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에 갈 거다 푸르른 숲
엘리 테리 지음, 이은숙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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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에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책을 읽었다.

마치 내가 고양이가 된듯 낮게 엎드려 누워 기분 좋은 듯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책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초등학교는 남녀공학을 나왔지만,

그때는 남녀 사이의 말랑말랑한 감정을 잘 몰랐었고,

(나는 아무래도 또래보다 늦었던것 같다.)

중ㆍ고등학교는 여학교를 나온대다가,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부류여서,

주변에 동요하지 않고 공부만 하면서 보냈던 학창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ㆍ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어서 였겠지만,

그렇게 재미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이 로맨스소설에 열을 올리던 그 시절에도 나는 무협지라고 불리는 장르소설을 읽었던 터라,

참으로 오래간만에 청소년 대상의 책을 읽었고,

그들의 사랑얘기가 너무나도 예쁘고 대견해서,

읽는 내내 분홍분홍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투렛증후군이란걸 접하게 됐는데,

이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가 연기하던 그 '뚜렛증후군'이었다.

틱장애와 비슷한 것이라고 해서, 그런 것인가보다 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틱장애와는 약간 다르다.

유전적인 요인, 뇌 이상, 출산시 뇌의 감염 등이 주요원인이란다.

어쩌면 우리가 '틱'이라고 알고 있는 가벼운 것들은 일종의 버릇이고,

이런 유전적인 것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투렛증후군에 걸리면 '시도 때도 없이 괴상한 몸짓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단다.

게다가 매번 남자친구를 갈아치우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 적응할 새도 없이 전학을 다니게 되고,

그런 캘리에게 친구가 없다.

그런 그녀에게 학생회장까지 하는 멋진 진송(중국계)이 다가와서 친구가 된다.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젊은날(=청소년)의 사랑을 담고 있어서도,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를 해서도 아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자신의 장애를 직시하고,

병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든지 아이이든지, 청소년인든지 간에,

이름 붙일 수 없어서 그렇지,

누구나 자신만의 장애를 끌어안고,

거기에 침잠해버리곤 한다.

 

때론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

장애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

 

이런 구절은 통통 튀는 것이 예뻤다.

 

한무리의 아이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어디론가

급히 가느라

책가방이

엉덩이 위에서 통통 튄다.(84쪽)

 

어릴적 친구였던 베아트리스는 캘리를 따돌린다.

하지만 캘리는 그런 베아트리스를 이해하고 용서한다.

 

'베아트리스'라는 시를 보면 캘리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베아트리스

 

떠나버리고

남겨지고

버림받고

포기해 버리고.

 

분명히 엄마는 내게 적절치 않은 충고를 했고,

엄마의 데이트 결정은

내 삶을 망쳐 놓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나와 지지고 볶고 있다.

 

적어도 나는 엄마가 있다.

(266쪽)

 

 

 

암튼 캘리는 달에 가는 열세번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캘리가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나는 칼리오폐 준.

달까지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

그곳엔 나를 비웃거나,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팔불출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겠지

 

물론 그렇겠지만,

그녀와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고,

적어도 대화를 나눌 사람도 그곳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달에 날아갈 때 쯤이면,

아마 달나라 여행이 패키지 상품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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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2-09 06:47   좋아요 0 | URL
모두 달에 보내 버리고 저는 지구에서 달을 볼래요 . ㅎㅎㅎ 혼자 남아도 좋을 거 같아~ ㅋㅎㅎㅎ
달에 가면 , 달에 가버리면 내 등뒤는 누가 따라오나요 ... 그럼 , 슬플거 같아 . 하핫~
참 ! 배웅을 할게요~!! 그래도 되겠죠~^^?

양철나무꾼 2018-02-09 09:18   좋아요 1 | URL
역쉬 [그장소]님은 재기발랄한 댓글이 일품이죠.
여기서 달나라는 제가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 책의 주인공 칼리오페 준=캘리가 자신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에게서 탈출구로 생각한 곳이예요.
그래도 혼자가면 심심할테니까 말동무 몇 사람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달을 바라보며 저 달에 내가 배웅한 누군가가 있다 생각하는 것도 운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8-02-09 12:08   좋아요 1 | URL
ㅎㅎ저는 열네번째 응원자가 되서 달을 , 양철나무꾼 님이랑 나란히 볼게요!^^ 흐흣~

북극곰 2018-02-09 10:31   좋아요 2 | URL
나무꾼 님의 리뷰를 읽으니 되려 제 맘이 말랑말랑, 따땃~해집니다. 고마워요~ ^^

갤리가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 그런지 막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고, 적어도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달나라 패키지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저는 우주선 타는 거 무서워서 지구에서.. ㅎㅎ

양철나무꾼 2018-02-10 09:53   좋아요 0 | URL
책이 완전 좋아서, 제 리뷰가 말랑말랑 따땃~해진것 같습니다.

님도 저랑 [그장소]님 곁에 따악 붙어서,
지구에서 바라보며 응원하자구요~^^

서니데이 2018-02-15 15:4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8-02-20 17: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즐거운 설 명절 보내셨어요?
명절 지나고 날이 춥지 않아서 살만해요.
이렇게 이렇게 봄이 오려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