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너만 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강용석 발언이 화제다.
여기저기서 강용석을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난 그를 욕할 수가 없다.
그가 말한 발언의 일부는 내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난 97년 강준만 교수로부터 세례를 받고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졌다.
그로부터 십사년간 여성주의는 내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네이버 댓글에선 “이 꼴페미야!” “네가 여자라는 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는 답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난 남자일 뿐, 결코 여자가 아니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여성들이 삶 속에서 얻은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빈약한 것이었다.
“여성 의원의 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
여전히 난 여성의 외모를 많이 따지고,
강용석이 동료 의원들의 미모를 품평하듯이
동료 선생들의 미모를 평가하곤 했다.
나처럼 ‘미모’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인데-심지어 결혼도 미모의 여인과!-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주의자가 과연 공존할 수 있는 건지 회의가 든다.
그게 궁금해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이란 책을 줄을 쳐가며 끝까지 읽었지만,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명확한 정리는 없는 듯했다.
물론 강용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아나운서 발언을 제외한다면 그 부적절함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차원이지,
내가 그보다 나을 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