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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문
현월 지음, 신은주 외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평점 :
현월의 <나쁜 소문>, 이 책은, 재일한국인 사회를 배경으로 했지만 사실 어디서나 있을 법한 보편성을 추구하여 쓴 작품이라고 현월은 말한다. 중단편 <나쁜 소문>과 <땅거미> 로 구성되어 있다.
<나쁜 소문>은 '뼈다귀'라는 별명의 남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에 대한 이야기인데, 마을사람들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뼈다귀는 모든 소문의 근원으로써 악의 상징이 되어 있다. 현월은 이 작품에서 소문이라는 불확실한 매체를 통하여 마을사람들의 집단적 악의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은폐되고 면죄되는 사실을 그리고 있다. 나의 편견일지 모르지만 현월의 작품들을 읽으며 매번 느끼는 것은, 재일한국인 공동체의 특수성과 잔혹함이다. 한국 내에서보다 더 무서운 면은, 꼭 예전에 에도시대에 있었던것같이 마을 내에서 뭔가 어긴 사람을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린치를 한다는 것이 정말로 무섭다.(일본어의 村八分(むらはちぶ)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현월의 다른 작품 <그늘의 집>에서도 곗돈 떼먹은 숙자의 린치 사건이 나온다. 그 린치는, 평생 다리를 못쓰게 될 정도로 가혹하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재일한국인 집단이 특별히 거칠고 잔혹해서가 아니라, 타국에서 이미 약자의, 국외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종의 생존법이 아닐까. 뼈다귀와 양씨형제의 '그 사건' 이후로, 료이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학교도 못다니고 부모도 없는 재일한국인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을테니, 아마 폭력단이나 암거래에 관계된 일을 해서 뼈다귀에게 계속 송금을 해준 것이 아닐지 추측만 할 뿐이다. 역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