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 전환기에 퍼트니힐을 방문했던 손님 중의 한 사람은 그 두 늙은 남자가 마치 레이던산 병에 든 두마리의 기이한 벌레들처럼 보였다고 적었다. 그 사람은 스윈번을 볼 때마다 잿빛 누에나방(Bombyx mori)을 떠올렸는데, 스윈번이 자신 앞에 놓인 음식을 한조각 한조각 먹어치우는 모습도 그러했거니와, 점심시간 뒤 그를 덮친 몽롱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전기가 번쩍 지나간 듯 새롭고 활기찬 상태로 깨어나더니 내쫓긴 나방처럼 손을 떨면서 서재를 재빨리 왔다갔다하다가 계단과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이런저런 귀한 책을 책장에서 꺼내는 모습 또한 나방을 연상시켰다고 한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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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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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취미는 나비 채집이었다고 한다. 스쳐가 듯 등장하는 나보코프의 자서전을 읽는 여자. 단편들을 통과하는 나비를 잡는 남자. 나비를 잡는 러시아 소년. 러시아어로 소설을 쓰다 러시아를 떠나 영어로 소설을 쓴 작가. 독일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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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7-12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제발트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해준 책이네요.

새로운 표지보다 왠지 구판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alummii 2022-07-12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너무 어려웠었는데 숨겨진 은유가 해석이 안되더라고요ㅎㅎ 그래서 제발트 다른 작들도 막 찾아 읽었는데 해석안되긴 마찬가지;;;ㅋㅋ

VALIS 2022-07-12 18:47   좋아요 1 | URL
저도 그저 기나긴 문장에 홀홀홀린 듯이 읽었습니다 ㅎ...

VALIS 2022-07-12 18:50   좋아요 1 | URL
사진 쳐다보면서 이건 뭘까.. 한참 보고 그랬네요

alummii 2022-07-1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이 기억에 남아요 분명 무슨 뜻이 있는거 같은데.. 하고 ㅎㅎ< 전원에 머문 날들> 하고 <현기증,감정들>도 묘하게 계속 읽게 되었어요
 

박살난 아름다움.




파울은 사진 아래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우리는 항상 20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어디로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하루가, 한시간이, 한번의 맥박이 지나갈수록 모든 것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었고, 아무런 특색도 없는 추상적인 것들로 변해갔다. - P72

그는 나중에 이런 글귀를 추가했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 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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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스탠딩 - 도덕적 허세는 어떻게 올바름을 오용하는가
저스틴 토시.브랜던 웜키 지음, 김미덕 옮김 / 오월의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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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공리와 심리를 한 번에 봉합하려면 피치 못하게 순환논증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을 피하려는 시도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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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주의자 대산세계문학총서 16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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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비아의 친구 파졸리니는 1950년에 이 소설을 읽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18년 뒤 파졸리니는 <테오레마>에서 하녀를 땅에 깊이 파묻었고, 아버지를 광야에 유배 보냈다. 전후 당시에는 파시즘이 하나씩 뿌리채 뽑을 수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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