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Eternity to Here: The Quest for the Ultimate Theory of Time (Paperback)
Sean Carroll / Plume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 시간의 화살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 주제는 엔트로피이다.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감소할 수 없으므로, 우주의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하며 시간의 흐름을 낳는다. 이에 따라 우주 초기(빅뱅)의 엔트로피는 아주 작아야만 한다. 이를 과거 가설(Past Hypothesis)이라고 한다. 여기서 저자의 의문이 생긴다. 왜 우주 초기의 엔트로피는 그렇게 작은가?


엔트로피와 시간의 관계에 대한 많은 논의 후에,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우주 초기의 낮은 엔트로피를 설명하기 위한 가장 그럴듯한 모델은 이렇다. 커다란 우주(엄마 우주?)에는 양자요동으로 인해 분기되어 급팽창해가는 아기 우주(baby universe)들이 있으며 우리 우주도 이런 아기 우주의 하나이다. 아기 우주는 급팽창이 진행되며 결국 엄마 우주로부터의 연결이 끊어진다. 엄마 우주에서 초기의 아기 우주가 어떻게 보일까에 대한 언급이 잠시 나오는데, 호킹 복사에 의해 아주 빨리 사라지는 미시 블랙홀과 같을 것이다(358 페이지).


이것이 저자가 표준 물리학(열역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을 전체 우주에 적용하여 얻은 결론이다. 물론 저자는 아기 우주를 포함한 다중우주가 여러 가능한 모델(예측prediction)의 하나일 뿐이라고 언급한다. 빅뱅 이전에도 우주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리 스몰린의 우주론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저자는 우주의 상태 공간과 물리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스몰린은 이를 버려야 할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우주의 미래는 본질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하지만 스몰린이 생각하는 미래는 그렇지 않고 열려 있다.


시간에 대한 물리학의 표준적 관점을 말할 때 많이 언급되는 책이며, 이에 대해 알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사실 이 책에서 내게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타임머신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6장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엔젤 윙스 2
얀 지음, 로맹 위고 그림, 박홍진 옮김 / 길찾기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WASP(Women Airforce Service Pilots) 멤버인 안젤라 맥클라우드의 2차 대전 태평양 전선에서의 모험담이다. 버바 전선에 대한 얘기인 1편 <엔젤 윙스>에 이은 2편인데, 1편을 읽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줄거리 중 하나인 언니의 석연찮은 죽음에 대한 얘기와 맞물려 진행된다. 


2차 대전 당시의 항공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듯 싶다. 내 별점은 4.5개이다. 항공기와 당시 상황에 대한 디테일이 놀랍다. 작가는 프랑스의 로맹 위고(Romain Hugault)인데, 모든 것을 손으로 그리는 모양이다[*]. 비행기의 디테일이 혹시 어디서 그래픽을 들고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다. 


등장 인물들 중 하나인 폴 티비츠는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의 조종사였는데, 여기서 묘사되듯 정말 여자 문제가 있었는지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나오지는 않는다. 일단 그냥 작가의 상상력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

[*] 참고: https://hubertybreyne.com/en/expositions/presentation/528/angel-wing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깊은 밤, 홀로 앉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cience is about answering hard questions, but it's also about pinpointing the right questions to ask. When it comes to understanding life, we're not even sure what the right questions are. We have a bunch of intriguing concepts that we're pretty sure will play some sort of role in an ultimate understanding--entropy, free energy, complexity, information. But we're not yet able to put them together into a unified picture. That's okay; science is a journey in which getting there is, without question, much of the fun. (p. 201)


"과학은 어려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학은 또한 올바른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생명의 이해에 있어 우리는 올바른 질문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 생명의 궁극적 이해에 모종의 역할을 하리라고 확신하는 흥미로운 개념들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엔트로피, 자유에너지, 복잡성, 정보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것들을 어떻게 하나로 꿰어내는지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과학은 가는 길이 아주 재밌는 여행이니까."


모르는 것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간다는 것, 왜 그럴까 궁금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러한 기쁨이 과학의 본질, 더 나아가 배움의 본질이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궁극의 행복 중 하나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3-03-18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From Here To Eternity 대신 From Eternity To Here, 절묘하네요. 완전히 통일된 진리로 꿰어낼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으로 맡겨둘수 밖에요.
관심가는 책인데요.

blueyonder 2023-03-18 17:24   좋아요 0 | URL
이 책의 국역본 제목은 <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입니다. 원 제목을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엔트로피 등의 개념으로 시간에 대한 물리학적 관점을 설명하는 내용이 주입니다. 읽다가 과학에 대한 문구가 좋아서 옮겼습니다. ‘완벽한 이론’이나 ‘진리’보다 그냥 탐구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우주의 시작이라는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스티븐 호킹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They [space and time] were defined only within the universe, so it made no sense to talk of a time before the universe began. It would be like asking for a point south of the South Pole. It is not defined. (Brief Answers to the Big Questions, p. 44)


우주가 시작되기 전의 시간에 대해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시간과 공간은 우주의 탄생과 함께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이러한 답변을 했다: 하느님은 우주를 창조하실 때 공간과 함께 시간도 창조하셨다. 차이가 있다면 호킹은 일반상대성 이론에 근거해,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앙에 근거해 답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이론물리학자인 션 캐럴은 이렇게 얘기한다. 


   So what happened before the Big Bang? Here is where many discussions of modern cosmology run off the rails. You will often read something like the following: “Before the Big Bang, time and space did not exist. The universe did not come into being at some moment in time, because time itself came into being. Asking what happened before the Big Bang is like asking what lies north of the North Pole.”

   That all sounds very profound, and it might even be right. But it might not. The truth is, we just don’t know. The rules of general relativity is unambiguous: Given certain kinds of stuff in the universe, there must have been a singularity in the past. But that’s not really an internally consistent conclusion. The singularity itself would be a moment when the curvature of spacetime and the density of matter were infinite, and the rules of general relativity simply would not apply. The correct deduction is not that general relativity predicts a singularity, but that general relativity itself breaks down. The theory cannot be considered to be complete; something happens where general relativity predicts singularities, but we don’t know what. (From Eternity to Here, p. 50)


션 캐럴에 따르면 우리는 답을 모른다. 사실 그는 오히려 빅뱅 이전에도 시간이 존재한다는 쪽을 선호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니 모든 이론 물리학자들이 호킹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한 당혹스러움은 애덤 프랭크의 <About Time>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앞으로 좀 더 알 수 있게 되기를... 리 스몰린에 따르면 당연히 빅뱅 이전에도 시간이 존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