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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 Daytime Drink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의 질을 제작비 대비 관객의 만족감으로 단순치환시킬 수야 없겠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제작비 1000만원으로 만든 높은 수준의 완성도라 하겠다. 판타지를 구현하기 위한 별다른 테크놀로지의 도움 없이고, 낯익은 판타지가 파닥파닥 살아숨 쉴 수 있게 만든건, 바로 '술' 덕분이다.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은 '차나 한잔 하죠'보다 찐덕찐덕한 친분을 쌓기에 적당하다. 심지어 대낮에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일탈적인 행위는 통쾌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백의 월하독작을 논하지 않더라도 딱한잔의 소주가 입에 감기는 맛을 알아버린 사람이라면 인생의 로망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때 단체관람 이후로 5명 이상의 지인이 함께 영화를 본건 처음인듯 하다. 해가 저무는 무렵에 시작한 술자리가 자정까지 계속되는 동안, 영화는 끊임없이 등장했다. 아무도 영화를 분석하거나 해석하려 들지 않고, 저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흉내내기 바빴다. 찌질한 주인공 혁진이에게서, 대놓고 욕을 날리던 란희에게서, 너무 익숙한 스스로의 모습과 욕망을 발견했다.
우리는, 실연의 상처는 겨울바다를 보러가는 여행으로 위로가 될거라 믿는다. 여행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비포선라이즈'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바닷가에서 먹는 사발면과 소주가 기막히게 맛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일종의 로망이다.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마냥 사진을 남기고 싶은 그녀처럼 그도 드라마틱한 일들이 펼쳐질거라는 로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의 여행이 끝나지 않았을거라고 추측하는것은 우리가 벗아지 못할 로망의 굴레때문이다.
혹자는 경험의 과잉이라고도 했지만, 여행지에서 술로 맺어진 인연들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영화는 꽤나 설득력있게 나의 판타지와 마주하게 했다. 넘쳐나는 에피소드의 향연속에서 적나라한 현실감을 잃지 않았으니, 이런 영화야말로 정신건강에도 바람직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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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석감독과 헷갈리지 말자. 노영석감독은 심지어 한터 워크샵 수료후 단편 없이 첫작품이란다. 공예학이 전공이라는데 각본, 연출, 음악, 미술, 촬영, 자기 혼자 다 했다. 뭐. 경제적이유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혼자서만 너무 잘난데 괘씸죄를 적용해서 -1점. 9점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