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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오늘이라 시간이 없는 고로, 각설하고 바로 추천으로 들어간다.
MOST WANTED
1. 페터 바이스 - 저항의 미학
3월의 신간 중 단연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독일 작가 페터 바이스의 대작 '저항의 미학'!
바이스는 82년에 죽었는데 저항의 미학 3권은 81년에 나왔다. 한 마디로 그의 말년을 불태운 작품으로 사실 그가 82년에 작고한 것도 이 삼부작을 쓰는데 너무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평가도 아주 높아서 70년대와 80년대를 통틀어 독일어로 쓰여진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주로 유럽을 좀먹어가던 파시즘과 거기에 대한 사회주의 저항을 그리고 있는데 원래 페터 바이스 자체가 그런 단체에 참여해 활동하다 나치 세력이 점점 강해지자 스웨덴으로 달아나 죽을 때까지 평생 거기에 머무른 전력이 있는만큼 더없이 생생한 시대 묘사로 유명하다.
소설은 십대에 만난 세 인물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각각 페터 바이스의 정치와 문학 그리고 예술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만큼 자전적이면서 세 영역에 대한 바이스 자신의 자의식이 깊게 투영된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험난한 시대, 오로지 이상 하나만 믿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던 개인의 투쟁에 대한 초상을 이 소설만큼 역력하게 드러낸 것도 또 없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지금 우리나라도 나치가 한창 창궐한 무렵의 독일만큼이나 어둡고 절망적이다. 달없는 밤, 갈길 몰라 헤매고 있는데 저만치 누군가 조용히 들고가는 초롱불을 보았을 때와 같이 희망과 의지를 얻기 위해 벗해보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스가 제목으로 '저항의 미학'으로 한 것은 체제가 아무리 강력하게 억압하더라도 예술 안에서 사회에 대한 이해와 정치 행동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의 표현이라 한다. 그도 나만큼이나 희망과 의지를 가져다 줄 뭔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 더욱 함께해 보고 싶다.
2. 아머 - 개미전쟁, 존 스타클리
평생 단 두 작품만 남겼다는 존 스타클리의 작품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아머 - 개미전쟁'이 읽고 싶다.
엇! 그런데 이 소설 설정이 참 낯익다. 일단 '아머 -개미 전쟁'은 거대 개미의 모습을 한 외계 생명체가 지배하고 있다는 행성 밴시에서 그 행성을 점령하기 위해 신체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강화복을 입고 투입된 군인들이 거대 개미와 싸우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한 만화 테라포마스가 이와 비슷한 것이다.
이 만화에서는 인류가 화성 개척을 위하여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먼저 이끼와 바퀴벌레를 풀어 놓는데(이끼는 비슷하게 화성 개척을 소재로 했던 영화 '레드 플레닛'에서도 나온 바 있다.) 그만 바퀴벌레가 이상 진화를 하여 인류만한 크기로 거대해지고 지능마저 겸비해선 신체능력 또한 인간을 넘어서 인류에게 아주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화성에서 건너온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때문에 지구가 위기에 빠진다. 백신을 만들려면 반드시 오염되지 않은 샘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오직 화성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화성은 앞서도 얘기했듯이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바퀴벌레들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백신 수색팀을 투입하는데 1차로 갔던 지구 수색팀은 무참히 살육당하고 만다. 때문에 지구는 전과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동물의 DNA를 이용하여 그 동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자들을 육성, 그런 그들로만 구성된 수색대를 2차로 화성에 보낸다. 그리하여 화성에선 지구와 바퀴벌레 간의 처절한 살육전이 펄쳐진다.
어떻게?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머 - 개미전쟁'은 1984년(그렇다!! 무려 32년 전 작품인 것이다. 한 마디로 고전이랄 수 있겠다.), 테라포마스는 2013년에 나왔다. 그렇다면 테라포마스가 '아머 - 개미전쟁'을 심하게 말하면 창조적 재활용을 했거나 덜 심하게 말하면 커다란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솔로몬이 말했듯 정녕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테라포마스'가 얼마나 재활용했는지 알기위해서라도 '아머 - 개미전쟁'이 읽고 싶다. 밀리터리 사이언스 픽션의 걸작이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SO SO ...
3.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20세기 말의 콜롬비아를 그리고 있다고 하니 큰 관심이 생긴다. 바야흐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잔혹하기 그지 없는 폭력으로 콜롬비아 전체를 지배하던 시대. 문자 그대로 헬 콜롬비아. 한 번은 그 시대를 클로즈 업한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이제 그 기회가 온 것 같다.
4. 크리피 - 마에카와 유타카
2011년 일본 미스터리 대상 신인상 부문 수상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이 소설을 정말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은 그런 사실이 아니다.
오직 단 하나, 이 소설이 곧 개봉될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크리피'의 원작이라는 사실 때문에 너무도 읽고 싶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의 공포 영화는 영화감독으로서의 그만의 독특한 자의식이 담겨 있어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자신의 공포 영화를 집대성한 2007년 작 '절규'를 끝으로 더이상 공포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정말로 공포영화 세계를 떠나 있었다. 무려 10년 가까이 지나서 그는 다시금 공포영화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 그가 처음 선택한 작품이니 아무래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전에 미나토 가나에의 '속죄'를 원작으로 드라마로 작업했던 2012년의 동명 작품은 분명히 2011년 3.11 이후, 일본의 속죄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것은 '절규'의 죄의 기억과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기요시는 기억에서 속죄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가 모처럼 돌아와 다시 만든 공포영화 '크리피'에선 또 어디로 나아갔을지 궁금하다. 그 때문에라도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 물론 기요시의 공포영화에로의 귀환을 환영하는 의미도 있다. 더구나 먼저 읽어보신 분들이 무섭다고 하시니 더 읽고프다.
아래는 기요시의 '크리피' 예고편
5. 생사의 강 - 차이쥔
그동안 블루오션으로 남아있었던 중국 미스터리들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다.
최근 몇 작품을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기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차이쥔은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고 하는데 '생사의 강'은 전생과 윤회 같은 것들을 다룬다고 한다. 소재가 사회파랑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중국에서 천만부 넘게 팔렸다고 하니 도대체 어떻게 소재와 주제를 엮었기에 그만한 성공을 거두었을까 심히 궁금해진다.
거기다 이 작품의 목차를 보니 중국의 저승관이 자세히 펼쳐지는 것 같다. 본디 각 나라의 저승관에 관심이 많았던 터이기도 해서 매우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