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 3집 국경의 밤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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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출퇴근중인 요즘의 나는, 적막을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작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마저 불쾌한 시선을 던지는 숨막히는 적막. 도망치듯 뛰쳐나오고는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했다. 고막을 때리는 전기음이 불편해서 라디오를 끄고, 수다스런 연예인의 신변잡기가 지겨워 텔레비젼을 끈다. 소음을 지나서 다시 적막. 그 와중에 쉴만한 곳을 마련한다는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간신히 '루시드폴'과 새벽의 시간을 이겨낸다. 국어마저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대한민국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다가 내가 '한글'과 인연이 닿아 '루시드폴'의 음악이 마음에 흐르고 있음을 감사하는 중이다. 그의 음악이 고요와 동요 그 어디쯤에서 나를 어루만진 덕분이다. 찬찬히 귀를 기울이면 속삭임이 들리고, 그의 고백이 부서진다. 그리고 빛으로 퍼져나간 이야기는 그대로 머문다. 나의 이야기, 혹은 우리의 이야기인양 그렇게 남아서 자꾸만 부서진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무기력하게 주저앉으려다가 애써 일으켜 세운다. '사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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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 - 3집 국경의 밤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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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고,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자꾸만 흐르는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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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의 소통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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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외수님의 시 몇편을 수첩 한켠에 적어놓고, '장외인간'이란 소설을 떠벌리고 다니며 '감성사전'의 몇가지 정의들을 인용해먹기도 했었으니, 제법 팬이라 자처할 만 했으나, '여자도 여자도 모른다'는 제목따위 꽤 당황스러웠다. 더욱 슬픈건 내용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릇 작가는 자신을 발가벗겨서 글을 써야 한다는 했거늘, 애시당초 시인이 '여자'가 '여자'를 알 수 없다고 규정지을때, 자신의 존재는 살짝 감춰버렸다. 이상괴상한 기호식으로 알 수 없는 여자를 알 수 없는 채로 내버려두고 무조건 사랑해(줘!)야 한다는건 '소통'의 방법이 아니라 단절이다.

 '된장녀'나 '된장남'을 재물삼아 '사랑'이니 '아름다움'이니 지고지순한 말들을 팔아서 책을 엮는건 '시인'답지 못하다. 조금 독하게 말하면 작가가 말하는 '번식력만 왕성할 뿐 창조력은 전무'해버린 '사이비 문인'스럽다. 중간중간에 '시간퇴행'이나 '나는 왜 통조림만 보면 화가 날까'같은 시가 다독이지 않았더라면 중가중간 드러나는 마초의 독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더이상 실연의 상처따위도, 가난의 고달픔도 없는 까닭이려나. 맥락없는 재기로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오로지 하나. '사랑하라'

 물론 '대의'에는 공감한다. '세상 전체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욕구불만'이 개인적인 '병폐'와 사회적인 '부조리'의 원인일게다. 교육이 문제일수도 인성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경쟁이 강요되고 성장이 우선되는 시스템 때문일 수도 있다. 여자들의 사치는 '심미안' 때문이고, 허영은 '불안감'때문이라고 변명하는 동시에 소비를 전적으로 여자의 역할로 치부하면서 그녀의 '감각'을 지지한다. 이건 흡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같은 해답이다. '남자는 두뇌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지만 여자는 감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기'때문이란다. 두뇌는 느리지만 감각은 빠르고, 시대의 변화에 대한 재빠른 동화현상은 여자드르이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이므로, 여자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라면 여자에게 사랑을 기대할 자격도 없단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 책이 250쪽의 빳빳한 종이로 엮어서 이렇게나 많이 팔리고 있어서 나무한테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두개를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삽화때문이다. 수채화로 담은 야생화가 반짝반짝 빛나서 별두개를 쾅쾅 찍고 도서관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한가로운 금요일 저녁,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바닥을 보이기 전에 살짝 눈을 씻겨줄만한 삽화가 가득하다.

 '여자들의 다이어트'나 '여자들의 연애'에 대해 가감없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김현진의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를 추천한다. 앞에서 언급한 발가벗은 작가의 글에는 동시대를 살아내는 '여자'의 가련한 감수성과 꿋꿋한 태도가 스며들어있다. 여자의 얘기는 여자가 하도록 해야 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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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전두환 - 전2권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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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다섯살의 사촌동생은 모든 종류의 지식을 '만화'로 흡수한다. 흡사 얼렁뚱땅흥신소의 용수마냥 얇고 방대한 지식으로 온갖 종류의 고전과 한국사를 꿰고 있지만 줄글로 되어있는 책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만화로 만들어지기 이전의 출판물을 접하지 못한다는데 그 일차적인 한계가 있고, 구체적인 맥락을 통해 이해하는게 아니라 이미지컷의 연결로만 단련된 학습능력이 심히 염려스럽긴 하지만 그나마 '안다'라는 사실이 본인에게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그래, 그나마 알기라도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화 전두환'은 반갑다. 80년의 5월과 87년의 6월조차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무척 못마땅했지만, 어떻게든 그들이 알도록 도왔어야 했다. 전재산이 29만원이라는 그가.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이 만들어지는 이 시대가. 죄 지은 자를 벌하지 못하는 이 땅에. 분노를 잃은 내가 산다. 

 한 장의 그림으로 '풍자'를 담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평가 백무현씨는 서문에서 전두환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한 포털 싸이트에서 그는 '재임기간 중 물가안정, 서울올림픽 유치, 무역흑자 등을 이루었으나, 군부독재라는 비판'을 받은 '제12대 대통령'이라는 연대기만 기술되었을 까닭이다. 맥락을 잃고 부유하는 글자로 전두환을 '알 수 있을까'

 구전소설마냥 은폐되지 못한 80년대의 이야기가 소설과 영화로 재현되고, 나의 것이 아니었던 그때의 뜨거움은 항상 목이 메인다. 애써 직선제를 쟁취해냈던 들풀에 대한 부채감이기도 하며 여전히 '불의'는 죽지 않는다는 무력감이기도 하다.

 내 서재에서 '인물'을 다룰 카테고리의 첫장이 '땡전뉴스'의 주인공인것은 유감이지만, 그 사람에 대한 불편한 사실들을 끝끝내 '기억'해 내야 한다는 사명이기도 하다.

 사족하나 - 청문회에서 명패를 집어던진 노통의 까메오 등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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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놈의 적립금이 아까워서 주춤거렸더랬다. 주위에 무수한 알라디너들의 회유에도 아랑곳없이 업체 1위라는 그 서점의 단골이 되었던 까닭은. 철저히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백수로서 온갖 종류의 마케팅 미끼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뷰는 알라딘을 참고할 지언정 장바구니에 쑤셔놓고 적립금과 포인트를 비교한 후, 쿠폰까지 활용한 다음 내린 선택은 늘상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결정적 계기는 '시사인'의 기사였다. 구체적인 이유는 '땡스투'라는 시스템이었고, 본격적인 실행은 뜬금없긴 하지만 '삼성'때문이었다. 김용철씨의 폭로 훨씬 이전에 구입한 엠피쓰리 때문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바, '착한회사'에게 '구매'로 보답해야겠다는 '신념'을 '실행'해야 하는 때에 이른 것이다.

 무려 일만원을 상회하는 적립금과 플래티넘 회원 자격을 박차고 알라딘으로 옮겨오며 착실한 알라디너로서 꾸준히 '리뷰'를 다짐한다. 흐려져가는 기억을 재생시키고, 무뎌져가는 감동을 회복시키기에는 '기록'이 절실해지더라. 이미지든. 활자든.

 게다가 알라딘에서라면 심지어 '경제적'인 활동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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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직선 2008-04-1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기대됩니다.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