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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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참 독특한데, 켄 리우라는 작가의 일대기가 우선 흥미롭다. 이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아 정말 이 책의 모든 에피소드에는 그가 겪었을 사회적인 편견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을 쓴 켄 리우는 중국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후 하버드 법학 전문 대학원을 졸업,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7년간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열세편의 작품 속에는 동양인으로 겪어야했던 차별, 프로그래머로써 일하며 상상했을 법한 미래의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이 유독 많은데, 여기에 아시아의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까지 담겨있어 소설 속의 정서를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고 되려 익숙했다.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간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동양적 관념이 많이 들어있어서 많은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첫 소설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종이동물원' 속의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시뮬라크럼의 아버지와 딸의 관계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종이동물원의 라오후(호랑이)의 울음소리가 유독 인상깊었는데, 으르라앙이라는 표현이 주는 그 기분이 묘했다. 사실 코팅된 종이의 마찰로 나는 소리를 호랑이소리로 대입하면서 '으르라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 마져도 살아있는 소리로 느꼈을테지만. 그리고 그 근간에는 여전히 다문화가정이 겪는 어려움 특히 매매혼으로 성립된 가정의 어린아이가 느꼈을 사회적 소외감과 인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단순히 SF적요소 뿐만 아니라 가족의 의미 더 크게는 언어로 표현되는 민족의식까지 고민해봤다.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AI가 통제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소설도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대부분의 소설에서 자신의 모국어인 한자를 모티브로 한 SF소설이 많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제는 미국에서 미국국적으로 살고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고 그 근원에 대한 고민을 소설로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에 나오는 구미호라는 존재도 동양적 귀신의 의미가 아닌가. 서양의 귀신과 다르게 염은 여우이기 때문에 죽여서 소멸시켜야 할 존재가 아니라 지켜야하는 생명이 된다. 그래서 이 둘은 연대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13편의 이야기는 배경도 이야기의 중심서사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속엔 기본적으로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애정과 사랑이 바탕으로 깔려있다. 서양적인 시점의 인간애적 요소이기 보다는 동양적 관점으로 보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바탕으로 깔려있어 그 부분이 흥미로웠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요소를 잘 녹여내 보는 내내 전체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혼란과 사회적 인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달까.

동서양의 이야기가 융복합된 색다른 소설이라 매우 흥미롭다. 과거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여전히 흥미롭고 우리의 관심을 이끄는 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꾸준히 배워온 우리의 존재적 가치의 근원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근원적 가치는 어려운 가치가 아닌 부모와 자식간의 끈끈한 유대, 민족의 얼을 담은 언어적 가치,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최소한의 애정이 담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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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대화를 위한 과학 -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과학 지식
전승준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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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을 뜨고 잠이 들 때까지 일상생활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과학현상과 밀접한 생활을 한다. 이 책은 '과학'이라는 단어의 의미에서부터 시작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보편적인 과학의 가치와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학이라는 단어의 기본 개념에서 시작한 이 책은 물리, 화학, 생물, 수학까지 과학의 다양한 개념을 다룬다. 

가벼운 교양서적일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더 심도있는 과학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학창시절 배웠던 개념의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그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앞으로 닥쳐올 인공지능의 세계에서 지식의 양은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처음부터 이야기하는 기본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한 과학의 이해가 있어야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잊고 있던 개념들을 이렇게 다시 접하니 색다르다. 

오랜 시간동안 학문적인 의미의 과학을 배우면서 왜 우리가 과학이란 학문이 필요한지, 그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실생활에서 과학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우리에게 과학이란 과학의 다양한 개념과 이 시대에 과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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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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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동네나 혹은 어느 학교에나 있을법한 구전설화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 이야기의 근본적 공포는 내가 이길 수 없는 자연현상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날 괴롭히는 대상이 실체가 없는 존재라는 것. 사실 이런 이야기가 도시괴담의 모티브가 되는 것이겠지만.

 

도시괴담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자연현상에 얽힌 괴담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현상 속의 나무들조차 이 세상에서 함께 살고자 한다면 얼굴이 있어야 한다니 너무 서글펐다. 얼굴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척이 얼마나 심한 것일까.

 

보통 우리는 몇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동물이나 식물을 영물 혹은 낮게 잡아 요물이라고 부른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그만의 역사를 구축해나간다. 그래서인지 소리나무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을 이 세상에서 영유하게 할 자신의 얼굴을 찾아 나선다.

 

"그것이 뭐든, 명심해. 우리 삶은 여기에 있고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죽음으로 달아날 수 있죠. 죽으면 끝이니까요."

"그건 마무리가 아니라 절단이지. 삶이 낸 문제에 죽음으로 답하는 건 모두를 엿 먹이는 짓이야. 안 그래?"

-73p

 

실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안무섭다고 마음을 몇번이나 다잡았는지 모른다. 그것이 나타날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몇백년이고 이어진 설화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에 진짜 있다면 얼마나 섬찟할까 싶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다급해졌다.

 

죽음으로도 피해갈 수 없는 삶. 내가 죽으면 그 죽음의 책임이 다른 가족에게 간다는 것이 더욱 큰 공포로 다가왔다. 대를 넘어서 피를 나눈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든 그 책임이 넘어간다는 것도 공포가 아닐까.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인간은 자연이란 커다란 존재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느꼈다.

 

나는 혼돈 속에 던져질 것이다. 하지만 답이 혼돈 속에 있으니 그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답을 찾아야 혼돈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결국 이 놀이의 본질이었다. 일상의 당연한 나와 균열을 비집고 들어온 당연하지 않은 또 다른 나의 자리다툼.

-171p

 

몇천년을 같은 자리에서 숨쉬며 자신만의 꿈을 꾸었을 노목들과, 어리석은 욕심으로 자신을 팔아낸 나약한 인간의 아슬아슬한 공존이라니. 상대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구전설화의 색다른 해석이 너무 무서웠다. 연리지에 담긴 의미가 사랑이 아닌 구속이 될 수 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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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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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모여서 선이되고 선들이 모여 하나의 면이 된다. 
그렇다면 점선은?  
점도 아니고 선도 아닌 중간의 영역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기를 우리는 청춘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완전한 어른도 완전한 아이도 아닌 미완의 상태. 점도 선도 아니지만 점보다도 선에 가깝게 다가가는 시기의 청춘들.

이 책은 짧은 소설이다. 정말 쉽게 읽혀서 한장 한장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림자를 잘라낸 여자친구, 그림자는 남에게 보여지는 내모습이아닐까 더이상 누군가를 배려하고 함께하고싶지 않고 사회에 지친 서진이 보여지는 내 모습을 떼어내고 나만의 순수한 욕망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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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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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이 겨우 찾아낸 안식처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사람은 어디로 가야할까.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파멸되어질 것인가.

삼십대 중반의 여성 레이철이 사랑하는 남편을 쏘아 죽였다. 책은 도입부 부터 이 책의 슬픈 비극을 이야기하며 서문을 시작한다.

강렬한 시작에 이어 책은 시간을 거슬러 레이철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한다. 싱글맘으로 자신의 딸을 꿋꿋이 키워낸 당찬 여성이라는 사회적 이미지의 이면엔 어린 소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이자 품어주는 엄마라는 존재는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강압적이고, 레이철이 원하는 것을 빌미로 그녀의 안식을 빼앗아 갔다.

엄마가 죽어버린 후에야 자신의 오랜 숙원과도 같았던 자신의 친부를 찾아 다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자신의 친부를 만나지 못한다. 아버지라 믿어왔던 '제임스'는 꿈꿔왔던 아버지가 아니었기 때문. 대신 자신의 삶을 깊게 이해해 줄 친구를 만나게 된다. 기자로써의 삶도 승승장구하고, 그 곳에서 만난 남자와 가정도 꾸리고 레이철의 인생은 이제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 믿었다.

뒤이어 종군기자로 활동하는 그녀는 그 곳에서 겪은 전쟁의 날것을 바라보면서 점차 피폐해진다. 전쟁이라는 이유로 자행되어지는 폭력을 그저 바라만 보면서 같은 인간으로써 겪어야만 했던 고통과 무기력함으로 인해 자신을 가두고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되는 레이철은 해서는 안될 실수를 저지르고, 그렇게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아버지를 찾을 때부터 도움을 줬던 브라이언이다. 그는 그녀를 다시 일으키고, 살아갈 힘을 만들어준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진 새롭게 만들어진 안정된 생활 속에서 만족하며 살았던 레이철이었지만, 그 안정된 공간이 부정당한 순간 가정이란 새장은 산산히 부서지고 상처받은 인간은 결국 해선 안될 총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죠. 어머니가 그냥 아저씨를 쫓아내기만 했다면, 우린 둘 다 괜찮았을 거예요. 하지만 아저씨를 지워버려서, 그냥 사라진 거예요. 죽으면 이름과 묘비라도 남지요. 지워진 사람들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게 돼요."
-59p

사실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하기 전까진 한 여성이 불우한 가정환경, 전쟁이라는 사회환경으로 인해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가를 나열하기 시작한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나열되는 사건들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루면서도 사건 사이에 유기적인 흐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소설의 초반에는 도미노를 쌓듯이 레이철이 겪어야했던 불우한 어린시절, 부재인 아버지란 존재에 대한 열망, 자신이 원했던 안정적인 가정의 파괴, 눈 앞에서 겪어야했던 전쟁의 폐해, 커다란 사건 앞에서 무기력했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괴감을 펼쳐낸다.

마지막 도미노가 세워지고 난 후, 브라이언의 키스가 이 도미노를 밀어내고 레이철의 감정은 완성된 도미노를 와르르 무너뜨린다. 그 도미노 위에는 브라이언의 피로 그림을 완성한다.

평소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성장소설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늘 삶이 부족했던 그녀에게 그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존재는 항상 원하던 중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존재의 부재. 그 안에서 불안정하게 완성된 자아. 지워진 존재에 대한 갈망이 다시 사라졌을 때, 인간은 얼마나 나약하게 무너져내릴 것인가.

브라이언으로 막아냈던 그녀의 둑은 그가 빠져나감으로써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렸고,  레이철 역시 함께 바스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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