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버스 - Short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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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한상영가 제도와 싸워 정식으로 극장 개봉하는 첫번째 영화.

 서울 한가운데, 한낮에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의 감동으로, 영화의 내용은 그리 즐기지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영상에 압도당한 까닭일까. 귓가로 스며드는 음악이 너무 강렬한 까닭일까. 맥락을 잃고 부유하는 정신을 잡아두기 쉽지 않았다.

 하여서, 영화에 대한 감상은 좀 더 오랜시간 익히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플라토닉한 사랑의 기원은 그리스 동성간의 육체적인 관계를 전제한 다음에, 정신적인 충만감이 더해진 관계라고 한다. 이 영화, 섹스 그 이상의 정신적 교감을 그리고 싶었던것 같다. 

 실은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한국에 보냈다는 편지에서 힌트를 얻었다.

 "제 바람은 한국대법원이 제 영화 <숏버스> 를 보고 , 이 영화가 얄팍한 의도가 깔린 원시적인 선동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캐릭터들의 진실되고 진지한 감정의 탐구라고 이해했으면 합니다. 이 영화는, 사실은 제 모든 영화는, 우리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는 “우린 과연 혼자인가 그렇지 않은가?”란 질문으로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혼자”라는 의미는 단지 감정적으로나 성적으로가 아니라, 예술적으로나 정치적인 것까지를 포함하지요. ‘스폰지 이엔티’가 <숏버스>를 위해 이 어려운 경기를 치러 주었기 때문에 전 확실히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폰지’가 이 영화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갖고서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도전을 해준데 대해서 큰 감사를 느낍니다. 시대에 뒤진 독단적인 심의 체계가 이 현대적인 사회에 있어선 부적격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지요, 아직까지는 그 무시무시한 기준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된 채 상영되어야 함에 실망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인간 생활에 있어 존재하는 불합리한 두려움이라는 장애물을 깨부수었다는 점에 있어 아주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한 개인의 힘과 확신은, 사회적으로 일반적이지 않거나 동의 받지 않은 사람들이나 사상에 있어, 그 또한 그녀의 침착성의 표시이지요. 한 사회의 힘은 균형이 잡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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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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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Sisters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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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다. 또 가족이다. 이것도 불황탓이련가 가족영화가 풍년이다. 한국영화는 유독 가족에 민감하다. 다행인건 도란도란 둘러앉아 과일먹는 드라마 속 풍경과는 다르다는것. 과속스캔들부터 똥파리까지, 언뜻언뜻 가족에 대한 애잔함이 줄거리를 관통한다. 영화 속 가족은 삐걱거리고 휘청거리고 쓰리고 아프다.  

 공효진의 매력이야 새삼스럽지도 않고, 신민아가 예쁜거는 진작에 알아봤지만, 이둘의 조합이 이렇게 잘 어울릴줄이야. 이들이 연기한 자매는 씨만 다른게 아니라, 직업도, 취향도, 성격도 양극단에 서있다. 사생아로 자란 동생은 미혼모인 언니를 질타하고, 싸가지가 없는 동생은 언니에게 술을 먹지 말라고 다그친다. 그런데, 차가 뒤집어져라 싸우고 난 후에도 나란히 앉아 담배피워물고 얼렁뚱땅 화해하는거 보면, 자매인건 확실하다.

 아빠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시간은 자꾸만 역행한다. 어린시절 사소한 기억의 파편이 완성되는 순간을 위해 여행의 공간은 고스란히 스틸컷으로 기록되고, 화해를 위한 정점에서 재생된다. 한없이 조용하고 정적인 쓸쓸한 풍경에 흘리고 온 이야기들이 마음 속에서 작동하는 순간이다.

 아빠를 찾고, 만난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 
 우리는 한뼘쯤 자랄 수 있을거다.

 너만 힘든거 아니라고, 나도 힘들고, 이모도 힘들다는.
 명주의 독백이 반복재생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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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를 적다보니, 이거 성장영화였나보다.ㅋ

 남다른 필모그래프를 자랑하는 연기자들의 성장이 돋보이는 고로,
 세심한 복선에도 불구하고 편집이 썩 매끄럽지 않았는 고로.
 별네개 쾅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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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 Daytime Dr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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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질을 제작비 대비 관객의 만족감으로 단순치환시킬 수야 없겠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제작비 1000만원으로 만든 높은 수준의 완성도라 하겠다. 판타지를 구현하기 위한 별다른 테크놀로지의 도움 없이고, 낯익은 판타지가 파닥파닥 살아숨 쉴 수 있게 만든건, 바로 '술' 덕분이다.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은 '차나 한잔 하죠'보다 찐덕찐덕한 친분을 쌓기에 적당하다. 심지어 대낮에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일탈적인 행위는 통쾌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백의 월하독작을 논하지 않더라도 딱한잔의 소주가 입에 감기는 맛을 알아버린 사람이라면 인생의 로망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때 단체관람 이후로 5명 이상의 지인이 함께 영화를 본건 처음인듯 하다. 해가 저무는 무렵에 시작한 술자리가 자정까지 계속되는 동안, 영화는 끊임없이 등장했다. 아무도 영화를 분석하거나 해석하려 들지 않고, 저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흉내내기 바빴다. 찌질한 주인공 혁진이에게서, 대놓고 욕을 날리던 란희에게서, 너무 익숙한 스스로의 모습과 욕망을 발견했다. 

 우리는, 실연의 상처는 겨울바다를 보러가는 여행으로 위로가 될거라 믿는다. 여행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비포선라이즈'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바닷가에서 먹는 사발면과 소주가 기막히게 맛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일종의 로망이다.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마냥 사진을 남기고 싶은 그녀처럼 그도 드라마틱한 일들이 펼쳐질거라는 로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의 여행이 끝나지 않았을거라고 추측하는것은 우리가 벗아지 못할 로망의 굴레때문이다.  

 혹자는 경험의 과잉이라고도 했지만, 여행지에서 술로 맺어진 인연들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영화는 꽤나 설득력있게 나의 판타지와 마주하게 했다. 넘쳐나는 에피소드의 향연속에서 적나라한 현실감을 잃지 않았으니, 이런 영화야말로 정신건강에도 바람직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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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석감독과 헷갈리지 말자. 노영석감독은 심지어 한터 워크샵 수료후 단편 없이 첫작품이란다. 공예학이 전공이라는데 각본, 연출, 음악, 미술, 촬영, 자기 혼자 다 했다. 뭐. 경제적이유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혼자서만 너무 잘난데 괘씸죄를 적용해서 -1점. 9점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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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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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추된 가치와, 가면이 벗겨진 환상은 다같이 초라한 외모를 하고 있습니다. 둘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양자를 혼돈하는 일보다 더 쉬운 일이란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20쪽

낙천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에는 우둔의 악취가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40쪽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개의 거짓 믿음으로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 하나는 <영원한 기억>(사람들, 사물들, 행위들, 민족들의)에 대한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교정>(행위들, 실수들, 죄들, 부당행위들의)에 대한 믿음이다. 이들은 둘 다 모두 거짓 믿음들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이와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망각될 것이고, 교정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교정의 과업은(복수도 용서도)망각을 의미한다. 어느 누구도 이미 있었던 부당행위를 교정하지 못할 것이고, 모든 부당행위는 망각될 뿐이다-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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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란 무엇인가 태학산문선 102
심노숭 지음, 김영진 옮김 / 태학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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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주제는 한결같이 고진감래 인과응보 권선징악이 세상의 이치인양 선을 독려했다. 하지만 한해 두해 세상살이의 결이 두터워질수록 착한사람이 복을 받는 다는 진리는 다만 동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회의만 짙어지기 마련이다. 가문의 대를 이어야한다는 여자의 사명감, 가부장적 질서하에서의 폭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노파에서 아내로 이어지는 순정한 염원을 몰라주는 하늘은 어찌 그리도 무심한가. 

 내세, 혹은 사후세계는 다만 좌절을 위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서점가를 휩쓰는 처세술은 약삭빠르게 이익을 챙기는 나쁜 사람이 되라고 공공연하게 충고한다. 돈을 사회적 미덕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에서는 양심에 근거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흥부보다 당장의 실리와 이해관계를 우선으로 삼는 놀부가 긍정적인 인간상으로 재평가 받기도 하지 않는가. 종교에서 벗어난 근대적 인간이 일면 명확한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불필요한 패배감을 피하기 유리할 지도 모른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내 친구 김군은 1000원으로 구할 수 있는 여섯 개 숫자에 즐거운 희망을 품고 일주일을 성실하게 살아낸다. 대물림하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가 흥부에 날아든 제비와 끊임없이 재화가 쏟아지는 박처럼 일확천금의 꿈을 기대한다고 모질게 타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의 성정과 행실은 하늘의 복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서울이란 공간은 그에게 창문 없는 고시원의 방 한 칸만을 허락했을 뿐이다. 그가 기억할 수 없는 전생에 얼마나 큰 죄를 지었든지, 그가 상상할 수 없는 내생에 얼마나 큰 부를 누릴지 현실의 처지를 그저 수긍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늘 생기와 활력이 넘치고 나눌 수 있는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다. 

 보살할멈 박씨와 심노숭의 아내가 득남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생이 불운했던 것은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당대의 사회적 요구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난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이 시대 숙명처럼 그 짐을 짊어진 사람들은 내내 불운할 수밖에 없다. 가부장적 질서를 타파한 세상에서 출산만으로 축복받을 수 있는 것처럼 가난을 자처하는 생태적인 삶의 미덕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게 된다면 로또 없이도 희망이 샘솟게 될 것이다.  

 이상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선을 지향한다. 경쟁과 욕망으로 피폐해진 마음을 다독이며 그래도 지켜야할 정의와 진리를 쫓아 철학과를 선택했고, 진보의 신념을 부지런히 행동으로 옮겼다. 스펙으로 명명되는 조건들로 치장하기보다 내면의 덕을 쌓을 수 있는 고전을 탐독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마음이 풍요로워서 “배우고 또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을 체득할 수 있었다. 

 선의 이유가 복의 추구에 있지 아니하므로 “선행 그것이 바로 선보요, 악행 그것이 바로 악보”라는 작가의 견해는 전적으로 옳다. 악인에 대한 하늘의 벌을 구하느니 차라리 타인에게 해를 가한 ‘양심적 죄책감’을 신뢰할 일이다. 설령 우리 사는 세상이 선함을 조롱하며 악함을 권하더라도 나누고 베풀면서 커지는 즐거움은 퇴색될리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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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였다. 더 말해서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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