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첫문장이다. 지옥인줄 알면서도,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대표적인 계급주의 작가답게 직유적이고 솔직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계몽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계몽의 방식과 사회적 여건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까닭에, 일본 서점가를 강타하고, 공산당원수의 증가에 일조했을 것이다.

 올여름 촛불집회가 아쉬웠던 까닭은 어렵사리 모아진 열망을 제대로 받아안아 실현할 정치집단이 없단 이유로 변화, 혹은 발전의 동력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화물연대가 미국산 쇠고기 운송을 반대한 파업으로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여타노동단체들에서 FTA관련 정치적 사안을 이슈로한 파업투표는 대개 부결된것으로 알고 있다.  엄격한 법적인 절차하에 집행된 철도공사의 파업이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저지'등 정치적 사안을 걸었단 이유로 멀리 타지에 계신 대통령이 몸소 '불법파업 엄정처단'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후쿠야마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 운운하며 역사가 종말을 선언한지 10여년이 넘어가도 세상은 1cm도 희망도 보여주지 못한다. 나와 다른 삶의 조건하에 정서적 풍요를 만끽하는 프레시안의 북유럽 특집기사를 읽으며 겪어보지도 않은 사회주의에 대한 아련한 향수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때,  슬라예보 지젝이 가디언과의 인터뷰 말미에서 우리에게 알려준 비밀은 '공산주의는 승리할 것이다'란다.

 여하간에, 프로문학의 전형. 여러모로 다양한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직유법을 좋아하지 않는 취향으로 별은 네개! 

   
 

 무전수는 다른 배의 교신 내용을 듣고, 그 어획량을 낱낱이 감독에게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하쓰코호는 아무래도 다른 배한테 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독은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어업노동자와 잡일꾼은 전보다 몇 배나 센 노동 강도에 직면했다. 언제나, 그리고 뭐든지 막판에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은 '그들'뿐이었다. 감독과 잡부장은 일부러 '선원'과 '어업노동자, 잡일꾼'이 서로 일을 놓고 경쟁하게 만들었다. 똑같이 게 잡는 일을 하면서, '선원한테 졌다'고 하면, (자기들이 돈을 버는 일도 아닌데,) 어업노동자와 잡일꾼은 왠지 똥이라도 씹은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감독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오늘은 이겼다, 오늘은 졌다, 이번에는 절대로 안 진다고 하면서, 피를 머금은 듯한 나날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날 하루 만에 오육십 퍼센트나 생산량이 늘었다. 그러나 대엿새 지나다 보면, 양쪽이 모두 맥 빠져서 일의 능률은 부쩍 떨어져갔다. 일을 하다가 자주 고개를 앞으로 떨어뜨렸다. 감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후려 갈겼다. 불시에 얻어맞은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다들 서로 경쟁사앧로 여기는지,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일했다. 잡담을 할 말한 여유가 없었다.

 감독은 이번에는 경쟁에서 이긴 조에게 '상품'을 주기 시작했다. 불에 잘 타지 않아 연기만 나던 나무는 다시 불이 붙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거야."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선장실에서 선장을 상대로 맥주를 마셨다.  (p.72-73)

 
   

  친구 왈, 초등학교, 정교사와 기간제교사, 방과후 학교 교사의 공공연한 무시와 마찰이 빈번하고, 가르치는 내용도 뻔할텐데 은근한 서열이 존재하단다. 불필요한 경쟁, 노동자의 분화 1cm도 변하지 않고 세상은 반복되고 계속된다. 

   
 

 일본 영화는, 가난한 한 소년이 '낫토 장수', '신문팔이'에서 '구두닦이'를 하고, 공장에 들어가 모범적인 직공으로 일하다가 특별히 등용되어 큰 부자가 되는 영화였다. 변사는 대사엔 없었지만 이렇게 덧붙였다.

 "참으로 근면이야말로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고 무엇이더란 말이냐!"

 거기에 잡일꾼들은 '진지한'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어업노동자와 선원들 가운데 이렇게 고함치는 사람도 있었다.

 "거짓말쟁이! 그렇다면, 나는 벌써 사장이 돼 있어야 하잖아!"

 그러자 다들 크게 웃음보를 터트렸다.

 "저런 곳에선, 당신의 운과 힘을 모조리 쏟아부으라고, 되풀이,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회사로부터 명령받은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회사 소속의 공장과 사무실을 비췄다. '근면'하게 일하고 있는 많은 노동자를 보여줬다. (p.113)

 
   

 정치적으로 나쁜 드라마, 에덴의 동쪽.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세상에서 자수성가 인생역전 스토리는 패배감만 극대화시킨다. 고바야시 다키지는 개인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 400여명의 인물을 선원과 어업노동자등 집단화시켜 서술한다. 처음에는 책읽는 진도가 더딘 까닭도 캐릭터화시킨 인물중심으로 소설을 읽던 습관탓이었다.  

   
 

 ".....들어봐, 가령 부자가 돈을 내서 만든 배가 있다고 치자구. 선원과 보일러공이 없으면 배가 움직일까? 게가 바다 속에 수억 있다고 하자. 만약에 여러 가지 준비를 해서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일하지 않는다면, 부자가 제아무리 돈을 냈다고 해도 게가 한 마리라도 부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겠어? 그럼 우리가 여기서 한여름 일해서 대체 얼마나 수중에 돈이 들어오겠어. 그런데 부자들은 이 배 한 척으로 사실상 손에 넣는 게, 사오십만 엔이라는 돈을 착복하는 거야. 자 그렇다면 그 돈의 철처인데, 무에서 유가 된거야. 알겠어. 모두 우리의 힘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죽을 듯한 우울한 얼굴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더욱 힘을 내자구. 갈 데까지 가면, 거짓말이 아니야. 저들이 우리를 더 무서워한단 말이야. 벌벌 떨지 마. 선원과 보일러공이 없었으면 배는 움직이지 않아. 노동자가 일하지 않으면 동전 한 푼도 부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수 없어. 배를 사거나 도구를 준비하는 돈도, 마찬가지로 다른 노동자와 피를 짜서 벌어준 거야. 우리한테서 착취해간 돈이야. 부자와 우리는 부모와 자식 같은 거야..."(p.155-156)

 
   

 정답이다. 뭉치면 힘이 세다. 뭉/치/면

   
 

 덧붙이는 말 중 세번째,
 그로부터 감독과 잡부장 등은, 어기 중에 파업 같은 불상사를 불러일으켜서 생산량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저 충실한 개는 '무자비'하게 땡전 한 푼 없이 해고당하고 말았다는 것 - 어업노동자들보다 더욱 비참하게도! 재미있는 일은, "아아 분하다! 내가 지금껏, 젠장, 속고 있었다!"하고 감독이 절규했었다는 것.(p.179)

 
   

 가장 코믹했던 반전이다. 공장선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던 감독, 진짜 적은 내륙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데, 저항의 대상은 눈앞의 상대적(!) 권력자를 향할 수 밖에 없다. 그 역시 회사에 복무하는 충실한 개였을 따름이라는 것. 이용가치를 소진한 후에 무참히 버려진다는 것. 이 사회 비정규직의 무능함을 탓하는 잘난 정규직, 혹은 관리직이거나 경영직. 그들의 최후도 다르지 않을게다. 


 덧말 : 하얀표지의 해적판으로 게공선을 읽었다는 쫑원씨, 정녕 2000년대가 보장하지 않았던 출판의 성역이 있었단 말씀이십니까? 물론,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과 함께 더불어살고는 있기는 합니다만. 게공선 정식발행을 기념하며 손수 타이핑한 책을 은밀하게 건네셨다는 선배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도 찍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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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치 2012-07-2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번역되어있는것이 소설 내용에서 따온거라면 번역을 진짜 허술하게 했네요. 하쓰코호는 뭐냐. 핫코인데. 저따구로 번역해서 출간한다면 개나소나 번역가 되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