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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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나온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이 <토요타의 어둠>을 읽고 더욱 분노했다. 어떻게 이렇게 근로자들을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부려먹고, 마침내는 과로사하거나 우울증으로 퇴사하게 만드는건지,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타는 일본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세계 제일의 자동차 생산대수를 자랑하고 있고 우량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토요타의 이면을 밝혀낸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대부분의 출판사나 언론매체 등에 토요타가 스폰서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토요타 측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수입 제로를 경영방침으로 삼은 MyNewsJapan에서 이러한 책을 용기있게(!)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은 토요타의 높은 리콜 비율, 과도한 잔업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과로사, 토요타에 대한 전 세계의 좋지 못한 평판 등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 근로자들의 노동 실태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뤄볼까 한다.

토요타 시는 나고야에서 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위치에 있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외부와 접하기 어려운 직장과 주거환경 속에 주위에는 온통 토요타그룹 사람들 뿐이다. 에키덴(사내 체육대회 같은 것)의 준비,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등의 비공식적 업무, 축구대회 등으로 사적인 시간까지 교묘히 조종하고 있다. 이처럼 격리된 입지, 독특한 분위기, 세뇌적 교육, 엄격한 규율 등을 보며 거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전직 근로자들이 말한 '작은 북조선' 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改善(かいぜん)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작게는 봉투의 재활용부터 시작해서 에어컨 온도를 29도로 맞추는 것 등 온갖 것이 카이젠의 대상이고,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영업이익 2조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미담인가?

그리고 읽으면서 가장 분노했던 부분은, 30세의 나이로 과로사한 토요타 직원의 아내의 이야기였다. 6개월 전쯤부터 잔업이 살인적으로 늘어났고, 결국 그 이야기가 쭈욱 전개되는데, 읽으면서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선진국에서 벌어지는지,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인지 하는 분노가 엄습했다. 그 사람이 죽기 직전 1개월 동안은 한달에 잔업이 144시간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대략 25일로 나눠도 하루에 약 6시간의 잔업을 하는 셈이다. 토요타에서는 2교대를 하고 있는데 아침반과 저녁반이 있고 그것을 1주 간격으로 교대하고 있다. 당연히 생체리듬은 무너진다. 가족과 마주앉아 밥조차 먹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변칙근무를 통해 심야수당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근무시간때문에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고, '토요타 달력'이라는 그들만의 달력을 보면 국경일이라는 개념도 없다. 그 외에 잡무에도 시달렸는데, 반장모임의 간사로 뽑혀서 휴일에도 유인물과 포스터를 작성해야 했고 회의준비를 해야 했으며 그 외에도 잡다한 대회나 이벤트 등이 많았다. 앞에서 언급한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용지'의 제출과 점검, 그리고 QC 서클활동 등 업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잡무들에 시달렸다. 그는 오후 4시에 출근해 그 다음날 아침 6시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하루에 14시간이 넘게 일을 한 것이다. 결국 그는 업무중 쓰러지고 '과로에 의한 치사성 부정맥'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장례 중에 인사과 직원이 퇴직금 서류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이제 죽었으니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쓰고 버리는 물건인가?

그리고 사내 따돌림과 장시간 노동에 의하여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한 직원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덴소에서 토요타로 파견된 직원에게 원래의 분야와 관계없는 업무를 시켜서 심한 부담을 주고, 결국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회의 중에 공공연하게 모욕하는 등의 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이 가해졌다. 그 직원은 길어야 7~8시간 동안 집에 있다가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계속했고, 결국 심신의 건강이 무너져서 휴직한 끝에 원래의 직장인 덴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이런 일은 로마 시대의 노예들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사람이 하루에 14시간 넘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노동을 하는 목적은 속된 말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인데,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러한 허울뿐인 대기업 사원이 되어도 하나도 행복할 것 같지 않다. 

안그래도 얼마전 미국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한 사상사고가 이어져 결국 대량 리콜 사태가 있었다. 당연하다. 근로자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에서 어떻게 양질의 제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토요타는 근로자들에게 카이젠(改善)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업문화 자체를 카이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분노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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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문
현월 지음, 신은주 외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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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의 <나쁜 소문>, 이 책은, 재일한국인 사회를 배경으로 했지만 사실 어디서나 있을 법한 보편성을 추구하여 쓴 작품이라고 현월은 말한다. 중단편 <나쁜 소문>과 <땅거미> 로 구성되어 있다.  

<나쁜 소문>은 '뼈다귀'라는 별명의 남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에 대한 이야기인데, 마을사람들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뼈다귀는 모든 소문의 근원으로써 악의 상징이 되어 있다. 현월은 이 작품에서 소문이라는 불확실한 매체를 통하여 마을사람들의 집단적 악의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은폐되고 면죄되는 사실을 그리고 있다. 나의 편견일지 모르지만 현월의 작품들을 읽으며 매번 느끼는 것은, 재일한국인 공동체의 특수성과 잔혹함이다. 한국 내에서보다 더 무서운 면은, 꼭 예전에 에도시대에 있었던것같이 마을 내에서 뭔가 어긴 사람을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린치를 한다는 것이 정말로 무섭다.(일본어의 村八分(むらはちぶ)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현월의 다른 작품 <그늘의 집>에서도 곗돈 떼먹은 숙자의 린치 사건이 나온다. 그 린치는, 평생 다리를 못쓰게 될 정도로 가혹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재일한국인 집단이 특별히 거칠고 잔혹해서가 아니라, 타국에서 이미 약자의, 국외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종의 생존법이 아닐까. 뼈다귀와 양씨형제의 '그 사건' 이후로, 료이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학교도 못다니고 부모도 없는 재일한국인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을테니, 아마 폭력단이나 암거래에 관계된 일을 해서 뼈다귀에게 계속 송금을 해준 것이 아닐지 추측만 할 뿐이다. 역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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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원숭이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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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외눈박이 원숭이>, 표지가 굉장히 강렬한 책이다. 일본어판의 표지는 다르게 생겼는데 국내 번역본 표지만 이런 강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미치오 슈스케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에 뽑혔는데 이 <외눈박이 원숭이>는 그 작품과는 달리 미스테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훈훈하고 따뜻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이 <외눈박이 원숭이>인 이유는, 중간에 등장하는 일본 민화에서 따온 것이다. 그 민화의 내용은 이렇다.

 "옛날 어느 나라에 원숭이가 구백구십구마리 살았는데, 그 원숭이들은 모두 외눈박이였습니다.
얼굴에 왼쪽 눈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에 딱 한 마리, 두 눈을 모두 가진 원숭이가 태어났습니다.
온 나라의 원숭이들이 그 원숭이를 놀리고 비웃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 원숭이는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려서 다른 원숭이들과 똑같아졌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두 눈을 가진 원숭이가 빼버린 오른쪽 눈은 일종의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결말은 참으로 훈훈하고 따뜻하다. 주인공인 탐정 미나시가 세들어 사는 낡은 맨션 로즈 플랫의 거주자들...굉장히 강한 유대감으로 뭉쳐 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나시는 어떻게 건물 밖에서도 내부의 소리를 다 들었는지, 항상 끼고 다니는 큰 헤드폰은 무슨 의미인지
후유에의 큰 선글라스 안에 있는 눈은 어떻게 생겼는지
탐정사 직원 호사카는 왜 의자를 가지고 퇴근하는지
마키코 할머니의 방에는 왜 항상 불이 꺼져 있는지
노하라 할아버지의 발음은 왜 알아듣기 힘든지
쌍둥이 자매 마이미와 도우미가 손발이 척척 맞는 이유는 무엇인지

읽으면서 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뒤에 가서야 밝혀진다. 굉장히 감동적이고 따뜻한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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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편혜영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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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하고 몽롱한 분위기의, 마치 에도가와 란포를 생각나게 하는 단편집 <아오이가든>을 읽고 편혜영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각종 문학상 수상집 등에 그의 단편이 있으면 꼭 찾아 읽곤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첫 장편 <재와 빨강>이 나왔고 바로 구입했다.  

<재와 빨강>은 지금까지 편혜영의 소설에서 읽어왔던 디스토피아의 흔적이 완연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창궐하는 역병, 세계의 이면과 심연을 그로테스크하게 포착하는 전략, 불가해한 파견근무, 범람하는 쓰레기 등의 모티프 차원의 반복도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 '그'가 아파트먼트 4층에서 투신하여 지상의 공원과 쓰레기 소각장으로, 또 거기서 맨홀 아래의 하수도로 전락해가는 하강의 서사를 제시할때는 마치 <아오이가든>에서 수많은 개구리들과 함께 아파트 밖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또한 그가 마지막으로 공부한 C국 언어의 문법이 사역수동이었다는 것은 그가 앞으로 스스로의 의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암시로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C국에 오게 되고 부랑생활을 하게 되며 쥐잡는 방역원으로써 활동하게 된다. 출국하기 전에 전처가 죽었고, 그 전처 살해의 혐의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또한 익명성이 두드러지는 측면에서는 마치 배수아의 <훌>을 보는듯 하였다. 주인공 '그'와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고, 어류 선배나 귀뚜라미 팀장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그가 파견되어 간 나라는 'C국'이라는 정체불명의 나라다. 그가 파견된 C국의 본사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으며, 마침내 그는 자신이 '발신자 없는 메일'에 의해 C국으로 파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C국에서 그를 아는 유일한 사람인 '몰'은 그 이름을 쓰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으며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극히 관료적이고 기계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사의 경비는 자신은 단지 일개 경비일 뿐이라며 상부의 담당자들의 존재를 그에게 계속 환기시킨다.

이 소설은 거울이 그의 얼굴을 비추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약품이 그의 얼굴로 흘러내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의 얼굴 위로 흐르는 약품이, 재로 내려앉았고 피로 튀었던 누군가들의 자취를 그의 얼굴에서 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아오이가든>과 <사육장 쪽으로>의 속편으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디스토피아적이고 음울한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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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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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뒤져서 지금은 절판된 <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를 구했다. 이 책을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게 된 계기는,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을 읽다가 주인공 쇼코가 안데르센 자서전의 페이지를 넘기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장면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쇼코도 그 책을 헌책방에서 샀다고 하는데, 절판되어 나도 그렇게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었다.

안데르센, 그는 평생 열등감과 외로움에 휩싸여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그러한 그의 불우한 삶이 잘 드러나 있다.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서 좋은 글을 써도 쟁쟁한 문인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유럽 기행 이야기 등 문인으로서의 안데르센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안데르센 자서전은 크로포트킨 자서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과 함께 세계 5대 자서전 안에 들어가는 명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양지가, 쇼코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 역시 느껴보고 싶다. 

쇼오꼬는 책을 덮고 노인의 사진을 보았다. 손톱이 짧아진 탓으로 집기가 어려워 사진은 원고지에 붙여 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쇼오꼬는 사진을 그대로 둔 채 안델센의 자서전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한 것도 노인과 만난 근 10년 전의 일이다.
표지의 등이 누렇게 되고 낱장의 가장자리에도 연한 고동색의 얼룩이 번져 있다. 2단으로 짜인 작은 활자는 주위의 공백이 적은 탓인지 더 작고 빼곡이 들어찬 것처럼 보인다.
―― 1819년 9월 6일 월요일 아침, 나는 프레드릭스벨 언덕 위에서 처음으로 코펜하겐을 바라보았다…….
유년기까지의 추억에 대한 기술이 끝나면 14세가 된 안델센의 홀로 가는 외로운 나그네길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품에 대한 악평, 빈정거림, 좌절, 실망, 쇼오꼬의 상상을 훨씬 넘는 괴로운의 시기는 안델센을 몇 번이나 엄습해서 그것을 처음 읽었을 무렵에는 가슴이 막히는 것을 느꼈었다. 그러나 또 한편 자서전 전체는 안델센이 많은 선의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혹은 도움을 받은 행운의 사람같이 여겨질 에피소드로 메꾸어져 있다.
―― 나의 생애는 파란이 넘치는 행운의 일생이었다. 그것은 그대로가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안델센도 스스로 그렇게 쓰고 있다. 그러나 쇼오꼬에게는 안델센이 행운의 에피소드를 열거하면 할수록 어딘지 썰렁한(그것은 고독감이라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홀로라고 하는 것을 각오하고 있는 또 하나의 표정이 어쩔 수 없이 다가오곤 했었다.
                                                                      -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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