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여행 I LOVE 그림책
피터 반 덴 엔데 지음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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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배가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먼 여행>, 영어 원서 제목은 Wanderer.

영영사전에서 Wanderer를 찾아보니 여행가 혹은 탐험가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A wanderer is a person who travels around rather than settling in one place.

여행의 주체가 종이배인 이 책은 종이배가 어떤 궤적으로 여행을 했는지 뒷면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펜화로 이렇게 세밀한 그림을 그렸다는데 경외감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책인데 한편으로는 조금 으스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이 책에 관한 소개글을 보고 책을 읽은 독자의 평을 읽는데 눈에 들어왔던 게 10살 이하의 자녀에게는 추천하지 않겠다는 리뷰였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왜 그런 평을 했는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북 트레일러에 나온 것처럼 wonderfully strange and strangely wonderful.
이 책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바다에서 만날 거라고 예상하는 해양생물의 모습이 어딘가 무섭게 표현되어 있어 바다 괴물 같은데, 오로라나 밤하늘의 별을 배경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무서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유조선이 뿜는 연기와 함께 하늘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비둘기들을 보고 있으니 환경오염에 대한 작가의 시선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바다 괴물을 만든 건 결국 무분별한 포획과 개발을 한 인간이 아닐까 하는 시선의 확장까지 이루어지네요.



* 해당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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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세계 작가 그림책 22
모옌 지음, 리이팅 그림, 류희정 옮김 / 다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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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그림책보다는 쪽 수가 많아 단편소설 읽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도서 정보를 보니 56쪽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글을 썼다는 정보를 알고 책을 읽어서인지 책이 담아낸 은유적 표현들 속에 시선이 계속 머물게 됩니다.

[회색빛 하늘이 천천히 밝아지더니 구름 가장자리에 분홍빛이 돌았다.
그러다 어느샌가 햇살이 쏟아져 나와 하늘을 밝히고 땅을 비췄다.
사방이 찬란하게 빛났고 풀잎의 이슬방울들이 진주처럼 반짝였다.
해는 강물 위에 황금색 긴 머리칼을 늘어뜨렸다.]

마치 내가 회색빛 하늘, 황금색 해를 눈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건 글 작가의 글이 가지는 힘일 수도 있겠지만, 그림이 독자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을 그린 리이팅 작가는 전경, 근경, 원경을 수시로 보여주며 정말 내가 그림책 속 안에 들어있는 인물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같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겁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싱얼과 어머니를 보살펴 주셨던 할아버지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정신을 차려서 제대로 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던 할어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싱얼 앞으로 풀 한 포기를 남겨 놓으셨습니다.

싱얼은 풀을 보자마자 할어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사실 흔하다면 흔한 풀 한 포기 속에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자세가 있습니다.

일곱살 생일이 지난 어느날, 할아버지와 싱얼은 습지에 풀을 베러 갔다가 돌풍을 만납니다. 할어버지는 돌풍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삶의 자세로 바람을 헤쳐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할아버지의 수레에 남아있던 풀 한가닥.

"아니, 수레의 틈에 낀 풀 한가닥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그 풀을 집어 할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그냥 평범한 늙은 풀이었다."

이 풀로 인해 할어버지와 싱얼은 같은 기억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될 것 같습니다.

돌풍 속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풀 한가닥, 늙은 풀 한가닥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돌풍이 지나간 후 남아있던 풀은 평범하고 늙은 풀이었습니다. 돌풍이 아니었다면 주목 받지 않았을 평범하고 늙은 풀. 끝까지 삶을 살아내는 힘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평범함, 특별하지 않음 위에 채우는 우리의 시간들이 삶을 지지하는, 버티는 힘이 아닐까요?


* 해당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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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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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님의 신간을 미니북 형태의 가제본으로 먼저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닿아 눈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책을 조심스레 열어 보았습니다.



이 책은 '눈아이'라는 제목부터 우리집 두 어린이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에 살다보니 아직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눈사람을 만들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눈덩이에 팔을 붙여주고 눈, 코, 입을 주인공이 그려주자 눈덩이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친구 '눈아이'가 됩니다.

"그렇게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눈아이를 만났다."



그러나 '눈'이라는 속성을 생각해볼 때, 주인공과 눈아이의 이별을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 녹아 내리는 눈아이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아니 확인받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눈아이의 근심 가득한 질문을 들으니 M.B. 고프스타인의 <우리 눈사람>이란 책이 떠오릅니다.

이 책에서 '나'는 동생에게 눈사람 만드는 법을 알려줍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깨끗한 눈 위에 굴리는 거야. 진흙이나 나뭇가지를 묻히지 말아야 해."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진흙이나 나뭇가지가 묻고, 더러운 물로 변해도 자신을 여전히 친구로 대할지 궁금해하는 눈아이를 보며 친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겨울의 한가운데 있을 때처럼 위풍당당 눈아이도, 햇볕이 따스해져 눈의 계절 끝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는 눈아이도 모두 친구입니다. 친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계절이 지나 다시 겨울이 오면 만날 수 있는 친구입니다. 위풍당당할 때만 친구인 것은 아닙니다. 내가 나의 모습을 잃어갈만큼 힘들 때 나의 손을 잡아주는 이가 누구였는지 떠올려보면 가족과 함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얀 눈덩이든, 더러운 물이든 친구는 친구입니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욱 돋보이듯,
이별이 있기에 만남이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눈아이가 내년에도, 또 내년에도 계속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랍니다.
눈아이도 나의 친구들도.


* 해당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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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키드 2 Wow 그래픽노블
제리 크래프트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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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빈부격차에 따른 삶의 차이가 조던의 입장에서 그려졌던 <뉴 키드 1>과 달리 <뉴 키드 2>에서는 조던의 친구인 드류의 관점에서 전개됩니다. <뉴 키드 2>는 전작보다 인종차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인종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그려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제가 인종차별을 빈번하게 겪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 제3자의 시선에서 책을 읽겠구나 싶었는데 책을 읽을수록 책 속의 문장이 계속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책에서 만난 문장들이 꼭 인종차별에 국한되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경제적인 수준으로 봤을 때 너무나 큰 차이를 느끼게 된 드류는 리암이 예전처럼 편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학창시절 저의 모습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의 틈 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충돌하고. 그땐 저도 관계 맺음에 서툴었던 시기이니 내 마음과 네 마음이 같지 않음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이 이런 온갖 개인적 문제보다 훨씬 더 쉬운 것 같아. 우정에 대해서도 그냥 교과서로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p. 169

또한 드류의 할머니는 하루 종일 일을 하시는데 드류는 그런 할머니를 보며 자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를 계속해도 되는지 고민합니다. 이 또한 제가 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살아도 되는 것인가?

이런 드류에게 친구 알렉산드라는 이런 조언을 합니다.

"네가 너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널 좋아해준들 무슨 소용이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내가 가장 존중해주고 사랑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바람을 마음 속에 새겨봅니다.

* 독자의 층이 다양한 그래픽 노블이라 진지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재밌는 내용들도 많습니다. 가장 웃겼던 건 패러디입니다. 영화 포스터부터 다른 작가의 그래픽 노블까지.





** 해당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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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조각 - 2022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인생그림책 13
이순옥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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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초록초록>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이순옥 작가님의 <하늘 조각>도 색깔 시리즈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주조색이 파랑입니다. 정확히는 하늘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르네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을 오마주한 것이라고 서지 정보에 나와 있고, 그림책을 읽다 보면 이순옥 작가님이 표현한 <잘못된 거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눈 속에 비친 하늘과 구름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읽었던 '본다'는 행위에 대한 정의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 선택의 결과,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시야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렇다고 손이 닿는 가까운 범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물건을 만져 보려면 그 물건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존 버거의 말처럼 하늘 조각이 눈 속에 비치기 위해서는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야 하지요.

아빠와의 나들이 준비에 바쁜 아이는 하늘이 자기 좀 봐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아직 아이의 시야 안에 하늘은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쉬는 날인데도 바쁜가 봐."
"나를 볼 틈이 없네."





너는 나를 못보고 있지만 나는 언제나 너를 보고 있다는 말을 하는 하늘을 과연 아이는 언제쯤 바라볼 수 있을까요? 반전은 하늘을 반드시 하늘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이는 어디에서 하늘을 만나게 될까요?



조그마한 물웅덩이 안에서 아이와 하늘은 만납니다. 아이는 자신의 눈에 하늘을 담기로 선택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아이의 여행은 시작됩니다. 곁에 숨겨진 하늘 조각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우리도 함께 하늘 조각을 찾아볼까요?



* 독후활동
아이와 바깥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곁에 떨어져 있던 단풍잎을 주워 책 속에 끼어 놓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바싹 마른 잎을 보고 아이가 말합니다. 우리가 가을 하늘을 책 속에 담아 왔다고요. 단풍잎은 가을 하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 해당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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