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손예진

손예진을 처음 본 건 포카리 스웨트 광고에서였다. 손예진이 내 타입은 사실 아니다. 이은주와 같이 나온 <연애소설>에서 내가 차태현이라면 이은주를 택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막상 그런 사람이 주위에 나타난다고 하면 다들 넋이 나가지 않을까. 어려서부터 꿈꾸던 그런 미녀이자 모든 남성의 이상형이 바로 손예진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싱그러움, 청순함, 맑음, 이런 단어들은 손예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다른 연예인, 예를 들어 엄정화라면 손이라도 한번 잡고 싶어질 테지만, 손예진을 만난다면 그녀에게 감히 손을 뻗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입은 댄단 말야?"라고 말할 사람이 있겠지?).

 

손예진과 준하(원래 이름은 조순우인데, 안유명하니까 준하라고 함)가 처음 만나서 하는 대화다.

손: 귀신나오는 집 데려가 줄 수 있어요?

준하: 네.

손: 노 저을 줄 알아요?

준하: 네.

손: 그럼 내일 낮에 만나요.

손예진과 헤어진 준하, 친구한테 말한다. "노 젓는 것 좀 가르쳐 줘!"

내가 준하였다고 해도 아마 "네"란 말밖에 못했을 거다. 어찌 감히 그녀의 말에 아니라고 할 수 있담? 그건 그녀의 순수함에 대한 도전 같잖아?

손예진을 업은 준하, "무겁지 않나요?"라는 그녀의 말에 이렇게 답한다. "하나도 안무거워요. 업고 서울까지도 갈 수 있어요" 장담한다. 손예진을 업는다면 아무리 빼빼마른 남자라도 수원서 서울, 아니 수원서 부산까지 갈 수 있으리라. 나도 물론....

손예진의 여고 시절은 어땠을까? 다른 연예인들도 다 그랬겠지만, 손예진의 학교앞은 특히나 남학생들로 북적댔을 것 같다. 어느 연예인이나 안티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안이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손예진을 감히 안이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보는 눈이 없는 거거나, 자존심 때문에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녀가 포카리 광고에 나오는 동안 난 테니스를 칠 때마다 포커리 스웨트를 샀다. 그전에는? 파워에이드를 먹었다!

영화 속에서 손예진이 비를 맞고 뛰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면서 난 유니콘을 생각했다. 뿔(우산)을 달고 달리는 하얀 말(손예진).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것만 봐도 영화비가 아깝지 않았을 것 같다. 현실 속에서 누가 그런다면 "쟤 왜저래?"라고 비웃겠지만, 그게 손예진이라면 많은 남자들이 우산을 들고 뒤를 쫓지 않을까? 그런 손예진이 (영화에서) 조인성을 보면 숨이 막히는 것같단다. 남자인 나도 조인성을 보면 숨이 막히는 걸 느낀다. 짙은 눈썹에, 그 시선 하며... 손예진과 조인성이 진짜로 연애를 하면, 둘 다 숨이 막혀서 오래 못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감상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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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4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예진에 대한 악평은 끊이지 않더군요.^^ 전 별로 예쁘다고 생각 안 하는데요. 다만, 첫사랑사수궐기대회에 나왔을 때 수영복 입은 몸매는 괜찮았습니다. ^^

덧붙임- 조승우 유명합니다.^^ 제 주위 조승우 팬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런 말 들음 조승우 팬들 섭합니다.

마태우스 2004-01-2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군요. 전 제가 모르면 남들도 다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저를 우주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런 사고가 왕자병의 전구증상이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는 바르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조승우 말이죠, 미소 하나는 참 멋지더군요.

2004-01-24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1-2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캐스팅에 나오는 이름을 잽싸게 옮겨적었는데, 옮겨적는 과정에서 실수한 듯... 지적해주셔서 감사한데요, 제가 본문을 고쳐 버리면 님의 코멘트가 뜬금없이 되버리니, 그냥 놔둘께요!!
 

 

 

 

연휴 때 꼭 필요한 것은 TV 프로가 나와있는 신문이다. 내가 빨간펜으로 표시를 해 놓은 것은 두편인데, 그중 하나가 <클래식>이다. 혹자는 내가 코메디 영화밖에 안본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사실 난  <연애소설>같은 멜러도 무지하게 좋아한다. <클래식>은 아름다운 화면과 그에 걸맞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은 영화로, 그런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말은 전반부에만 해당되는 얘기고, 후반부는 평행하게 달리던 스토리 두개를 하나로 만나게 하느라 무리를 한 흔적이 역력해, 보고 나서 기분만 나빠졌다. 윗대에서 못이룬 사랑을 아래에서 이룬다? 에이, 영화가 허구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 작위적이잖아? <클래식>을 보고 느낀 점을 잠깐 써본다.

1. 미모와 음모

손예진과 그녀의 친구-안이쁘니까 안미녀라고 하자-는 조인성을 좋아한다. 손예진이 보기에 조인성은 안미녀에게 호감을 가진 듯하고, 안미녀 역시 손예진에게 끝없이 그 점을 주지시킨다. 가장 흔히 쓰는 수법이 둘이 만나는데 데리고 나와 들러리를 세운 뒤, 둘만의 다정한 모습을 연출시키는 것. 하지만 그건 과히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기보다 훨씬 더 이쁜 친구를 자꾸 데리고 나온다면, 확실한 사이도 흔들리지 않겠는가? 더구나 안미녀는 조인성과 확실한 사이도 아닌 바, 그런 전략은 패착이었다.

그래도 안미녀는 온갖 모략과 술수를 써가면서 조인성은 자기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자 한다. 손예진 앞에서 조인성의 팔짱을 끼고, 손예진한테 쓴 편지를 자기한테 쓴 거라고 가로채질 않나, 조인성이 손예진에게 관심을 보이자 "넌 집에 가!"라고 한다. 지가 불러놓고. 그쯤되면 친구가 아니라 웬수가 아닌가. 표정이나 하는 짓이 <천국의 계단>에 나오는 유리같아, 한대 쥐어박고 싶어질만큼 얄밉다.

하지만 안미녀가 그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자기보다 훨씬 미녀와 싸우는데 음모와 술수를 써야지 어쩌겠는가. 혹자는 페어플레이 운운하는데, 미모가 차이나는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건 전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려면 토끼가 방심해서 잠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은 안미녀를 욕한다. 치사하게 수법을 쓴다고. 세상에, 손예진과 싸우는데 어떻게 공정한 승부가 되겠는가? 손예진은 큰 두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거나, 눈물만 조금 그렁그렁하면 다 넘어오지만, 안미녀는 옷을 반쯤 벗어도 미동도 안하는데? 그런 불공정한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욕을 먹으니, 안미녀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최종 승리는 손예진의 것이다. 친구 애인이니까 하고 포기하려는 손예진에게 조인성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그녀 앞에서 사랑을 고백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은 반딧불이 뛰노는 강가에서 키스를 하는데, 안미녀의 행방은 보여주지도 않는다. 뭐, 어느 골방에 틀어박혀 꺼이꺼이 울고 있겠지. 운동선수들 말대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을까? 아니다. 왜 내게 손예진의 얼굴을 주지 않았냐며 하늘을 원망하고 있겠지. 여자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하위 10% 안에 드는 외모의 소유자인지라,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영화 속에서나마 안미녀가 이기는 걸 보고 싶다! 그런데... 왜 난 영화를 보는 도중 계속 손예진 편을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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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예진이 이뻤기 때문에 조인성과 연결된 거군요..^^; 이 논리는 왠지 마음에 안 드는데요? ^^

마태우스 2004-01-2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 죄송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운명적인 끈이 있어서 그리 된거라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조인성이 손예진을 택할 이유가 부족하거든요. 글구 제가 글을 쓴 건 안미녀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그린 걸 비판한 건데, 결론이 이상하게 났지요?

연우주 2004-01-24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글 보고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서 페이퍼에 적었습니다. ^^
J story를 재미있게 봐 주시길. 마태우스님의 글 때문에 생각나서 적은 거니까요.^^

zzz 2004-01-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손예진이 예뻐서 조인성과 연결된 거는 아니지요..
히힛...주인공 이니까~~가 정답 아닐까요?
사실...영화속 주인공이 안미녀보다 더 이쁠거라는건...
배역을 맡은 배우때문에 생각이 그렇게 드는거잖아요.
어쨌든...부모세대보다는 좀더 용감하게 사랑을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난 참으로 이상한 버릇이 있다. 뭔가를 잘못 안 경우, 남들이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소용이 없다. 착각한 대로 일을 벌여놓고 남한테 "왜 말 안해줬냐"라고 따지는 것, 새해에 제발 좀 고쳤으면 하는 나쁜 버릇이다.

언젠가 친구 돌잔치를 '까르네 스테이션'에서 한다고 했다. "이화동에 있는 거야"란 친구의 말에 내가 물었다. "그럼 동대문에 있는 이대병원 근처겠네?" 친구가 그걸 바로잡았다. "그게 아니라, 대학로에서 좀 내려가면 있는 이화동!"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난 돌잔치 당일날 동대문 근처에서 헤매다, 씩씩거리면서 전화를 했다. "야! 동대문 병원 근처에 무슨 까르네 스테이션이 있냐?"

이뿐만이 아니다. 날짜를 잘못 알면, 그걸로 끝이다. 약속장소에 혼자 가서 "이것들이 왜 안오냐"며 씩씩대다가 허탕을 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실수는 오늘 내가 저지른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 월요일, 어머니는 할머니와 더불어 해외여행을 떠났다.
나:  엄마, 언제와? 내가 나갈께요
엄마: 금요일날 4시에 온다.
나: 4박5일이면 토요일 아니어요?
엄마; 금요일이란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 입력된 잘못된 정보는 수정되지 않아, 난 시종일관 토요일날 어머니가 오신다고 알고 있었다. 어제밤 여동생이 "엄마 내일 오시는 거 아니야?"라고 했을 때도 난 "한번 따져봐라. 4박5일이쟎니"라고 핀잔을 줬다. 여동생은 지지 않고 "월화수목금, 금요일 맞네?"라고 우겼지만, "미국이 우리보다 하루 늦잖냐"라는 내 반박에 기가 꺾였다.

오늘 난 하루종일 교정원고와 씨름했고, 편집해 놓은 게 맘에 안들어 화가 날 때면 TV를 보거나 프리챌에서 포커를 치며 분을 삭였다. 교정을 3분의 2쯤 봤을 무렵, 난 TV로 농구를 보고 있었다. 전화가 온 건 그때였다. 032로 시작하는 번호다.

나: 여보세요?
엄마: x아, 지금 어디 있니?
나: 엄마 왔어?

어머니는 버스를 타고 오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난 그때부터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더운 지방에 가시는데다 내가 공항에 마중을 나오니 옷을 얇게 입었을테고, 짐도 나이드신 두분이 들기에는 좀 많을텐데. 버스 안에서 어머니는 다른 이의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했다. 버스 내리는 곳에 좀 나와 있으라고. 날씨가 춥다며 삼계탕집 안에서 기다리던 어머님을 만났을 때,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머님은 물론 "버스가 너무 빨리 잘 가더라"라며 날 위로했지만, 집에 와서 난 벽에다 머리를 찧으며 자학을 해야 했다. 차라리 화라도 냈으면 덜 미안했을텐데...

"떠나는 날도 토요일로 잘못 알고 있기에 아니라고 했는데..." 어머님의 말씀을 들으며 결심했다. 새해에는...바르게 살자고. 그런 것도 다 내가 고집이 센 탓이니, 성질을 죽이고 살아야겠다고. 할머니, 어머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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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저랑 결심이 똑같으시네요. 성질 죽이고 살자...^^; 오호~ 이런 놀라울 데가...^^
 

 

 

 

뉴스를 보니 <예담이는 열두살에 1000만원을 모았어요>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단다. 그 책을 집어든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절약정신을 길러주고 경제공부를 시켜주기 위해" 산다고 했다. 얼핏 보기에 외모도 수준급인 예담이는 공부까지 잘해, 이번에 모 외고에 수석으로 입학을 했다고 한다. 열두살에 천만원,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갈만한 소재며, 출판사 측에서 장사가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책으로 만들어졌으리라. 하지만 난 그 책이 영 못마땅하다.

 

첫째, 책이란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돈을 숭배한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최고의 덕담이 될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숭배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책마저 그런 추세에 편승하는 요즘의 세태는 영 못마땅한 일이다. 군대에서 가르쳐주는 '적과 조우시 대치법'을 책이라 부를 수 없듯이, "이렇게 하면 십억을 번다"는, 돈버는 기술에 대해 설명해 놓은 걸 '책'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다. 언젠가 친구가 읽는 처세 관련 책을 본 적이 있다. 일본인이 썼고 국내에서도 꽤 많이 팔린 그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회사에서 누가 실력자인지 파악하고,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해라"  이게...책일까? 책에 대해 내가 너무도 지고지순한 가치를 부여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건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귀여니가 쓴 소설들은 책이라 부를 수 있지만, <부자아빠...>처럼 "나 이렇게 돈벌었어. 대단하지?"라고 환호하는 게 어찌 책일 수 있을까? 책이라면 사고의 지평을 넓혀 주거나, 현존하는 가치관에 대한 회의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둘째, 무엇을 위한 절약인가?

이 책에 관한 서평들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이 책을 통해...효율적인 방법으로 많은 아이들이 돈을 관리하는 방법과, 돈을 효율적으로 쓸수있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게 경제를 접하고 저축의 중요성과 깨우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입니다

 

역시 동의할 수 없는 말이다. 내수의 침체로 인해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처럼, 절약만이 능사는 아니다. 투자를 능가하는 저축은 그 자체로 악이다. 오디오를 사기 위해 절약을 한다면 모를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절약을 하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가르쳐 줘야 할 것은 절약이 아닌, 건전한 소비를 하는 능력이 아닐까. 분수에 안맞는 과도한 소비보다야 절약이 낫겠지만, 과도한 절약 역시 또하나의 극단에 불과하다. 내가 오디오를 사야 오디오 가게 직원이 봉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이 아니겠는가.

 

세째, 꼭 책으로 내야만 했을까?

예담이는 용돈만으로 천만원을 모은 건 아니란다. 뉴스에 나온 걸 보니 청소를 하면 2천원, 구두를 닦으면 1천원 이런 식으로 돈을 모았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 천만원이 부모님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책을 보고 상처를 받는 사람은 없을까? 예담이가 6년만에 천만원을 번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6년간 부모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합쳐봤자 500만원도 안되는 애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예담이는 보통 사람은 아니다. 그런 정신의 소유자라면 뭐가 되도 크게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책은 내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글을 웬만큼 쓰게 된 뒤, 자신의 손으로 쓰는 게 이거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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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3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이 아닌 TV에서 이 아이를 인터뷰 한 것을 보았는데, 저도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직장인이 일해서 모으기도 사실 천만원은 큰돈인데 이 아이가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건 역시 부모에게서 나온 거니까요.

관심이 화제를 낳기도 하지만 화제가 관심을 낳기도 하지요. 그리고 관심어린 화제 속에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들어 있지요. 돈, 돈, 돈.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논리라고 해도, 아이까지 내세우며 돈의 논리를 가르친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네요.
 

 

 

 

술이 덜 깬 아침, 갑자기 TV를 틀었더니 레알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한다. 베컴이 맨유 소속으로 나오는 걸 보니, 오래 전 경기인 것 같다. 하지만 어떤가. 레알의 경기는 오래된 명화처럼 언제 어느때 봐도 재미있는데. 해설자의 말대로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보다 훨씬 수준높은 경기가 펼쳐지게 마련이고, 레알과 맨유의 경기는 그 중 백미다. 축구를 안좋아하는 사람도 레알의 경기를 보면 그저 감탄만 나오기 마련, 난 90분 동안 TV에 눈을 고정했다.

 

-카를로스: 시종 왼쪽을 누비고 다닌 그는 세계 최고의 윙백다웠다. 돌파도 잘하지만, 이따금씩 날리는 대포알 슈팅은 정말 위력적이었다. 해설자의 말, "왼발에 닿는 것만으로 공포감을 유발하는 선수죠"

 

-라울: 단 한번의 찬스를 어김없이 골로 연결하는 재주는 놀라웠다. 이천수나 박지성이 모자란 게 바로 이건데, 그들은 완벽한 찬스에서 골키퍼를 맞춘다든지 어이없이 찬다든지 그러잖는가. 두 골을 넣은 라울의 모습은 먹이를 채가는 독수리 같았다.

 

-호나우두: 그가 질풍처럼 달릴 때면 맨유의 수비수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삼국지의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할 때 십만대병 사이를 바람처럼 누볐다던데, 그가 호나우두로 다시 태어난 게 아닐까? 걸핏하면 넘어지는 우리 선수들과 달리, 호나우두의 모습은 한마리의 적토마였다.

 

-피구: 피구가 센터링 비스무레한 걸 했다. 그런데 그게 휘더니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라울의 두번째 골 역시 피구의 완벽한 어시스트에서 비롯된 것. 이런 선수가 있는 팀이 왜 우리한테 졌지?

 

-지단: 한번 잡으면 매우 여유있게 드리블을 하는데, 두세명을 제끼는 건 기본이다. 그가 있으니 중원이 꽉 차 보인다. 다음은 맨유의 스타들에 대한 소감이다.

-베컴: 그날따라 베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레알이 워낙 잘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해설자에 따르면 "보기 드물게 부진"했단다. 간혹 칼날같은 센터링을 날리긴 했다. 그가 차는 코너킥은 참으로 위력적이던데, 코너킥을 번번히 엉뚱한 곳으로 차는 우리 대표팀 생각이 나 우울했다.

-반 니스탤루이: 동물적 골감각의 소유자인데, 맨유에서 뛴 90경기 중 73골인가를 넣었다나? 전혀 각도가 없는 상태에서 오버헤드 킥도 하는 등, 천부적인 골잡이였다.

-바르테즈: 그래도 이름있는 골키퍼인데, 레알한테 무려 세골이나 먹고 스타일 구겼다.

-긱스: 누군가 그랬단다. 베컴이랑 긱스를 놓고 고르라면 긱스를 고르겠다고. 잘하는지는 모르겠고, 이름이 Giggs, 그러니까 G가 무려 세개다. 이름의 60%가 G인 사람은 처음 본다.

하여간... 참 재미있는 경기였다. 슛은 대개 골문 안쪽을 향했고, 패스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불필요한 중단이 없으니 추가시간도 거의 없고. 팬들이 열광할 만하다. 이런 걸 보다가 어떻게 K리그를 보겠는가? 이제 레알에는 베컴마저 가세, 정말이지 눈이 부신다. 혼자서 미드필더를 차지하려 고군분투하던 베컴, 이제 든든한 동료들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래서 이런 광고도 찍었을 거다. "나를 지배하라! 그러면 경기를 지배할 것이다"라는 광고.

궁금한 건, 베컴이 가세했는데도 레알이 비록 선두를 달리긴 하지만 전승이 아니라는 거다. 비기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패배한 게 3번인가 된다. 아니 어떻게 그 멤버를 하고서 질 수가 있지? 공은 둥글어서? 그나저나 레알 감독은 좋겠다. 안그래도 야구에 비해 축구감독은 하는 게 없는데, 멤버까지 저리 좋으니 무슨 고민이 있을까? 다들 알아서 잘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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