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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없는 성적표
류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8년 6월
평점 :
4차 산업 혁명 – 새 시대에 어울리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책은 서평단 이벤트로 받았습니다. 평소와 문투, 논조, 태도 등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책 처음에 받았을 때 첫 생각. 왜 이렇게 얇아. 읽고 난 뒤 생각. 얇아서 다행이다. 얇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더 길면 안 된다. 더 길면 아마 난 저어기서 울면서 바닥을 파고 있을 거다.
저자는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미국의 성적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확인했다. 보다 보니 참 괜찮다. 소개하고 싶다. 소개한 김에 한국에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설득도 하고 싶다.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가 아닐까.
성적 없는 성적표. 현재 미국 여러 학교에서 도입한 이 성적표는 역량 중심 성적표이자 과정 중심의 성적표이다.
우선 역량 중심의 성적표. 4차 산업 혁명 이후 필요한 역량 ― 창의적 사고, 리더십, 진취성, 진실성 등을 학생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는다. 기존 성적표처럼 줄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이 학생의 강점이 무엇이며 약점이 무엇인지 보여줄 뿐이다.
사람의 역량은 계속해서 변한다. 현재 결과를 보여주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여기서 과정 중심의 성적표가 나온다.
학생은 각 역량을 기르기 위한 활동을 하고, 그 활동 내역을 영상 등으로 찍어 기록한 뒤, 기록물을 제출한다. 학생이 제출한 기록물도 성적표에 반영된다.
즉, 성적표에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과정까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람을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시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시험 결과 역시 과정의 일부분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학생과 교사가 함께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연구하고. 그 과정을 성적표에 다시 기재한다.
각자 강점과 약점이 다르고, 역량을 기르는 방법도 다 다르다. 주입식 교육이 설 자리가 없다. 교사는 이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함께 달리며 방향만 제시해줄 뿐이다. 진정한 학생 주도적인 교육이 시작된다.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물론 좋은 이야기다. 사람을 성적만으로 줄 세우고, 그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건 잔혹하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단 강남에 학원이 우수수 생기겠지. 역량 교육을 도와 드립니다. 성적표에 올릴 영상을 만들기 위한 영상업체도 범람할 터.
여행사에서는 여행상품을 개발할지도 모른다. 무슨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이런이런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사교육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사교육 시장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양질의 교사. 역량을 기르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교재도 바꾸어야 하고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자유학기제도 빈부격차가 크다고 들었는데, 이 자유학기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된다고 보면 된다. 빈부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잡음도 분명 클 터다.
책 자체는 짜임새 있다. 미국의 성적표를 직접 보여주며, 성적 없는 성적표가 무엇인지 궁금할 사람의 의문을 풀어준다. 성적 없는 성적표가 왜 유용한지 예시를 잘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도기 상황에서 어떻게 제도를 운용할지 저자 나름대로는 고민하고 있다.
다만. 한글로 충분히 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튀어나오는 영어 단어와 지나치게 이상적인 태도는 거슬렸다.
그래도 새로운 시대에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사람이라면, 특히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나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