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폐허에 가까이 갈수록 망자들의 신비로운 섬에 와 있다는 생각은 점점 사라졌고, 그 대신 미래의 어떤 대재앙으로 파명한 우리 자신의 문명의 잔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본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가 남겨놓은 금속과 기계의 쓰레기더미 사이를 돌아다니는 미래의 이방인처럼 나 또한 도대체 어떤 존재들이 여기서 살고 일했는지, 벙커 안의 원시적인 장비들과 천장 아래의 철제 궤도들과 아직 군데군데 타일이 븥은 벽에 걸린 괭이들, 쟁반 크기의 물뿌리갵 승강장과 하수구 따위들이 어디에 쓰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그날 내가 오퍼드니스에서 실제로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모른다. - P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