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세계 작가 그림책 22
모옌 지음, 리이팅 그림, 류희정 옮김 / 다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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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그림책보다는 쪽 수가 많아 단편소설 읽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도서 정보를 보니 56쪽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글을 썼다는 정보를 알고 책을 읽어서인지 책이 담아낸 은유적 표현들 속에 시선이 계속 머물게 됩니다.

[회색빛 하늘이 천천히 밝아지더니 구름 가장자리에 분홍빛이 돌았다.
그러다 어느샌가 햇살이 쏟아져 나와 하늘을 밝히고 땅을 비췄다.
사방이 찬란하게 빛났고 풀잎의 이슬방울들이 진주처럼 반짝였다.
해는 강물 위에 황금색 긴 머리칼을 늘어뜨렸다.]

마치 내가 회색빛 하늘, 황금색 해를 눈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건 글 작가의 글이 가지는 힘일 수도 있겠지만, 그림이 독자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을 그린 리이팅 작가는 전경, 근경, 원경을 수시로 보여주며 정말 내가 그림책 속 안에 들어있는 인물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같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겁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싱얼과 어머니를 보살펴 주셨던 할아버지였습니다.

무슨 일이든 정신을 차려서 제대로 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던 할어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날 싱얼 앞으로 풀 한 포기를 남겨 놓으셨습니다.

싱얼은 풀을 보자마자 할어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사실 흔하다면 흔한 풀 한 포기 속에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자연의 위대함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자세가 있습니다.

일곱살 생일이 지난 어느날, 할아버지와 싱얼은 습지에 풀을 베러 갔다가 돌풍을 만납니다. 할어버지는 돌풍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삶의 자세로 바람을 헤쳐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할아버지의 수레에 남아있던 풀 한가닥.

"아니, 수레의 틈에 낀 풀 한가닥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그 풀을 집어 할아버지께 보여 드렸다.
그냥 평범한 늙은 풀이었다."

이 풀로 인해 할어버지와 싱얼은 같은 기억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될 것 같습니다.

돌풍 속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풀 한가닥, 늙은 풀 한가닥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돌풍이 지나간 후 남아있던 풀은 평범하고 늙은 풀이었습니다. 돌풍이 아니었다면 주목 받지 않았을 평범하고 늙은 풀. 끝까지 삶을 살아내는 힘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평범함, 특별하지 않음 위에 채우는 우리의 시간들이 삶을 지지하는, 버티는 힘이 아닐까요?


* 해당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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