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컴퍼니, 착한 회사가 세상을 바꾼다 -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
로리 바시 외 지음, 퓨처디자이너스 옮김 / 틔움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2013년, 새해 벽두부터 온라인은 민영화란 단어로 들끓고 있다. 수도와 의료 민영화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가스와 전기 민영화까지 이런 저런 우려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밀려올 파도에 대비해 단단히 준비하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민영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공공성이 기업의 사적 이익 추구에 심히 훼손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생각 속엔 기업은 어디까지나 주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집단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같은 윤리적인 것들은 그러한 이익 추구 앞에서 쉽게 무시되기 마련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까지 보여준 기업의 모습이라는 것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외국의 민영화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대표적인 예가 볼리비아의 수도 민영화 다. 유명한 다국적 기업이기도 한 벡텔사가 볼리비아의 수도를 총괄하자마자 2주도 지나지 않아 수도 요금이 곱절이나 인상되었다. 가난한 서민들은 급증하는 수도 요금을 견디지 못해 처마에 통을 달아 빗물을 모아 사용했는데 벡텔은 그것마저 자신의 기업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볼리비아에 압력을 넣어 경찰로 하여금 그것마저 강제로 철거해 버렸다. 해도해도 너무한 처사에 분노한 서민들은 들고 일어났고 결국 벡텔은 볼리비아로 부터 쫓겨나고 말았다. 민영화의 결과가 대부분 이러하다. 그건 후진국과 선진국마저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의료 민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전력 민영화조차 이윤 극대화를 위한 비합리적인 비용 절감과 방만한 관리로 인해 결국 원전 사태라는 전무후무한 비극을 가져왔으며 영국의 가스 민영화는 비용은 비용대로 높아지고 가스의 질은 질대로 떨어지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불만을 표출하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민영화의 문제점은 오로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만 기업이 움직이면 과연 어떤 부작용들을 불러올 수 있을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왜 꼭 그래야만 할까? 윤리적 경영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지도 한참 되었는데 왜 아직도 사회적 가치와 약자를 배려하는 윤리는 그저 이윤 추구의 장애물로만 기업가들에게 인식되고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남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이 오로지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고 유포했던 신자유주의도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미국 경제 위기와 유로 경제의 악화로 서서히 퇴조해가고 있고 그와 동시에 곳곳에서 사회적 가치를 부르짖는 요즘인데  이제 그 패러다임을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

 이렇게 변화의 와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굳은 머리로 오로지 이익 추구에만 여념이 없는 기업가들을 향하여 이제 윤리적 경영은 단순한 이념이 아닌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임을 설득하는 책이 있으니 그게 바로 로리 바시 외 3인이 공저한 '굿 컴퍼니' 라는 책이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굿 컴퍼니, 즉 선한 기업이 성공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된다는 것이다. 얼른 이해되지 않는 주장이다. 돈을 많이 벌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이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통념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착한 회사 지수' 라는 것을 만들었다. 일단 그 착한 회사 지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부터 얘기해 본다면 그건 세 개의 항목으로 산출된다. 즉 좋은 고용주(Good Employer), 착한 판매자(Good Seller)  그리고 선량한 집사(Good Steward), 이렇게이다. 각각의 항목은 모두 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즉 좋은 고용주는 회사의 종업원들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로 그 지수의 크기가 결정되며 착한 판매자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응대하고 있느냐로 그리고 선량한 집사는 사회 공동체에 대하여 어떻게 하고 있느냐로 결정되는 것이다. 단순히 말해, 직장 내 민주주의, 고객 중심주의 그리고 기업의 사회 환원과 사회 공헌도가 착한 회사 지수의 척도인 셈이다. 저자들은 이런 식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 잡지인 포보스가 매년마다 발표하는 그 해의 세계 100대 기업들의 착한 회사 지수를 산출했다. 그리고 경영 이익을 많이 낸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가 착한 회사 지수와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지는지를 보여 '착한 회사가 성공한다. 선함은 성공에 필수적이다'라는 그들의 주장이 과연 맞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는? 놀랍게도 착한 회사 지수가 좋은, 그렇게 선한 기업들은 모두 그렇지 못한 기업들 보다 영업 이익이 많았고 주가 역시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착한 기업이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모두 이 책의 2부인 '착한 회사 지수'에서 상세한 도표를 통해 아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달리 부연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 여기서 드러나는 우리가 더욱 주지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기업의 환경이 이제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을 1부, '사회적 가치의 시대'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요지는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지 않고 이 제품들을 어떠한 사람들이 만들었는지도 소비에 있어 중요한 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란 말이 이제 어느덧 정착된 것처럼 동남아 아동 노동을 착취한다고 해서 '나이키' 불매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나 아이들에까지 총을 쥐어 그들의 피값으로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고 해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여진 것을 국제적으로 유통시켰다고 해서 일어났던 드비어스에 대한 불매운동 등이 이 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돈을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기 보다는 보다 높은 가치에 쓰기를 원한다. 2부, '착한 회사 지수'에서 보여준 결과는 환경이 이렇게 착착 변해가고 있음을 바로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그것은 기업에서 브랜드 가치의 비중이 날로 커진다는 것이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단지 물건 하나를 구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물건으로 표상되는 기업의 브랜드 역시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기업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로서 먼저 소비자들에게 다가온다. 단적인 예로 '애플'이 있지 않은가? 기업이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입으면, 달리 말해 신뢰를 잃어버리면 그 기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만큼 오늘날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바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서 '경험 경제'의 공동 저자들은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경험 수준을 높이고 그들의 변신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p. 45) 고.

 

 쉽게 말해 자신들에게 투자하면 보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험 경제의 중요성은 단적으로 스타벅스 현상에서 드러나고 있다. 보다 저렴한 커피들이 얼마든지 가까이에 있는데도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샀던 것은 무엇보다 '친절함, 편안함 그리고 차원 높은 서비스'(p.45)로 정의되는 스타벅스 경험을 선호했기 때문인 것이다. 경험 경제는 소비자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제품의 효용이 아니라 바로 가치임을 웅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보다 높은 가치에 그들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더우기 연구에 따르면 가치 선호도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로 윤리적 가치임이 또한 드러났다. 그러므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착해져야 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제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윤리적 가치를 말이다. 거기에 있어 기업은 현재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또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저자들이 만든 '착한 회사 지수' 는 그러한 가치 고양을 위해 기업들이 집중해야 할 실제적인 목표 사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직장 내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며 경영 가치를 무엇보다 고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며 그리고 사회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한 방향으로 사회 환원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러지 않았을 경우 바로 타격을 입을 것임은 외국의 사례를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얼마 전 부하 직원을 청부까지 해서 폭행했던 주식회사 피죤의 회장은 그간 부하직원들에게 비민주적으로 대했던 것까지 몽땅 드러나 이제 주식회사 피죤은 물건을 만들 때 회사 이름마저 지워야 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회사가 되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얼마전 방송에서 출산하면 천만원을 주는 등 아낌없는 사원 복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제니퍼 소프트'라는 회사는 '좋은 회사'로 인구에 널리 회자되면서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단번에 유명해졌다. 이러한 사례는 윤리적 가치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아직도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돈만 잘 벌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제 그런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래도 설득이 안된다면 당장 '굿 컴퍼니'라는 책을 보라. 이 책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착한 회사가 되는 것이 그 첩경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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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1-1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닌듯합니다.
음식쓰레기를 바다에 매립하는 것을 금지한 이후,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저희 아파트는 음식쓰레기 대란 중입니다.
고양이만 신이 났지요. 하루 안 치워가니, 길거리에 늘어진 음식쓰레기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여름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찔하고, 인간이 사라진 세상은 음식쓰레기 썩는 냄새만 진동하려나 싶어집니다. 그리고... 음식 쓰레기를 줄여야겠구나 건조기를 사야하나 고민 중입니다.

기업도 개인도, 모두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저 개인조차 재활용쓰레기 음식쓰레기, 이런 사소한 것부터 힘들어하네요... 에효.

제니퍼 2013-01-1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SBS 리더의 조건에 제니퍼소프트 이원영 사장님 책상 위에 이 책 있는거 봤습니다.
흠... 아직까지는 무늬만 착한 회사가 많은 것 같아요.
진정성 있게 착한 회사들이 모이면 정말 세상이 바뀔것 같습니다.
착한 회사 제니퍼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