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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당한 집 -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최수진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평점 :

[책속한줄]
미술관에서 먹고 마시고 자려는 일련의 시도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자기만의 미술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혹은 자기만의 영화관을, 도서관을, 자기의 감각에 따라 전시된 예술과 현실을 만나게 할 어떤 접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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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조리한 일들은 이 세상에서 그냥 일어나 우리를 덮치곤 한다. 언제나 우리 중에서 가장 약한 쪽을. 가장 무르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박지리문학상 #점거당한집 #최수진작가 #사계절출판사
이 이야기가 박지리 문학상을 받았다는 건, 문학의 새로운 한 걸음이 진행되었다는 것.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내면을 보편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새로이 보고 있을 것이란 것.
세 편의 단편 소설집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마치 한 편의 이야기이면서 그림이자 또 하나의 행위예술과도 같다. 비극적 시대를 경유하는 예술가들의 표현법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직면한 지구의 문제와도 같달까. 지금은 낡아버렸지만 한 때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미래였던 백남준의 작품들처럼. 그가 자신의 작품 속에 펼쳐낸 미디어아트 속 작품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싶지만, 미디어 세대의 미래를 예견했던 것처럼 말이지.
소설의 전개가 기존에 읽던 구조와 달라서 친절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이 낯섬이 주는 미지의 공간이 재밌다.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범감각적 이야기가 때론 낯설게 다가왔다가 또 어느순간 익숙하게 상상하게 만든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 서로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겪었던 사건을 우리는 어쩌면 함께 경험한 듯한 비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재난이 만든 파괴적인 허무감 속에서 우린 또 서로의 기댈 어깨를 바라보고, 희망을 찾게 되지.
모든 것을 잃은 절망 속에서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가 새로운 희망의 세계를 열었던 것 처럼, 이 집의 문을 열고 나가면 새로운 희망이 열릴 것만 같다. 그래서 마치 우리는 이 세상에서 잘 살아남았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