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군대의 재림

죽은 자의 심판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8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추리소설과 크라임소설계에 유럽파가 대세인건 더 이상 뉴스도 아닌데 초기의 북유럽쪽에서 이제는 전 유럽의 다양한 나라의 장르소설들이 소개되고 있어 장르소설을 사랑하는 나에게 바랄나의 없는 희소식이다.

특히 프랑스의 심리스릴러나 범죄소설은 기존의 문학작품과 조금 다르게 대중성을 갖추고 있는데다 심리묘사에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고 있어 프랑스소설은 재미없고 딱딱하며 난해하다고 생각하던 나의 기존 입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제라고 불리우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이 책 `죽은 자의 심판`은 특히 파리 강력계의 형사이자 기존의 형사반장과 너무 다른 수사기법을 보이는 아담스베르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종의 시리즈로 다소 엉뚱하고 몽상가적인 중년의 남자로 섹스어필하거나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기존의 형사캐릭터완 확실히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시리즈를 이끌어가고 있다.

죄를 지었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간 사람들을 처단하러 나타나는 신의 대리자같은 전설의 성난군대

오랜세월 이 전설이 지배하는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에 또 다시 성난군대를 본 예언자가 그 표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작은 마을 오르드벡은 공포와 혼란이 뒤덮게 되며 표적이라 지목된 사람중 한 사람이 사라졌다 시체로 발견된 순간 전설은 마침내 눈앞의 실체가 되어 나타난다.

오르드벡과 거리가 떨어진 파리 강력계에 나타난 한 부인의 요청으로 이 사건에 발을 디밀게 된 아담스베르그는 파리에서 일어난 자동차방화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터라 이 사건의 수사 요청을 수락하게 되고 마침내 전설이 지배하는 그곳으로 가게 된다.

책속에 등장하는 아담스베르거라는 인물은 상당히 독특한 수사를 보여주고 있다.

증거와 각종 과학 장비의 도움을 받은 과학적 수사기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재의 경찰수사와 전혀 다르게 눈으로 보는 모든것을 기억하고 거기에 상상력과 영감을 덧붙여 나름의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서 빠진 조각을 찾아다니는 일종의 조각그림맞추기와 같은 기법을 보이고 있어 상당수의 범인을 잡은 그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런 수사 기법에 못마땅한 팀원도 있지만 그들의 이런 불만 아닌 불만은 오히려 수사에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어 환상의 팀웍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앙숙이지만 급할땐 멋진 팀웍을 발휘하는 형사들이 있고 엄청난 덩치를 가진 여자지만 남자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하며 작전을 구사하는 여형사가 있으며 시도때도 없이 먹어야하는 형사와 잠이 많아 곤란한 형사가 있다.

얼핏 엉터리 같은 이런 팀원들이 이들보다 더 엉터리같은 형사반장인 아담스베르그를 중심으로 허술한듯하지만 결국에는 올바른 길로 접어들어 결국엔 증거조차 없는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이 더디지만 흥미로운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곳곳에 유머코드가 숨겨져있어 살벌하기 그지없는 살인의 현장에서도 그 잔인함이 어느정도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길거리에 흔하디흔한 비둘기를 괴롭히는 것 하나까지도 예사로 보지않는 그의 성격과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본 것의 차이를  정리되지않은 채 중얼거리듯 하는 장면을 보면 왠지 정신사나운듯한 느낌도 들지만 이런 점이 그와 기존의 형사들과의 차이라고 본다면 오히려 캐릭터가 확실해지는 느낌이다.

성난군대라는 전설을 이용해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을 찾는 순간순간에 번뜩이는 영감이 엉뚱하게도 파리에서 벌어진 자동차방화살인사건의 범인을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는 장면을 보면 그 기발함에 놀라게 된다.

다소 몽상가적이면서도 번뜩이는 영감을 가지고 작은것에도 예사로 보지않는 그의 따듯하면서도 엉뚱한 면이 시리즈를 이끄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지...

확실히 기존의 형사캐릭터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자비의 시대는 가고 심판의 날이왔다

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그를 깨어나게 한 건 또 다른 죄소자의 고해였다.

`네 아버지는 자살한게 아니다, 소니`

오랜시간 마약에 쩌들고 멍해진 머리를 꿰뚫고 들어온 그 한마디로 모든것이 시작되고 어긋났던 것들을 바로 잡기위한 아들의 복수가 시작되는 요 네스뵈의 신간이자 스탠드 얼론인 `아들`은 인간 내면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복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유명한 복수극의 고전인 몽테크리스트백작부터 아줌마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아침드라마의 막장에서까지 숱하게 쓰이는 소재인 복수는 그만큼 인간의 본성에 가깝기에 늘 그 파괴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한 감정은 사람들을 매혹시켜왔다.

당하는 사람이 처절하면 처절할수록 복수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그 갈망에 보는 사람들마저 타당성이 있다 여겨지고 정당성이 부여되면 이제는 복수를 하는 사람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용서가 될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를 방해하고 복수를 막고자 하는 사람마저도 나쁜 놈이고 처리해야하는 사람으로 간주할 정도로 독자와 복수자는 한 몸처럼 여겨지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아들인 소니 역시 그런 주인공중 한 사람이다.

오랜세월 감옥에서 마치 성직자나 구도자와 같은 길을 걷듯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죄를 사하여주며 더 이상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않던 그였기에 그런 그가 감옥을 탈출하여 저지르는 모든 살인과 폭력에 왠지 정당성을 부여하는것 같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살인자를 잡기 위해 흔적을 찾고 용의자를 쫏는 형사인 해리에게 익숙했던 독자에게 아무리 억울한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지만 엄연한 범죄자인 소니의 편에서서 그를 응원하기 위해서는 그의 캐릭터가 매력이 있을뿐 아니라 그의 분노에는 반드시 정당성과 필연성이 부여가 되어야하는데... 작가인 요 뇌스뵈는 그래서 주인공인 소니가 서른의 나이임에도 보는 사람들이 소년으로 볼 정도의 동안같은 외모와 마약중독자임에도 깨끗하고 맑은 눈동자를 부여했을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왜 그런 죽음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는지 그 죽음에 얽힌 사연을 덧씌워 소니가 더욱  분노해야할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그리고 당연히 독자들은 그의 복수에 박수를 보내게 되고...

아들인 소니가 무기력한 중독자의 삶을 떨치고 일어나 복수를 해야만 하는 정당성을 부여한 후의 이야기는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듯 화려하고 스릴있으며 속도감을 보여주고 있어 헐리우드블럭버스트 영화를 보는듯 하다.

처벌받아 마땅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처리해 가는 과정에 드러나는 온갖 비리와 편법을 보면 노르웨이에서도 우리와 비슷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경찰과의 유착,죄를 짓고도 얼마든지 가볍게 벗어날수 있다는 가진자들의 여유와 오만함,어디서든 통하는 뇌물수수 그리고 음모와 배신

더 이상 신선하지않은 소재인 복수를 가지고 얼마든지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요 네스뵈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처단하고 응징하는 응징자의 모습을 엄청난 카리스마와 분노를 가진 히어로같은 남자의 모습이 아닌 아이같은 순수함을 가진 소니라는 인물을 내세워 왠지 복수가 그의 개인적인 것이 아닌 마치 신적인 영역을 넘은듯한 느낌을 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누구나 쉽게 마약을 살수 있고 심지어 정부의 돈으로 마약을 구할수도 있는 나라...흥청거리며 술에 취하고 마약에 취한듯한 노르웨이의 밤거리에 구도자같은 소니의 모습은 그래서 더 강한 대비가 된다.

복수의 카타르시스적인 면과 그 후의 허탈함과 공허함을 잘 표현한 아들

해리홀레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져준 책이었다.

어느 경찰관의 일생

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올 상반기 출간해서 주변 장르소설 애독자들 사이에서 서서히 심상치않은 입소문을 타던 책이 있었다.

처음 신간으로 소개될 때만해도 솔직히 홍콩사람이 쓴 추리소설이라는 것 때문에 은근히 폄하하는 마음이 없지않았고 누군가가 엄청나다 대단하다는 말로 리뷰를 올렸어도 워낙 장르소설이란게 취향을 많이 타는 분야라 그러려니했었다.

근데 이 입소문이 갈수록 커지고 읽은 사람은 대부분 입을 모아 칭찬하는게 아닌가

궁금증이 생겨 결국 나 역시도 이 책을 선물받기에 이르렀고 그토록 궁금했지만 꼭 읽을 책이라 생각해서 그동안 다른 사람의 리뷰도 읽지않았던 내가 내 눈으로 이 책의 유명세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읽고 난 후의 감상은...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칭찬을 한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건 해결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깔끔하게...그 과정을 보면 저절로 머릴 끄덕이게 했고 우리완 달리 총기를 사용할수 있는 홍콩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총격씬에 있어선 그 긴박감과 아슬아슬함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안락의자 탐정답지않은 현장감을 느낄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2013년부터 1967년 사이에 있었던 사건중심으로 6편의 이야기가 마치 서로 다른듯 시간의 흐름속에 연결되어있는 다소 색다른 구조다.

곧 죽을 운명을 한 채 의료장비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전설의 탐정이라 불리우던 관전둬가  침대에 누운채 말도 못하고 숨도 스스로 호흡하지못한 채 사건해결을 위해 처음 등장하는 1편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을 보고 얼핏 제프리디버의 유명 캐릭터 링커라임이 떠올랐지만 이 편에선 그의 역활은 단지 그가 존재한다는걸로 끝날뿐 그의 제자이자 아들같은 뤄샤오밍의 독무대였다.

끈적끈적하고 어두운 악의로부터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가는 뤄 독찰의 모습은 일반 형사의 모습과 닮은듯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건해결을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안에서만 움직이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있어선 심증이 가도 더 이상 손을 대지못한 기존의 형사캐릭터와 달리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선 은근한협박을 하거나 덫을 놓기도 하는등 물불 가리지않는 모습을 보여준다.그것도 경찰제복을 입고서...

경찰의 존재이유와 경찰이 가져야할 자세에 있어서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모습이 상당히 멋지게 보였다.

이런 그의 태도는 그의 스승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관전둬에게서 배운 것인데 첫편을 제외하곤 모두 그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홍콩의 특징상 삼합회와 같은 폭력조직과의 대결이나 검거를 위한 전쟁같은 사건이 많은데 마치 오래전 유행햇던 홍콩 느와르의 한장면을 보는듯 했던 `가장 긴 하루`와 `테미스의 천칭`은 특히 이런면이 두드러진 이야기였다.

`죄수의 도의`에서도 폭력조직이 나오지만 이 편에서는 특히 과감한 트릭과 기발한 발상이 돋보였으며 생각도 못한 반전으로 놀라게 해줬다.

첫편과 단 한줄로 연결되어 다 읽고서 맨 처음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게 한 마지막 이야기 `빌려온 시간`은 관전둬가 경찰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연히 사건속에 휘말리게 된 그가 사건 해결을 하기 위해 몸소 고생하고 뛰어 다니는 갓 스물된 앳된 관전둬를 만날수 있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부침을 겪은 홍콩사회와 그 시절을 관통하듯 겪은 전설적 인물인 관전둬의 일생을 역순으로 풀어나간 13.67은 각 단편을 통해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이웃사이더로서의 홍콩시민들의 좌절과 혼란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시절 그들이 겪은 실제의 사건과 이야기가 한데 얽혀 그 당시의 시대상을 볼수 있었다.

`당신이 보호해야 하는 건 홍콩정부야 아니면 홍콩 시민이야? ` 라며 보잘것 없던 청년 관전둬가 경찰을 향해 일갈하던 장면에서 그가 가장 가치있게 여기고 중요하게 생각하던 철학이 나온다.

그리고 그의 이런 태도는 줄 곧 이어져와 우리가 마음속으로 원하고 바라던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유혹과 외압에도 흔들리지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반드시 해결하는...진정한 작은 영웅같은...

네가지 서로 다른 사랑의 온도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7월

첫사랑에 눈뜬 사춘기의 소년 소녀과 늘 사랑에는 운이 없었다고 말하는 여자와 오랜세월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중년의 부부 그리고 언제 떠나도 이상할것 없는 노년의 부부가 프랑스의 투케 해변에서 같은 해 같은 날 스치듯 지난다.

물론 그들은 각자를 특별히 인식하거나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 그저 가족들의 휴양지인 투케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와 각자의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기억 하는 사람도 그다지 없지만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종말론자들이 목청을 돋어서 지구의 종말을 이야기하던 그 해 독립기념일 각각의 사람들은 프랑스 파리의 인근 해변 투케를 찾아 독립기념일을 즐기고 여름 휴가를 만끽하게 된다.

처음 만나면서부터 바로 그녀가 자신의 인연임을 누가 말하지않아도 알았던 15세의 소년이 자신과 같은 마음일거라 생각했던 13세의 소녀에게서 너랑 있어도 손끝이 짜릿짜릿하지않다는 잔인한 말로 무참한 거절을 당한 곳도 그곳 투케이지만 늘 남자운이 안좋다고 불운을 탓하는 여자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가 어린시절 자신의 첫사랑을 재회한곳도 그곳이었다.

중년의 부부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곳도 이곳의 해변이었고 노년의 부부가 마지막으로 향한곳도 이곳 투케였으니 이곳은 모든 연인들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곳이었다.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지고 그 변화된 모습을 그려내 인상적이었던 소설 `내 욕망의 리스트`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프랑스의 작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신작인 이 책 `시작하는 연인들은 투케로 간다`는 파리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가족 휴양지인 투케에서 서로 스치듯 지나친 4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첫사랑에 눈뜬 아이들의 사랑일지라도 그 사랑을 유치하다 하지않고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어 작가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의 진지함을 엿볼수 있다.

어린 나이에도 사랑에 진지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뚜렷하게 인지하는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자신을 사랑하지않는다는 소녀의 말에도 절망하지않고 꾸준히 자신의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소년을 응원하게 했다.

특히 아이들이 다 자라 각자의 인연을 찾아 떠난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공허함과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자신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규율에 얽매이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고 싶어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자신의 집을 떠나 이곳 투케로 와서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마음껏 사랑하고 어떤 규율에 얽매이지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녀를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했다.

뜨겁던 사랑이 스스로 꾸미지않고 노력하지않는 사이 어느새 낡아지고 헤져 마침내 아스라져 갈 즈음 그녀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결국 사랑을 되찾고 삶에도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녀를 보면서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해도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했다.

일상을 벗어나 투케에서 만난 사랑은 특별하지도 않고 거창하지도 않지만 인생을 좀 더 반짝이게 하고 먼 훗날 되돌아 봤을때 추억을 되새기며 잠시의 행복을 느낄수 있게 했다.

각기 다른 네가지 사랑을 통해 사랑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 책이었다.

재앙인가?구원인가? 신종바이러스의 출현

마법사의 제자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올해 전세계를 강타한 전염병들을 보고 공포와 함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않은 사람은 적을것 같다

더더군다나 치사율마저 무시못할 정도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을뿐 아니라 뚜렷한 백신이나 치료제조차 없다는게 사람들의 공포를 더욱 자극했는데...인류가 생긴 이래 꾸준하게 연구해오던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노력이 무색하게 느껴져 왠지 허무했을 정도였다.

아마 앞으로도 제대로 규명하기 힘들 정도의 각종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것이며 지금과 같은 정도라면 바이러스정복이나 퇴치는 요원하지않을까 걱정이다.

혹자는 미래는 곤충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엔 미래를 지배하는건 바이러스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전세계가 각종 바이러스의 공격으로인한 신종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있는 요즘 때맞춰 출간된 책이 바로 황금가지에서 나온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이다.

일본의 대학병원에서 새로운 유형의 전염병환자가 발생하고 이 전염병은 거의 100%에 육박하는 치사율을 보이며 주변을 초토화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간지 기자인 나카야 교스케는 류오대학병원에서 원내감염이 발생했다는 말과 함께 취재요청을 받고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현장은 폐쇄조치가 취해져있을 뿐 아니라 단시간내사망자가 수십명에 이른다는 소릴듣고 놀란다.

시청으로 향한 교스케는 그곳에서 한 여성과 마주치고 그녀를 따라 줄을 서서 직원에게 뭔가 다른 소식을 들을수 있을까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을수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따라갔던 여성에 의해 전염병에 감염,오랜시간을 생사를 넘나들게 된다.

열흘만에 깨어나보니 세상은 엄청나게 변해있고 자신과 그 여성이 감염된 전염병에 `용뇌염`이란 병명이 붙었으며 이 전염병에 걸린 수많은 사람중 단 4명이 살아남았음을 알게된다.

자신과 그 여성 메구미 그리고 87세의 노인인 오키쓰 시게루 라는 노인과, 살아남았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최초감염자이자 메구미의 약혼자뿐...

이들 세사람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새로운 능력을 가지게 되었음을 알게 되고 의료진팀에서도 이들의 새로운 능력에 대핸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데...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떠올릴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전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전염병관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능함에 피가 끓도록 만들었던 메르스사태

책속에 나오는 일본 정부의 대응도 우리와 별다를 바가 없다는 데서 작은 위안을 삼아야하는건지....책속에 나오는 정부와 경찰공무원의 대응을 보면 그저 한숨이 나올뿐이었다.

용뇌염의 최초 전염자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고 그의 약혼녀이자 병원밖으로 질병을 나르게 되는 매개자로서 지목받은 메구미를 향한 사람들의 분노를 보면서 사람들의 이중적인 잣대를 깨닫게 된다.

메구미 역시 자신이 전염병에 걸린 지 모른 상태에서 순식간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게 되었기에 그녀가 많은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가지는것과는 별도로 그녀의 죄라고 할수 없음을 알지만 용뇌염으로 인해 온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겐 누군가 원망의 대상이 필요하고 이에 맞는 사람이 바로 메구미...그래서 그들의 분노와 원망이 부조리함을 알아도 일견 이해는 간다.

또한 새로운 능력을 얻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흥미로우면서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않음을 알수 있다.

우리에게는 없는 무시무시한 초능력을 지닌 그들의 능력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사람과 마치 스타를 향한 관심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로 크게 나줘지다 갑작스런 사고로 한순간에 살인자이자 위험한 인자로 낙인찍혀 도망자 신세가 되는 그들을 보면서 남과 다르다는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방적인 애정과 미움을 받거나 의심을 받는 대상이 될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고 한순간에 모두에게서 살인자라 불리우게 된 메구미가 그토록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원했던 이유에 어느정도 이해가 가고 공감하게 한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나 통제할수 없는 존재를 보는 경찰공무원들의 행동을 보면서 어딜가든 사람들의 행동패턴은 비슷하다는걸 알게 되어 새삼 씁슬하다.

정보를 통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면서 당사자들의 말을 귀담아 듣기는 커녕 무조건 자신들을 따를것을 요구하는 그들을 보면서 메르스사태때 우왕좌왕하던 우리정부의 모습과 어찌나 닮아있던지...읽는 내내 답답하고 씁쓸했다.

인류에게 대재앙을 예고하는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의 출몰을 그린 마법사의 제자들은 ...

우리의 현실과 몹시도 닮아있기에...그래서 더 무섭게 집중하게 되고 마냥 책으로 즐길수만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