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What? - 삶의 의미를 건저 올리는 궁극의 질문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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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마크 쿨란스키이다. 

그는 미국인이고 버클리대 연극과가 학위의 전부라고 말한다면, 이미 그의 전작 '대구'와 '소금'을 읽어본 이라면 의아하게 생각한다.
"뭐야, 역사학자 아니었어?"하고...

'대구'면 '대구'(물론 여기의 대구는 절대 지명이 아니다. 미국인 마크 쿨란스키가 알지도 못하는 한국의 도시에 대하여 쓸 리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생선 이름이다.)
'소금'이면 '소금'
천착하는 하나의 사물에 관해서라면 상세한 미시사를 복원해 준 작가라 역사과가 아니라 연극과를 나왔다는 사실이 뜻밗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론 수긍이 가기도 한다. '대구'면 '대구', '소금'이면 '소금'이 그런 미시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푹 빠져서 읽을만큼 아주 재밌기 때문이다. 그의 책에는 뭔가 독특한 재미가 있는데 과연 연극과를 나왔기에 그런 맛을 우려낼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그러면서도 일단 만나게 되면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가 마크 쿨란스키다.

 자, 환영한다!
 드디어 그의 새로운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제목은 한 단어! '무엇'을 뜻하는 'WHAT?'이다.


역시나 독특하다.
이 책은 오로지 물음표로 끝나는, 그렇게 질문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누가 봐도 질문인데, 어떤 질문을 보는 순간에 그게 질문이란 걸 알 수 있다고 하면, 이미 그 글 안에 질문이 들어 있는데도, 즉 질문이 이미 거기 있는데도 왜 굳이 거기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일까? 내가 느낌표에 대해 항상 느껴왔던 감정도 이런 것이 아닌가?! (P. 19)

마크 쿨란스키가 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20가지 질문에 대하여 한 챕터씩 할애하여 말하고 있는 책은 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정말로 모조리 질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예외는 없다!

 차례마저 이렇다.


  이런 식으로 이 책에는 모두 770개의 물음표가 있다.
  그 중 두 개는 이렇게 책의 앞 표지와 뒷 표지에 있다.
 더스트 커버를 벗기면 양장본 표지에 이렇게 어릴 때 많이 본 번호따라 선 긋기가 나오는데,


 그걸 선으로 이은 그림은 뒷 표지에 나와 있다.



 이렇게 말이다.
역시나 마크 쿨란스키! 책을 재밌게 만들 줄 안다.
이 그림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점이 모두 20개인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건 이 책에 실려있는 중요한 질문의 숫자와도 같다. 그렇게 이 그림은 그 같은 질문들이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될 수 있으리라 말한다. 이를테면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 같은 것으로...

 아무튼 신기하게도, 문장이 모두 물음표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새로워서 더욱 문장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마크 쿨란스키의 이번 책은 수 많은 질문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물음표는 언제나 원심력의 기호이다.
하나의 의미, 하나의 정답에 안주하기 보단 밖으로, 저 아무 것도 없는 벌판으로 밀어낸다. 그 곳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의지하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순수하게 헐벗은 상태에서 다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물음표는 유목의 기호이고 방랑의 기호이다.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은 늘 새롭다. 물음표는 흐름의 기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마침표가 주는 중력에서 기꺼이 벗어나 물음표가 주는 무중력의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해답을 거부하고 질문을 제기하는 것. 그렇게 정답이 정해주는 너의 이야기가 아닌 물음표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나의 이야기로 채우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커다란 물음표인 'WHAT?'에 대한 대답인지도 모른다.

 홍상수의 영화 '극장전'에서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는 이것이었다.
 "생각해야 해! 생각만이 날 살릴 수 있어!"

한나 아렌트에게 사유는 구원이었다. 그것은 악마가 되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십자가였다.
생각한다는 건, 사유한다는 것은 결국 질문을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묻고 또 되묻는 것.

 훌륭한 질문자의 상당수가 고대 문명에서 나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식이 질문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일까? 거의 모든 것을 최초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이 훌륭한 질문을 던졌었다는 사실이 과연 놀랄만한 일인가? (P.80)

 마크 쿨란스키의 말대로 현대는 질문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답을 말해 줄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실제적으로 유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하는 질문을 싫어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질문을 귀찮게 여기고 상급자는 하급자의 당연한 의문마저 반항으로 생각한다. 권력자는 국민의 질문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다.

 질문을 못하게 하는 것이 권력 크기의 척도가 되고, 질문을 안하는 것을 안정이라고 여기는 사회는 이미 죽었다.
생명은 언제나 질문에서 온다. 물음표는 늘 새로운 호흡으로 숨을 쉬는 시간을 창조한다.

 마크 쿨란스키의 '무엇 WHAT?'은 그러한 시간의 결정같은 것이며, 이 책에 담겨 있는 770개의 물음표는 언제는 그런 시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카이로스의 비둘기들...

 ONE MORE!


 이 책의 각 챕터는 하나의 의문문과 함께 마크 쿨란스키가 직접 그린 판화들로 시작된다.
아래는 그 중 몇 개를 발췌한 것이다. 이런 그림까지 어우러져 있어 더욱 읽을 맛이 났던 책이었다.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좋다는 장점까지 있어 어디서든 이 질문을 시작으로 사유의 시간들을 가져볼 수 있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후후, 왠지 표지의 물음표가 무언가를 연상시켜
(차마 입밖에 낼 수 없는 그 무엇이다^ ^)
한 번 유머 삼아 연출해 본 것...
마크 쿨란스키의 책이라면 이런 장난도 어쩐지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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