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전록 - 징비록, 난중일기보다 먼저 읽어야 할 조선의 역사
권오단 지음 / 산수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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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은 우리에게 치욕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의 저력이 드러난 전쟁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은 곳곳에 숨어있던 인재들이 나타나 의병을 이끌고, 전투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이순신 장군, 권율 장군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수많은 민초들이 목숨을 초개처럼 버려 이 땅을 지켜낸 승리의 역사이다.

 

이런 임진왜란 이전에 이미 이를 예측하고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율곡 이이 선생이다. 이이는 임진왜란의 전조를 예측하여 능력 있는 자를 임용하고, 군민을 양성하고, 국가 재정을 충족시키고, 변방을 굳건히 하고, 전마를 준비하고, 교화를 밝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를 위해 신분에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하고 양반에게도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주장을 펼쳤던 율곡의 이이의 모습과 이 땅의 민초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떤 신념으로 행동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율곡이나 민초들과는 달리 이탕개의 난을 겪은 후에도 전혀 변화가 없었던 무능한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율곡 이이의 주장에 동인·서인 가리지 않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이와는 반대로 용호군에 속한 인물들의 의기는 이들과는 얼마나 대조적인지.

 

저자는 이탕개 난을 진압했던 율곡 이이가 유성룡에게 큰 영향을 끼쳐 임진왜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이 역사적인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이의 영향을 받은 유성룡이 징비록을 써서 임진왜란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그 피맺힌 절규는 지금 이 땅을 살아가는 바로 우리 모두를 향한 외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선조들이 어떻게 이 땅을 지켜냈는지를. 우리는 충분히 파악해서 준비해야 한다. 이 땅의 역사가 그 어떤 외세에도 굴하지 않고 찬란한 우리 자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것, 바로 그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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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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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남편에게 여자를 소개해주기 위해 애쓰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자신이 죽은 뒤에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와 함께 할 여성을 찾는다는 사연이었다. 감동적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도 드는 사연이었다.

 

<비포 아이 고>의 줄거리도 바로 이들 노부부의 사연과 다르지 않다. 다만 데이지의 나이가 27이라는 것만 빼고. 똑같은 사연이지만 여기에서 왠지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27이라고 하면 죽음보다는 삶을, 꿈을, 미래를 얘기해야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7살의 데이지는 완치되었던 유방암이 재발해 온 몸으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남편 잭과 알콩달콩 신혼의 즐거움을 맛보고, 나를 닮은 아이가 재롱을 떠는 모습도 보고, 수년간 공부해온 학업도 끝마쳐야 하는데.

 

6개월이라는 제한적 시간 속에서 데이지의 내면에 떠오른 생각은 바로 남편 잭이다. 그녀가 없으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 잭이기에, 데이지는 그의 아내가 되어줄 여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하고, 절친인 케일리와 함께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찾은 여인 pw147. 하지만 두 사람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데일리는 분노하고, 슬퍼하고, 힘들어하는데..

 

데이지의 마음이 절절이 와 닿았다. 아직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아내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만약에 내가 먼저 죽으면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라고. 아내의 혼자 있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정말 두 사람 모두를 위하는 것일까?

 

상당히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저자는 가벼운 톤으로 그려낸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하지는 않다. 그녀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장면 하나 하나가 적지 않은 아픔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사랑할 수도 있구나(물론 나도 그렇다).

 

사랑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다. 그런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옆에서 있어서 더욱 좋다. 죽음 앞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가장 좋다. 데이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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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좀비 탐정록
김재성 지음 / 홈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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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수포교에서 참혹하게 죽은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로 발견된 여인은 이화학당 여학생 조수희로 황금정 바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사라졌는데 결국 난도질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체는 해부를 한 듯 파헤쳐져 있었다. 이 사건은 영국에서 발생했던 잭 리퍼사건과 유사해 보인다.

 

동아일보 구형보 기자의 기사로 시작해서 그런가, 처음부터 꼭 실제 사건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과연 이 시체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했다.

 

사건을 맡은 종로경찰서는 용의자들을 심문하는 중 여성이 살해되었을 때 네 발 달린 동물을 보았다는 목격자 진술을 받는다.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첫 번째 살해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청계천에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자 종로 경찰서 기무라 서장은 경성의 유명한 치과 의사이자 탐정인 민치우를 찾아간다. 피해자와 각별한 사이였던 민치우는 이미 개인적으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중이었는데, 청계천을 걸어가던 민치우 앞에서 세 번째 살해사건이 벌어진다. 민치우는 괴물이 피해자의 목을 물어뜯는다는 것을 알고 금마차 마담을 설득하여 괴물을 잡고자 하는데..

 

일본 731 부대와 좀비 바이러스를 연결한 소재가 참신하다. 동양에서 보기 힘든 좀비 이야기지만 실제로 다양한 생체실험을 진행했던 731부대였기에 이런 일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죽첨정 단두유아사건, 백백교 교주 전용해 사건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소설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성 제일의 탐정 민치우의 동아일보 구형보 기자를 대신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김산의 만남은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의 만남을 보는 듯해 이 소설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다양한 재미를 느낀 소설이었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사건을 다룬 소설치고 그렇게 공포스럽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웠다. 좀비가 신선한 피와 육체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좀비를 물리치는 과정과 방법이 생뚱맞았다. 저자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추리소설의 결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짧지만 재미있는 소설이다. 민치우와 김산 콤비의 다음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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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을해 지음 / 북인더갭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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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까? 고치다, 치료하다, 라는 의미일까? 김조을해의 <>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 작품이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단편 <야곱의 강>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문예중앙>, <웹진> 문장 등에 작품을 발표했지만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힐은 어떤 가상의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힐은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다. 식사, 음식, 운동, 문화생활 등 모든 것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힐은 언뜻 보면 누구나 가고 싶어할만한 장소이다. 하지만 힐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장소이다. 마기의 표현을 따르자면 힐은 호텔식 감옥이다.

 

힐은 말하자면 정신교육을 통해 제국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르도록 사람을 길들이는 일종의 수용소로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지게 되는 곳이다. 이런 힐의 모습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오늘날의 사회가 바로 힐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어느 순간 물살에 휩쓸리듯이 여론에 휘둘리고, 미디어에 휘둘리고, 광고에 휘둘리는 삶을 산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은 점차 사라지고 누군가의 결정에 따라, 누군가의 속삭임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다. 물론 <>에서 얘기하듯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조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수의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은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마기는 이런 제국에 맞선다. 어머니 리간의 글을 방언으로 옮기는 번역을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마기는 이렇게 외친다.

 

이렇듯 훌륭한 분들의 사고마저도 제국은 정형화시키지 않습니까. 여기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해요. (p.97)

 

그렇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정형화된 사고를 가진 인물은 자유로울 수 없다. 틀 안에, 우리 안에 갇혀있는 동물과 같을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말하는 세계가 미래의 어느 순간이라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무겁고 힘들었는지 모른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중간 중간 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내용이나 대화의 내용에 담긴 의미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읽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개조)>하려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바로 우리 옆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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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구마 2015-08-07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하게 표지와 소설가 최윤님의 추천사만 보고 읽었는데 남쪽에 있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의 글을 번역하는 주인공 마기의 이야기인데 거기서 룸메이트를 만나고 약간은 정신이 없는 룸메이트(이름은 기억이 안나네요 특이한 성을 가진 대학교수)의 아내와 501호에 역시 갇혀있는 여인(이름이 생각나진 않으나 살구빛원피스를 입고 음악회장에 갔으며 주인공 마기와 인터폰으로 통화를 한 나중에 동생에 대한 단서를 가진 스파이라고 해야되나) 등 다소 낯선인물들을 만나고 특히 개인면담하는 부분이 기억이 나네요. 제가 쓰고 있는 순간에도 생각이 나지만 읽을땐 힘들진 않았지만 이걸 정리하기에는 조금 표현하기 어려운 소설이었어요.
 
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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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답답하다.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다.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 검사들, 그리고 증인 A, B, C. 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이들이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이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 땅에 진정으로 믿을만한 단체가, 사람이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힐지도 모르겠다.

 

10여 년간 민·형사 소송에서 20여 건 이상을 패소한 변호사. 전적으로만 따지자면 완전한 패배자이다. 완전 낙제 변호사이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그가 걸어온 길을 이 땅에 사법적 정의를 세우려고 했던 외로운 투쟁의 길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맡았던 사건은 이해관계가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증인 A의 진술에만 의존한 판결. 그런데 증인 A는 여러 위증 및 위조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과연 그가 말하는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증인 BC는 또 어떤가? 증인 A처럼 소송 당사자와 이해관계로 얽힌 증인 B, 증언을 번복한 후 계속해서 거짓 증언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증인 C. 이들에게 내려진 위증죄에도 불구하고 재판의 판결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소송 당사자가 굴지의 대기업인 H건설이었기 때문일까?

 

저자는 사건을 맡아서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 법정증언에 대한 공방, 판결문 등을 요약하여 설명한 후 각 재판의 판결이 잘못된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라 계속해서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어 처음 느꼈던 분노와 절망감이 조금 퇴색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재판정에서 이루어진 판결이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타의 증거보다 법관의 판단에 의존한 판결, 이런 판결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는 어느 정도일까? 또한 그런 오류는 정말 판사 개인의 순간적인 판단 실수일까, 아니면 그 판결이 이루어진 뒷면에서 또 다른 힘이 작용한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사법기관의 잘못 혹은 오류라고 생각되는 판결이 과연 이 책에서 다룬 건 하나일까, 라는 것이다. 물론 사법당국은 대다수의 검찰, 법관들이 법에 따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 소개한 사건과 같은 일을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듣기 때문이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싸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법의 정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법을 통해 우리의 잘잘못을 판단한다. 그렇기에 법관의 법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그 혹은 그녀의 판단으로 대한민국이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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