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마을 장례식」중

같은 시간, 집에서는 검은 천으로 몸을 감싼 여자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고 초들은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창백한 황금색으로 타올랐다. 이때 사람들은 서른을 넘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울고 싶었으리라.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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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3
로베르트 무질 지음, 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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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핵심에 다가가보죠. 한편에 주문자가 있고 다른 쪽엔 제작자가 있는 양분된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자동적으로 가능한 모든 이윤추구 방식이 동원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 현상이 도덕적이거나 아름답거나 상관없이 말이죠 저는 ‘자동적으로‘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그런 현상이 높은 차원에서 개인적인 의향과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문자는 제작자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일선 업무 조직들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공적인 직원으로 대처하면 그만입니다. 당신은 오늘날 이런 관계를 경제 영역뿐 아니라도처에서 목격할 겁니다. 가령 우리 친구 투치는 늙은 개 한 마리를 쏘아죽이진 못할망정 고귀한 양심의 평정상태에서 전쟁을위한 신호를 보낼 수는 있을 겁니다. 또한 당신의 친구 모오스브루거는 수천명에 달하는 사람에게서 사형 선고를 받을 텐데 막상 그걸 제 손으로 실행할 사람은 세 명에 불과하다는 말이지요.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이런 ‘간접성‘ 덕분에 전체 사회와 각각의 개인은 양심을 보장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누르는 버튼은항상 희고 깔끔하지만, 그 버튼이 연결된 다른 쪽 끝에서는 다시 그 버튼을 누를 일이 없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가 있는 법이죠. 혐오스러운가요? 그런 식으로 우리는 수천명을 죽이거나 근근이 살아가도록 하며 고통의 산을 옮기기도 하지만 뭔가를 해내기도 합니다!" - P484

"모든 노동 분업의 형식은 발전될 겁니다. 그래서 질문은 그것이 혐오스럽냐가 아니라 우리가 과거로 회기하지 않고도 품위 있는 상황에 가닿을 수 있느냐가 되어야하지요!" - 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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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연일 뿐이야." 필연이 눈을 흘겼다. "편견 없이 보자면 내 얼굴은 문둥병자와 별 다를 것이 없어." 아름다움이 고백했다. 사실상 그것의 효과는 다음과 같을 뿐이었다. 광택은 사라졌고, 의도하는 바는 힘을 잃었으며, 기질이나 기대, 긴장의 끈은 끊겨버렸다. 그 공간에서 몇초 동안 감정과 세계 사이를 흐르는 신비한 균형이 깨졌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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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사람에 가해진 폭력적인 삶

시는 사라졌고, 삶은 폭력적이거나 극도로 폭력적이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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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는 그에 대한 두가지 답을 마련해놓았다. 왜냐하면 세계가 생겨난 이후, 대부분의 인류는 그의 젊은 시절에만큼은 전복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좀더 이전 세대들이 현재에 집착하고, 머리로 생각하는대신 가슴이나 한조각의 육체로 생각하는 것을 우습게 여겼다.
이 젊은이들에게 윗세대의 도덕적인 한심합은 지적인 한심함만큼이나 새로운 관계맺기의 실패로 비춰졌고, 그들 자신에게타고난 도덕이야말로 성취와 영웅주의, 그리고 변화를 위한 도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들에게조차 현실적인 시대가 찾아오면, 그들은 더이상 그것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 P70

오래전부터 그가 행하고 체험하는 모든 일에서 그는 어떤 혐오의 느낌, 어쩔 수 없음과 고독의 그늘을 느꼈는데, 그 보편적인 혐오에서 그는 어떤 보완적인 애착을 발견할 수 없었다. 종종 그는자신이 현재로서는 어떤 목표도 없음의 재능을 타고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곤 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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