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너만 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강용석 발언이 화제다.
여기저기서 강용석을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난 그를 욕할 수가 없다.
그가 말한 발언의 일부는 내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난 97년 강준만 교수로부터 세례를 받고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졌다.
그로부터 십사년간 여성주의는 내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네이버 댓글에선 “이 꼴페미야!” “네가 여자라는 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는 답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난 남자일 뿐, 결코 여자가 아니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여성들이 삶 속에서 얻은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빈약한 것이었다.

“여성 의원의 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
“(나경원 의원은)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이 없다.”
여전히 난 여성의 외모를 많이 따지고,
강용석이 동료 의원들의 미모를 품평하듯이
동료 선생들의 미모를 평가하곤 했다.
나처럼 ‘미모’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인데-심지어 결혼도 미모의 여인과!-
외모지상주의와 여성주의자가 과연 공존할 수 있는 건지 회의가 든다.
그게 궁금해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이란 책을 줄을 쳐가며 끝까지 읽었지만,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명확한 정리는 없는 듯했다.

물론 강용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아나운서 발언을 제외한다면 그 부적절함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차원이지,
내가 그보다 나을 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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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2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모를 비교는 할 수 있겠지만 그 판단을 어느 문제에 어떤 식으로 적용시키는지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배우자 선별이나 미인대회(가 동급은 아닙니다만)가 공식 만찬이나 정치와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오오, 그런데

'-심지어 결혼도 미모의 여인과!-

이 대목은 자랑이시군요! 호호호홋

마태우스 2010-07-23 14:22   좋아요 0 | URL
그, 그건 아니지만... 하여간 저도 주드님 댓글 달때마다 늘 "어마 미모의 주드님이다!"라고 했구, 어느 분한테는 "왜 노상 미모 타령이냐"란 항의성 댓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용석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건데요...ㅠㅠ

stella.K 2010-07-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솔직해서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0-07-23 14:23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바르게 살아야 할텐데요...

비공개 2010-07-2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용석씨 발언은 도가 좀 지나치긴 했지만
직장인 여성으로서, 술자리에서 늘상 듣던 '분위기 띄우는' 농담들 이더군요.
물론 그게 괜찮다는 건 아닙니다만..
어쨌든 이 사건을 계기로, 반성하는 (남자)분들이 좀 많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마태우스님같은 분이 어디 흔할까요? ^^;

마태우스 2010-07-24 10:14   좋아요 0 | URL
김두식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더군요. 저는 나쁜놈이구요, 저같은 사람은 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쟈니 2010-07-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글, 저도 참 좋습니다. ^^

마태우스 2010-07-24 10:14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체오페르 2010-07-24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마음, 생각이야 뭐를 어떻게 하든 상관할수 없지만, 공인으로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다는게 문제니까요.
마태님만 그러겠습니까? 예쁜 사람 좋아하는건 남녀노소 동서고금 인종지역 모두 똑같잖아요.ㅎㅎ
저는 이런 마태님이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0-07-24 10:13   좋아요 0 | URL
오오 루체오페르님, 이렇게 고백해 주시다니요 호홋.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꾸벅

비로그인 2010-07-2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외모가 멋진 남자가 좋드라요.

마태우스 2010-07-24 10:13   좋아요 0 | URL
그래서 님이 엘신님을..?^^

moonnight 2010-07-2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용석씨는 그 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자기 편인 줄 착각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은 평소 모습을 솔직하게 (-_-;) 드러냈을 뿐인데 옆에 있던 사람들은 평소의 그들이 아니었던 게 문제의 시작이었을까요?
그런 류의 발언은 분명 잘못 되었지만, 위의 jsshin님 댓글처럼 직장생활 하다보면 회식자리에선 늘 나오는 얘기들이니깐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발끈발끈 해대다보면 너무 피곤해져서 그냥 무신경해져버려요. 저 인간 또 시작이군. 그러려니. 하면서 말이죠.
마태우스님같은 남자분들이 제발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마태우스 2010-07-24 10:12   좋아요 0 | URL
그죠? 다들 자기 편이라고, 아니면 최소한 동의해줄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다들 그러니까 무신경해질 수도 있지만, 발언할 때마다 저렇게 언론에 대서특필된다면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글구..저도 나쁜놈이어요.

Arch 2010-07-24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강용석씨 발언을 새삼스럽게 부풀리는건 좀 우스워요. 암묵적으로 혹은 다들 알게 모르게 그런 잣대를 들이밀면서.

얼마 전에 공부하는 반에서 그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 들때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한적이 있어요. 답은,

계속 계속 의식적으로 노력하라.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손쉽게 만족하려는 욕심 때문이란걸 알았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일상적인 언어 습관이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면 어떻게 바꿔야할지 돌아볼 수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

강준만 선생님! 반가워요^^

마태우스 2010-07-24 10:10   좋아요 0 | URL
아치님 안녕하셨어요. 계속 의식적으로 노력하라는 게 정답이었군요. 하지만... 이 뿌리깊은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려면 얼마나 노력을해야할지 까마득해 보입니다ㅠㅠ 하여간 말은 조심해야겠어요

L.SHIN 2010-07-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내 주변엔 빼어난 미남.미녀들이 없었네요.(딱 한 번만 빼고)
그런 것도 운인가...? ㅡ_ㅡ 어차피 외모야 상관없지만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30년 넘게 살면서 왜 한 번도 미인을 못 만났을까요. 친구,동료,그냥 아는 사람들 다~
포함해도 말이죠. 제가 외모에 관심없으면 안 보이는 걸까요,그런 사람들이?
하지만 -
만화 주인공들은 다 이쁘고 멋져야 해요. 물론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말입니다.
돈 주고 사는데 그 정도 즐거움은 있어야...어차피 현실도 아니니까요.

마태우스 2010-07-25 11:47   좋아요 0 | URL
엘신님이 미남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님 주위에 왜 미녀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남이 없었던 건 이해가 갑니다.

2010-07-24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8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unky 2010-08-04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테우스라면 한겨레신문에 기고를 하셨던 그 기생충학과 교수님이세요? 서민교수님? 용모와 이름이 겹치는 그 교수님? 글을 보니까 드디어 결혼을 하신 모양인데 축하드려요.
알라딘에서 활동하고 계시군요. ^^ 어디가셨나했는데 참세상에 인플루엔자에 대한 기고도 하시고 다방면으로 많이 활동하시는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