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강의를 나가게 됐을 때,

생각지도 않게 순오기님이 연락을 해오셨고,

친히 터미널로 마중을 나오셔서 근사한 점심을 사주시기까지 했다.

순오기님한테 평소 해드린 게 없어 면목이 없었지만

그 점심은 지금까지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순오기님이 추가 비용을 내면서 시킨 삼합이었다.

평소 홍어를 잘 먹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가며 먹은 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거기서 먹은 홍어는 전날 잠을 못자서 피곤했던 내 심신을 단박에 회복시켜 줬다.

염치없게도 난 그 접시에 담긴 삼합을 다 먹었는데,

그게 성에 안찼는지 그 뒤부터 한동안 ‘홍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이걸 혼자서 다 먹었다...



수원에서 볼일이 있던 날,

어떻게든 혼자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기에

그간 벼르고 벼렸던 홍어로 메뉴를 정했다.

수원에서 삼합 잘하는 집을 찾으니 ‘남촌’이란 곳이 나왔고,

좀 비싸긴 했지만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해주는 위로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삼합을 시켰다.

다른 이와 싸울 필요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홍어라니,

위로 치고는 너~~무 커다란 위로가 아닌가!

한점 한점 홍어를 고기에 싸서 먹는데, 인터넷에 뜬 ‘맛있다’는 표현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내 실수인지 원래 그랬는지 마지막에 홍어 한점이 모자라 고기만 먹은 게 옥의 티,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날 유심히 보던 종업원이 다가오더니 혹시 아침마당에 나오는 그분이 아니냐면서

홍어애라고, 홍어 새끼를 서비스로 주셨다.

누군가 유심히 날 본다면 그건 십중팔구 ‘돈 안내고 도망칠까봐’였는데,

방송에 얼굴을 비춘 게 이런 점이 좋구나 싶었다.

맛있어서 열나게 먹다가 앗차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홍어를 포식했다면 홍어 생각을 그만해야 할텐데,

어찌된 게 그전보다 더 홍어 생각이 난다.

순오기님과 갔던 그곳에 가서 “다른 반찬 다 필요없고, 홍어만 오십점 주세요!”라고 호기있게 외치고 싶어졌다는.


그날 순오기님과 지내는 동안 홍어 이외에도 느낀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힘이 지역의 문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열정이랄까, 그런 것도 느꼈다.

또 하나 감명받은 건 알라딘 마을 사람들의 따스한 정.

다리까지 다친 몸으로 친히 마중을 나오고, 또 강의를 에스코트해주신 순오기님께

언젠가는 꼭 은혜를 갚겠다고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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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4-09-14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이 다 따사로워지네요. 홍어는 예전 회식자리에서 처음으로 맛보았다 그 강렬함에 데었던 기억이 ㅋㅋ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아요.

마태우스 2014-09-15 09:39   좋아요 0 | URL
호홋 홍어는 유전자가 있어야 되는 것 같더군요. 그 강렬함을 맛으로 승화시키는 유전자? 전 그게 있더라고요^^

saint236 2014-09-1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어를....맛있겠는데요...

마태우스 2014-09-15 09:39   좋아요 0 | URL
님도 홍어 좋아하시는군요 저 사진 보고 군침이 돌면 유전자가 있는 겁니다

다크아이즈 2014-09-15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코트하신 순오기 님도, 그 정성을 오롯이 감동으로 화답하는 마태님도
알라딘 마을엔 없어서는 안 될

마태우스 2014-09-15 09:40   좋아요 1 | URL
아유, 저야 순오기님에 비하면 먼지죠... 제가 알라딘마을을 위해 한 게 뭐가 있겠어요 부끄럽죠

레와 2014-09-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어엔 막걸리라던데..ㅎㅎ 막걸리는요??


마태우스 2014-09-15 09:40   좋아요 0 | URL
막걸리 마시면 참 좋을 텐데, 막걸리는커녕 맥주 한잔도 못마셔서 안타까웠어요 강의 전이라....ㅠㅠ

paviana 2014-09-15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유전자 반쯤 있어요. 담에 홍어에 막걸리 제가 살게요. ㅎㅎ

마태우스 2014-09-16 09:29   좋아요 0 | URL
홍어에 막걸리라,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moonnight 2014-09-1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홍어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지만 ^^; 어쩐 일인지 군침이 막 ㅎㅎ
순오기님과 마태우스님 두 분 덕에 저까지 훈훈해지는 월요일입니다. ^^

마태우스 2014-09-16 09:29   좋아요 0 | URL
유전자가 없어도 군침이 도는 게 가능하군요^^ 올만입니다. 꾸벅

무스탕 2014-09-1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수원까지 오셔서 혼자 식사를 하시다니요?!
남촌 찾아보니 제가 있는곳이랑 가까운 곳인데..
수원에 있는 탕이가 죄송해지네요.
다음에 또 그런일이 있으면 그땐 꼭 연락주세요 :)

마태우스 2014-09-16 09:28   좋아요 0 | URL
오모나 그럴 수가! 정말 제가 죄송해버렸네요. 면목없습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꾸벅

순오기 2014-09-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보이는 홍어 한점은 제가 먹었어요.ㅋㅋ 마태님 강의사진이랑 재밌는 사진도 올려야 하는데...^^

마태우스 2014-09-24 23:42   좋아요 0 | URL
어머 순오기님....! 예서 뵈니까 반갑네요. 시간 되실 때 천천히 올리셔도 됩니다 부담갖지 마세요 다리는 좀 어떠신지요

순오기 2014-09-25 19:41   좋아요 1 | URL
다리는 나았는데 아직은 걷기 운동은 못나가고 꼭 해야할 일에만 걸어요.
가을이다 보니
프로그램과 지역행사에 참여해야 될 일이 많아 몸이 축나겠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