스트YA 9
지혜진 지음 / 책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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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 주며 손을 내미는 것, 또는 내민 손을 잡아 주는 것. 가장 원하는 일이었으면서 또 가장 망설였던 일 나는 아직도 내 몸 어느 구석에 남아 있는 긴장의 공기를 밖으로 더 빼내야 했다.
-123p.

담임의 말에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에 대한 질문 하나 를 마음속에 띄워 놓았다. 다들 평평하고 안정된 공간 위에 서 있는데, 나만 몹시 휘어 있거나 가파른 곳에 서 있는 느낌이었 다. 이 공간은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유일한 곳이었다.
-39p.



우리는 모두 내 삶의 주인공이자 이 세상의 지나가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아무리 작은 곳에 있어도 날 발견해주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큰 소리를 쳐도 날 바라봐주지 않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모든 아이들은 이 시간을 건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신혜가 자퇴를 한 것도 인하가 선택되지 못한 아쉬움에 고통받는 것도 호연이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모두 어른이 되기 위해 커다란 알을 깨는 손간이겠지.

신혜 곁에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어른이 오롯한 어른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선생님과 감독을 보며 느낀다. 선혜가 어떤 이름이건 어떤 모습이건 늘 믿고 응원하는 가족들도 있잖아.

모두가 미숙한 지금의 우리는 단단해지도록 달리며 엑스트라가 되어가는 시간을 오롯이 견디고 이겨내야한다. 적어도 내 삶의 주축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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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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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한줄]

후회라는 마음의 통증은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낳는다. 니지코 씨의 흔들림 없는 강인함과 애정이 내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

요즘 들어 이런 느낌의 소설이 많이 나온다. 죽음으로 이별을 맞은 이들과 살아있는 자들의 아쉬움이 만나는 공간이랄까.

우리는 모두 떠난 이들이 다진 세상에서 그들이 남긴 기억의 조각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또 남은 사람들을 위해 다른 조각을 남기며 살아가겠지. 그게 어떤 모습이건 간에.

초록 세계와 파란 세계를 잇는 다리인 퐁카페의 고양이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부지런히 전달하기 위해 문을 부지런히 넘나든다. 어쩌면, 고양이라는 존재가 갖는 미신적 의미를 이렇게 동글동글 잘 담아 놓아서 더 공감 됐을지도 몰라.

간절함을 담아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워할 때, 어쩌면 그 옆에 있는 문 한쪽에서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만나지 못한 아이, 다시 만나지 못하는 부모님, 헤어진 첫사랑, 내 삶에 큰 무언가를 남긴 선생님.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 관계는 때론 힘을 주기도, 상처를 주기도 하지. 그 작은 관계를 참 몽글몽글하고 예쁘게 담아내 좋았다.

어딘가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따뜻한 햇살 아래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퐁 카페가 있다면, 나는 누구를 만나고 싶을까?


#퐁카페의마음배달고양이 #시메노나기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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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자들의 황야 하지은의 낮과 밤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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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은 릴레이 서평단의 마지막은 밤시리즈인 오만한 자들의 황야구나.

하지은 소설의 매력은 역시나 익숙한 우리의 감성을 담았지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지.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소설을 즐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대부분 우리와 다른 정서를 갖기 때문인데, 하지은 소설에서는 그런 미묘한 기시감이 사라진다.

이 황야엔 많은 인물간의 비극이 서려있다. 사랑, 배신, 복수, 그리고 출생의 비밀(?)까지.

서부극 답게 현란한 총싸움으로 마치 영화를 보듯 만화를 보듯 그려지고 호흡도 빨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낮시리즈의 달콤한 이야기를 보다가 이런 전쟁을 보니 또 색다르다. 하지만 이런 폭군은 옳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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