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너무 오랜간만에 쓰는 글이라 어쩐지 자판을 두드리는 것조차 어색할 지경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뉴스에서 귀성행렬이란 말이 들려오고 있다. 마치 타임슬립한 느낌이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일까? 어쨌든 이제 좀 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숨쉬기를 일단 신간 추천으로 시작해 본다.
MOST WANTED
1. 시어도어 드라이저 - '시스터 캐리'
이번 달,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은 단연 시어도어 드라이저(예전엔 테어도어 드라이저라고 불렀던 것 같다만)의 '시스터 캐리'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 이슈가 된 단어가 다름아닌 '금수저, 흙수저'로 수저계급론이란 말을 들었다.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는 바로 그 수저계급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그가 처한 환경이 얼마나 결정적인 지 신랄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시스터 캐리'는 '하면 된다'는 식으로 모든 것은 전적으로 개인 능력에 달려있다고 짓까부는 꼰대들의 입을 단번에 침묵시킬 작품이다. 독서는 동시대의 시급한 문제와 연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더 읽고 싶은 소설이기도 하다.
SO SO...
2. 어니스트 브래머 -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얼마 전 전자책으로 나온 것은 알았는데 이렇게 책으로도 나와주었다.
역시 독서는 종이를 넘기는 손맛을 무시할 수 없다고 여기는 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엔 이번이 처음 소개되는 것이지 싶다. 나는 이 탐정의 존재를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세계의 명탐정 108인'이란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어린 마음에 어떻게 눈이 보이지도 않는데 탐정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야 하고 엄청 궁금했었다. 자고로 탐정이라 하면 셜록 홈즈가 잘 보여주다시피 세심한 관찰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탐정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그 아주 오래된 의문을 이제 풀 수 있을 것 같다.
자, 캐러도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3. 켄 브루언 - '밤의 파수꾼'
우리나라엔 '런던 대로'로 먼저 소개되었던 작가, 켄 브루언.
콜린 파웰이 주연한 동명 영화가 성공했다면, 어쩌면 좀 더 일찍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는 문자 그대로 폭망했고 켄 브루언의 이름도 이대로 멀어지나 싶었는데 갑자기 2001년작 '밤의 파수꾼'을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다. 와우~!
'밤의 파수꾼'은 켄 브루언에게 아주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잭 테일러 시리즈의 첫 작품이니까 말이다. 오늘날의 명성은 '런던대로'와 '밤의 파수꾼'이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2001년에 나왔다. 켄 브루언은 아일랜드 특유의 반골 기질과 오래도록 남아메리카나 일본, 아프리카 등지를 떠돌며 살아서 그런지 국외자적 느낌이 작품에서 많이 묻어난다. 그런 면에 나는 끌리는데 그래서 잭 테일러 시리즈가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4. 벨린다 바우어 - 블랙랜드
데뷔작으로 그해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에게 주는 골든 대거상을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무척 희박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 작가 벨린다 바우어는 그것을 해냈다.
어쩌면 범죄가 아니라 이미 일어난 범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천착한다는 점이 새로운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 지도 모르겠다. 많은 미스터리 소설들이 흔히 놓치는 것이 바로 유가족의 아픔이다. 범죄자의 인권은 많이 조명되지만 그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인권은 조명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 면에서 후자에 더 포커스를 맞춘 이 작품이 기대된다.
5. 기리노 나쓰오 - 여신기
2005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는 세계신화총서.
설마 기리노 나쓰오도 참여했을 줄은 몰랐다.
'아웃'이나 '아임 소리 마마'에서 무시무시한 여성상을 보여준 그녀가 그리는 여신기라니 팬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나는 이미 그녀의 여신상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도쿄섬'이란 작품에서다. 예전부터 나는 그 소설이 김기덕의 영화 '나쁜 남자'처럼 그만의 구원자적 형태, 즉 어떤 여신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적어도 그런 지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신기'는 그런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녀와 개인적으로 나누는 흥미로운 대화처럼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