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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좀비 탐정록
김재성 지음 / 홈즈 / 2015년 7월
평점 :
청계천 수포교에서 참혹하게 죽은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로 발견된 여인은 이화학당 여학생 조수희로 황금정 바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사라졌는데 결국 난도질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체는 해부를 한 듯 파헤쳐져 있었다. 이 사건은 영국에서 발생했던 ‘잭 리퍼’ 사건과 유사해 보인다.
동아일보 구형보 기자의 기사로 시작해서 그런가, 처음부터 꼭 실제 사건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과연 이 시체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했다.
사건을 맡은 종로경찰서는 용의자들을 심문하는 중 여성이 살해되었을 때 네 발 달린 동물을 보았다는 목격자 진술을 받는다.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첫 번째 살해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청계천에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자 종로 경찰서 기무라 서장은 경성의 유명한 치과 의사이자 탐정인 민치우를 찾아간다. 피해자와 각별한 사이였던 민치우는 이미 개인적으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중이었는데, 청계천을 걸어가던 민치우 앞에서 세 번째 살해사건이 벌어진다. 민치우는 괴물이 피해자의 목을 물어뜯는다는 것을 알고 금마차 마담을 설득하여 괴물을 잡고자 하는데..
일본 731 부대와 좀비 바이러스를 연결한 소재가 참신하다. 동양에서 보기 힘든 좀비 이야기지만 실제로 다양한 생체실험을 진행했던 731부대였기에 이런 일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죽첨정 ‘단두유아’사건, 백백교 교주 전용해 사건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소설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성 제일의 탐정 민치우의 동아일보 구형보 기자를 대신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김산의 만남은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의 만남을 보는 듯해 이 소설 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다양한 재미를 느낀 소설이었지만 좀비를 소재로 한 사건을 다룬 소설치고 그렇게 공포스럽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웠다. 좀비가 신선한 피와 육체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좀비를 물리치는 과정과 방법이 생뚱맞았다. 저자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추리소설의 결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짧지만 재미있는 소설이다. 민치우와 김산 콤비의 다음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