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의 소통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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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외수님의 시 몇편을 수첩 한켠에 적어놓고, '장외인간'이란 소설을 떠벌리고 다니며 '감성사전'의 몇가지 정의들을 인용해먹기도 했었으니, 제법 팬이라 자처할 만 했으나, '여자도 여자도 모른다'는 제목따위 꽤 당황스러웠다. 더욱 슬픈건 내용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릇 작가는 자신을 발가벗겨서 글을 써야 한다는 했거늘, 애시당초 시인이 '여자'가 '여자'를 알 수 없다고 규정지을때, 자신의 존재는 살짝 감춰버렸다. 이상괴상한 기호식으로 알 수 없는 여자를 알 수 없는 채로 내버려두고 무조건 사랑해(줘!)야 한다는건 '소통'의 방법이 아니라 단절이다.

 '된장녀'나 '된장남'을 재물삼아 '사랑'이니 '아름다움'이니 지고지순한 말들을 팔아서 책을 엮는건 '시인'답지 못하다. 조금 독하게 말하면 작가가 말하는 '번식력만 왕성할 뿐 창조력은 전무'해버린 '사이비 문인'스럽다. 중간중간에 '시간퇴행'이나 '나는 왜 통조림만 보면 화가 날까'같은 시가 다독이지 않았더라면 중가중간 드러나는 마초의 독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더이상 실연의 상처따위도, 가난의 고달픔도 없는 까닭이려나. 맥락없는 재기로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오로지 하나. '사랑하라'

 물론 '대의'에는 공감한다. '세상 전체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욕구불만'이 개인적인 '병폐'와 사회적인 '부조리'의 원인일게다. 교육이 문제일수도 인성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경쟁이 강요되고 성장이 우선되는 시스템 때문일 수도 있다. 여자들의 사치는 '심미안' 때문이고, 허영은 '불안감'때문이라고 변명하는 동시에 소비를 전적으로 여자의 역할로 치부하면서 그녀의 '감각'을 지지한다. 이건 흡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같은 해답이다. '남자는 두뇌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지만 여자는 감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기'때문이란다. 두뇌는 느리지만 감각은 빠르고, 시대의 변화에 대한 재빠른 동화현상은 여자드르이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이므로, 여자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라면 여자에게 사랑을 기대할 자격도 없단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 책이 250쪽의 빳빳한 종이로 엮어서 이렇게나 많이 팔리고 있어서 나무한테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두개를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삽화때문이다. 수채화로 담은 야생화가 반짝반짝 빛나서 별두개를 쾅쾅 찍고 도서관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한가로운 금요일 저녁,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바닥을 보이기 전에 살짝 눈을 씻겨줄만한 삽화가 가득하다.

 '여자들의 다이어트'나 '여자들의 연애'에 대해 가감없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김현진의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를 추천한다. 앞에서 언급한 발가벗은 작가의 글에는 동시대를 살아내는 '여자'의 가련한 감수성과 꿋꿋한 태도가 스며들어있다. 여자의 얘기는 여자가 하도록 해야 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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