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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피파 마피아'는 독일의 스포츠 저널리스트로 잔뼈가 굵은 토마스 키스트너의 르포르탸쥬다.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영화나 미니시리즈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공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에서 사익 추구에만 혈안이 된 이들의 검은 커넥션을 흔히 '마피아'라고 하는데 제목 그대로 공익 단체라 세금까지 면제받고 있는 '피파'를 철저히 사익 추구의 도구로 이용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국제축구연맹 '피파'의 역사는 꽤나 길다. 처음 결성된 것이 1904년으로 벌써 백년이 넘은 조직이다. 사실 이 때만 해도 힘이 미미한 조직이었다. 종주국인 잉글랜드조차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한창 진행되던 제국주의에 발맞춰 축구의 인기가 유럽을 넘어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파급되자 피파도 힘을 키워갔다. 오늘날 피파의 힘은 제국주의가 바탕된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피파의 힘이 강성해진 것은 3대 회장을 역임했던 쥘 미레 때였다. 그의 헌신과 노력으로 소수 나라들 간의 리그에 불과했던 월드컵은 무려 85개국 출전이라는 오늘날과 같은 월드컵의 모습이 될 수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축구에 대한 순수한 사랑만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토마스 키스트너에 따르면 지금의 피파란 온갖 사적인 착복과 뇌물이 오고가는 추악한 부패의 온상이다.


 어쩌다 이렇게 변질되어 버렸을까? 토마스 키스트너는 그 최초의 계기로 1974년에 회장으로 취임한 아발란제를 꼽는다. 피파와 관련해 아발란제의 취임은 의미가 크다. 아바란제의 취임으로 피파의 성격이 협회에서 기업으로 변질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늘날과 같은 피파의 모습은 아발란제가 만든 것이다. 아발란제는 오로지 주관하는 월드컵에서만 나오는 수익으로 근근히 운영되던 피파를 일신하여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갔다. 덕분에 겨우 직원 12명에 불과하던 피파는 무려 120명의 직원들이 활발히 움직이는 조직이 되었다. 현재 피파의 매출은 작년만 해도 1조 4천 백억원. 실로 어마어마한 조직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는 지 알길이 없다. 피파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를 기준으로 4년마다 예산을 집행하고 결산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감사를 받은 적은 아발란제 이후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마스 키스트너에 따르면 피파는 회계와 감사를 한 민간 기업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는데 그 기업은 회장의 통제 하에 있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회장의 전횡을 감시할 만한 것은 아무 데도 없는 것이고 피파가 벌어들이는 그 많은 돈들은 모두 눈 먼 돈일 뿐이다. 엑셀 경이란 사람은 예전에 이런 현명한 말을 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고. '피파 마피아'는 전임 회장 아발란제와 현재의 회장인 블라터로 이어지는 악취로 들끓는 부패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는 책이다.


 스포츠는 공정이 생명이지만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비열한 권력게임이다. 절대 권력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그 많은 돈을 제 주머니에 마음껏 채워 넣을 수 있는 자리인만큼 회장 선거때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부패의 악취는 결코 숨길 수 없다. 누군가는 맡고 조직을 변화시켜야겠다고 마음먹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아발란제와 블라터의 악행에 맞서 피파를 지키려 해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아발란제와 블라터는 평소에 챙겨 놓은 비자금을 살포해 이들의 도전을 막았다. 거기에는 2002년의 한국 월드컵도 자유롭지 못하다. 토마스 키스트너는 의심한다. 그 때 한국이 전 세계의 예상을 뒤엎고 4강까지 가게 된 것엔 당시 블라터를 지지하지 않았던 정몽준과 모종의 거래를 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특히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 전에서 비론 모레노 심판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이탈리아 선수 토티가 일대일 상황에서 송종국의 태클에 걸려 넘어진 것을 두고 헐리우드 액션으로 판정하여 퇴장시킨 것은 많은 논란을 가져온 판정 중 하나인데 모레노가 그렇게 했던 것이 바로 블라터가 정몽준의 지지를 받아내기 위해 한 일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정몽준은 대통령이 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높은 성적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둘의 이해관계는 그렇게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일까 뒤이은 스페인과의 8강에서도 한국을 승리로 이끈 명백한 오심이 반복되었다. 정황은 있었다. 월드컵 후에 모레노 씀씀이가 커진 것이다. 월드컵 전만 하더라도 빚이 많아 생활에 쪼들렸던 모레노였는데 갑자기 어디서 큰 돈이라도 들어왔는지 돈을 펑펑 물쓰듯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이탈리아 팀의 주장이자 수비수로 뛰었던 크리스티안 파누치는 "모레노 심판은 오직 한국이 8강에 진출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적과도 같았던 한국의 4강 진출. 과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 그대로 순수한 꿈의 성취였을까 아니면 모종의 뒷거래가 가져온 결과였을 뿐일까? 하지만 책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악행도 마다않는 블라터의 행보를 보노라면 그저 순수한 꿈의 성취라고 믿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피파의 현재는 경기에서 맛보는 순수한 감동마저도 오염시키고 있다. 토마스 키스트너는 서문에서 한 조직에서 일어나는 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차원에서 규제 없는 권력이 얼마나 끝없이 부패할 수 있는지의 사례로 보아줄 것을 당부한다. 마침 우리에게도 해수부 마피아, 원전 마피아 같은 관피아들이 쏙쏙 드러나고 있는 상황. 비록 축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다가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재미까지 있어 읽는 부담도 적으니.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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