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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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녀가 괴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

촬영소 세트장에서 사라진 동생을 찾아야 한다. 주인공 강유어는 평생을 장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치원생 때부터 동생을 돌봤는데(부모가 있어도) 이젠 먼지가 되어 사라질지 모를 동생을 구해내야 한다.


강유어 외에도 사촌언니 한재원, 종합촬영소 고객지원팀 팀장 오하석도 집에서 맏이였고 퍽퍽한 삶을 살아왔다. 강유어는 집에서는 맏이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짊어지우는 것들에, 밖에서는 월세에 대출금 이자까지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가는 것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유어를 쫓아오는 느낌으로 살았다. 한재원은 그런 굴레를 벗어나려고 미국으로 떠났고, 오하석은 어릴 때부터 지뢰밭 같은 인생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런 그들에게 타르디그가 되어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 속에 잃어버린 양말 이론이 등장하는데 이 이론은 실제로 1500년대 후반 로어노크섬에서 115명의 정착민이 사라진 사건과 현재 파주 세트장에서 유어의 동생 유슬이 사라진 일과 연결된다.


실제 사건과 소설 속 상황, 그리고 잃어버린 양말 이론이 조밀하게 얽힌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절망을 풀어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절망적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질 않으니 회피하고 싶고,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 셋의 선택을 보며 청년독자들은, 나라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미 중년이고 지금보단 덜 힘든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희망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강유어에게 마음이 갔다. 또한 강유어처럼 맏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막냇동생이 태어났고 그 때부터 나는 누나가 아닌 거의 엄마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었다. 동생을 보살피고 가정경제를 걱정하고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포기했다. 어쩔 수없이 일찍 결혼했지만 결혼 후에도 친정 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친정의 모든 수입은 서울로 유학 간 동생의 박사과정에 몰빵되었지만 현재 친정의 시시콜콜한 것을 돌보는 것은 내 몫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있겠으나 독자마다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 당연히 배경지식과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버린 이들과 달리 강유어는 현실을, 인간의 삶을 택했다. 먼지가 되어 자유롭고 싶어할 독자는 강유어의 태도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지막 강유어의 다짐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어보자는 작가의 다정한 조언처럼 들린다. 조금은 결의에 찬 것 같은 강유어의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난 인간으로 살아갈 겁니다. 먼지로 흩어지지 않고, 내 세계를 묵직하게 다지며 살 거예요. 사실 한 번도 나한테만 집중하며 살아보지 못했거든요. 앞으로도 내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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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빗 : 훔쳐야 이긴다
케이비언 루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비룡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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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납치당했다. 죽을 수도 있다. 엄마를 구하려면 도둑들의 갬빗에 참가해야 한다. 로스는 대도가문인 퀘스트가의 딸로, 엄마와 21조로 작업했다.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 가출을 감행한 순간 엄마가 납치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다. 엄마를 구해야 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가족 외에는! 엄마의 평소 지론이다. 로스는 결국 갬빗에 참가하게 되고 엄마의 소식 때문에 이모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엄마의 저 말을 이모가 계속 상기시킨다.


"가족은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 네게 거짓말을 하지도 않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가족이야. 우리가 뭘로 먹고사는지 생각해 보렴. 사람들은 늘 뭔가를 원해. 대부분 남이 가진 것들을 말이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네게서 얻어 내려고 너를 바이올린처럼 연주할 거야. 네가 친구로 생각했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네 심장을 반으로 가르고 네가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두겠지. 그런 걸 바랄 정도로 어리석지 않잖니, 아가."


갬빗에 참가한 멤버는 로스의 예전 친구들도 있었고 원수 같은 아이도 있었다. 두 명씩 짝을 이뤄 공조할 수도 있고 개인 플레이를 해야할 때도 있었다. 지정된 물건을 훔쳐야 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못 훔쳤을 경우 다른 팀이 훔친 것을 훔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절대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갬빗:훔쳐야 이긴다>는 작년 아마존 최고의 영어덜트 소설에 올랐고 영화화가 진행중이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술술 읽혔다. 매 미션마다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속이고 속는지 관전하는 게 포인트다. 탈락자가 한 명씩 발생할 때마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는 꼭 1등을 해야만 하는 로스가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독자는 안도하며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드러나는 커다란 반전은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로스의 입장에 감정이입했던 독자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사연에는 별 관심을 두지 못한다. 물론 작가가 마지막에 가서야 각각 어떻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풀어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인간은 누구나 제 고통이 세상 제일 큰 것이라 여긴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 준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로스와 데브로의 썸이다. 십대 독자들이라면 그들이 공조했다가 오해했다가 하면서 간질간질 피어오르는 감정선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에서 둘의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바로 끝이 나버린다. 당연히 2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덜트 소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분량이 길어도 빠른 장면 전환과 대화체, 각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따라가려면 책장이 휙휙 넘어가고 어느새 끝에 다다르게 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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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오브 뷰티 -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미하엘라 노로크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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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오브 뷰티>는 세계 곳곳의 여성을 찍은 사진집이다. 제목대로 하자면 미인 지도책이다. 미인을 찾아나서는 책일까? 미인대회에 등장할 만한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그전에 미인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미인을 검색해 나오는 사진을 보면 아주 천편일률적이다. 우리가 미인이라고 인정하는 기준은 그간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된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여겨왔다. 어떤 여성이 그러한 기준에 모자란다 싶으면 완곡하게,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이 말은 반박을 부를 수밖에 없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내면 표현이 어려우니 너나없이 외모를 가꾸려 애쓰는 게 아니냐?”. 이제 아름다운 여성을 말할 때 이 책, <아틀라스 오브 뷰티>로 반론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진집을 좋아한다. 풍경 사진 못지않게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매그넘사진전부터였고, 그 후 라이프사진전, 이후로 <월간 사진>을 구독하며 한미 사진미술관이나 고은 사진미술관을 다녔다. 카메라를 들고 직접 대상을 찍고 싶기는 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시도하지 못한 채 사진집을 사들였다. 내가 애정하는 유명인 사진집은 노무현 전대통령과 오드리 헵번 사진집이고, 일반인 사진집으로는 <윤미네 집>이다. 김경훈 사진작가가 출간한 책은 모두 읽었는데 사진을 바라보는 안목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


이번 사진집 <아틀라스 오브 뷰티>는 받자마자 사진만 주욱 훑었다. 아름다웠다! 두 번째로는 눈길이 더 가는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따뜻했고 뭉클했다. 한편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표정과 자세가 나올 수 있지? 이 사람들은 사진가에게 순순히 자신을 내어주었을까? 설마 대가를 받았을까? 불순한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사진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어디서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간단한 소개만 있는 사진도 있었고 인터뷰를 한 것처럼 인물의 사연이 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맨 앞으로 돌아가 사진가 미하엘라 노로크의 글을 읽었다.


루마니아 출신의 노로크는 열여섯살에 화가인 아버지로부터 중고 필름 카메라를 받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찍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사진 전공을 하려고 했지만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던 시기였고 평범한 사진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다. 2013년 에티오피아 여행에서 본 여성들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세상에는 더 많은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찾아 나섰다.


처음에 저예산 배낭여행에서 찍은 사진들로 루마니아 내에서 시작한 개인프로젝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후원도 받게 되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더 많은 다양성을 포착하겠다고. 그렇게 시작한 사진여행이 쉽지는 않았다. 힘겨운 시간들이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들 덕분에 계속 할 수 있었다. 내가 의문을 가졌던 부분에 대한 그녀의 답을 그대로 인용한다.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렌즈를 직시하는 눈빛에는 사진가를 향한 신뢰가 들어있다는 것을. 대상을 향한 사진가의 애정 또한 함께 한다는 것도. 그렇다! 우리가 아름다움이라 부르는 것은 그저 외양만이 아니다. 담뱃잎을 말아 물고 카메라를 수줍게 바라보는 노파의 주름살에서, 둥그런 배를 감싸 쥔 임산부의 기대에 찬 표정에서, 패럴림픽에 나가는 게 꿈인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있는 아니아의 사연과 딸에게 젖을 물린 열다섯 어린 엄마의 모습에서 보이는 게 아름다움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사진집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과 표지 때문에 미인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진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진집은 단순한 미인 사진집이 아니다. 세계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인물의 눈빛과 자세, 복장과 배경에서 드러나는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발견해보자. 독자가 찾은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지난 달 탁현민이 만든 공연 더뷰티풀에서 그는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이란 우리 시대가 그리워하는 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나는 저 문장에서 정직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우리는 정직하게 표현하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인가?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성형과 명품으로 외모를 치장하고, 영혼 없는 인사를 나누고, 가식적인 말인 줄 알면서 주고받고, 마주 앉아서는 각자의 휴대폰을 보는, 이런 행위에 정직은 없다. 가식과 위선 없이 살아가는 사람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 노로크도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관용과 정직, 친절을 가르쳐 준다 고 말했다. 나아가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에게서 우러나는 향취가 아름다움일 것이다.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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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 - -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한 도전
이리나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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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은 무조건 좋다고 믿는 사람이다. ‘책팔랑귀라고나 할까. 책도 책 나름이라며 교차검증하지 않은 채 저자의 주장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학도서나 이론서적이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 한 건 죄다 해보고 싶은 따라쟁이다. 직접 해봐야 내게 맞는지 아닌지 알 게 아닌가.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 작가가 읽은 책은 나도 찾아 읽고, 들었다는 음악을 검색해서 틀어놓고 동감포인트를 찾고 싶다. , 책 속의 어떤 장소가 외국일 경우에는 간접 경험으로 만족해야하니 안타깝다.


나는 부러워하기 대마왕이다. 열렬한 사랑을 받는 소설 속 주인공이 부럽고,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워 시집을 낸 할머니가 부럽고,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 너무 부럽고, 사진집 속 평범한 모녀 사진을 들여다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지금 하는 일이 있고 가진 게 적지 않음에도 내게 없는 것,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번역가로 활동 중인 이리나 작가의 첫 에세이집 <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를 읽으면서도 나는 계속 부러워했다. 이 책은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기다. 스스로를 몸치라 해놓고서는 몸으로 하는 스포츠에 계속 도전했다. 수영은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지만 스쿠버다이빙은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데 가족이 다이빙 투어를 했다니 대단하지 않나. 수영과 스쿠버다이빙으로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해녀에까지 도전했다니!


, 여기서 잠깐! 삼치부인에서 삼치는 생선이 아니다. 길눈이 어두워 길치, 숫자에 약해 수치, 몸으로 하는 활동과 운동에 젬병이라 몸치, 그리하여 작가는 스스로를 삼치부인이라 부른다.


나도 수영을 배우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물이 무서워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 두어 달 다니다 그만뒀다. 그때가 이십대 초반이었다 작가는 나처럼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게 다행이었다면서 작가는, ‘모든 분야의 만학에는 단점 못지않게 장점이 많다고 했다. 따라쟁이인 나는 그 말에 수영에 다시 도전해봐?하는 생각이 불끈! 앗차차... <아무튼 발레><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를 읽고 나서 미루고 미루다 5월부터 발레학원에 등록했는데 일단 발레 도전부터!


나는 이리나 작가와 블로그 이웃이고 3년 전엔 직접 만난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다는 느낌 보다는 옆집 언니와 수다를 떠는 기분이었다.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자세히 얘기해줄테니 잘 들어봐~ 하면서 더 재미지게 썰을 풀어내주는 것 같았다. 쌍방 소통은 아니었지만 신나는 수다 타임이었다. 그만큼 모든 꼭지들이 다 재미있다. 오랫동안 번역을 해왔기 때문에 글솜씨가 좋은 이유겠지만 말이다.


블로그 이웃으로 만나 비슷한 정치성향임을 확인하게 되면 마음을 쉽게 열게 된다. 그러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여간 기쁜 게 아니었다. 나는 하고재비(경상도에서 뭐든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이 역시 비슷했다. 작가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한다. 몸치인 게 드러나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도 그만두지 않았다. 끈기로 똘똘 뭉친 태도가 강사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수강생으로 보였고 결국엔 끝까지 남는 한사람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좀 다르다. 나는 끈기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조금 하다가 시들해져 관둔 것들이 꽤 많다.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은 요가이고, 일을 하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은 서평쓰기이다. 2018년부터 블로그에 서평 올리기를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하고 있다. 서평쓰기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신간 욕심 때문이다. 이 놈의 물욕을 놓지 못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독서를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서평을 쓰려고 시작한 글이 삼천포로 새고 있다.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을 얘기해야겠다. 1장에서 5장까지는 작가의 각종 도전 챌린지를 재미있게 풀어놓았고 6장 바다의 여성들, 해녀 이야기에서는 해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다. 스쿠버 다이빙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한 해녀 체험을 통해 바다와 해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이 장이 다른 에세이집과 가장 차별화 되는 지점이라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신세대 해녀 신호진씨에게는 글쓰기를 독려했고, 거제 해녀학교 김성량 교장선생님은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은퇴 해녀 현삼강 선생님 편에서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해녀로 평생을 살아온 한 분의 생애에 숙연해졌다. 중년에 꿈을 이룬 홍채숙 해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활력이 글 속에서 펄떡였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나이 듦이라는 예술품을 만들기 좋은 나이에 와 있다어설퍼도 더 나은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에 진심을 쏟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썼는데 또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는지 급궁금해진다. 뭘 하든 열심히 할 게 분명하니 다음 책은 어떤 도전기일지 자못 기대가 된다.


그런데 끝까지 나를 부럽게 만드는 문장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뮤즈였고 물에서도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준 환한 햇살 같은 아들 


이라니! , 나도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역시 남의 집 아들은 엄마에게 뮤즈구나. 우리 집 남자 셋은...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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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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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은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일본 클래식 저술가 ‘나카가와 유스케’가 고른 10개의 교향곡을 소개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손길이 갈 만한 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교향곡의 제목은 아래와 같고, 저자는 제목이 있는 교향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주피터

베토벤의 영웅, 운명, 전원

슈베르트의 미완성

베를리오즈의 환상

차이콥스키의 비창

드보르작의 신세계

말러의 거인

쇼스타코비치의 혁명

독자가 꼽은 10대 교향곡과 저자가 선택한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의 취향이나 애청곡이 아니라 교향곡의 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곡을 선정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된 열 곡 모두 이름 정도는 익숙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곡 전체를 들은 적은 없더라도 유명한 부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열 개의 교향곡이 어떻게 작곡되었는지, 명작이 탄생한 배경에 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곡의 음악적 구조를 분석 해설하거나 명연주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위 설명처럼 역사와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컨대 저자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3곡이나 선정했는데, 이 곡들이 프랑스 혁명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에 나폴레옹과 당시 정세를 베토벤의 상황과 잘 직조해내었으며 연표로도 비교해 두었다.

열곡을 소개하기 전에 교향곡이란 어떤 음악인지를 먼저 설명하기 때문에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교향곡의 역사, 구조, 협주곡과의 비교, 표제음악까지 언급하며 이해를 돕는다. 그러므로 클래식 입문자 보다는 어느 정도 초급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의 인기가 가히 전세계적이다. 이에 임윤찬의 지도교수 손민수부터 10년 전 쇼팽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조성진까지, 피아노 음악과 연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통 클래식을 처음 접할 때 듣는 독주곡이 피아노곡이며 일반인이 악기를 배우려고 할 때 쉽게 선택하는 것 역시 피아노다. 어느 정도 독주음악을 듣고 나면 점차 연주 악기의 숫자가 늘어나는 피아노 삼중주나 현악사중주, 협주곡, 교향곡 순으로 감상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그동안 클래식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는데 이 책은 결이 조금 달라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곡가가 살았던 역사적 상황과 그 곡을 어떻게 작곡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으니 한 곡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작곡가의 짧은 전기를 읽는 기분도 갖게 해주므로 관심이 생긴 작곡가를 깊게 다루는 책들로 확장독서로 나아갈 기폭제가 되는 책이다. 이를테면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시리즈의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으로 나아간다면 한 작곡가의 생애와 음악 세계를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강헌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 3장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비교하고 있는데 저자의 관점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클래식계에 전해오는 말 중에 잘못 전해진 것들을 정정해주는 것이 있어 소개한다. 유명한 말 중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실제로는 하지 않았다)는 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가 유명한 예인 것처럼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운명 교향곡’의 일화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운명 교향곡’이라 부른다. 첫머리의 ‘다다다단’에 관해 제자가 질문하자 베토벤이 ‘운명이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하여 ‘운명’이라고 불렸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베토벤이 그렇게 말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그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어서 학술적인 책에서는 운명이라고 적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경우 저자가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된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2악장까지만 쓰여진 이 악보가 발견된 이후 미완의 이유를 찾으려는 연구가 많았는데 아래 다섯가지 설 중에 저자는 3번과 4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1. 실연설: 카롤리네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2. 베로벤설: 베토벤이 들어 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지나치게 바빠서 설: 중간까지 작곡했지만 오페라 작곡 등의 의뢰가 들어와서 도중에 그만두었다.

4. 중병설: 병이 나서 중단한 데다 투병 생활 동안은 작곡할 마

음이 들지 않았다.

5. 트러블설: 친했던 휘텐브레너 형제와 어떠한 트러블이 발생하면서 그들에 대한 의리로 작곡했던 이 곡을 더 이상 작곡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도중에 그만두었다

이 외에 예술적 이유가 있는데, 2악장까지의 완성도가 높아서 그에 걸맞은 3,4악장을 생각할 수 없었다는 설이 자주 언급된다. 즉 ‘미완성 교향곡’은 예술적으로는 미완성이 아니라 훌륭하게 완성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보통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클래식 음악은 듣던 곡 위주로 듣는다. 연주자나 지휘자를 바꿔 들으며 특정 부분의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한 두 번정도 밖에 안 들은 것 같다. 베를리오즈의 생애와 사랑을 흥미롭게 읽으면서 ‘환상 교향곡’을 배경음악처럼 틀었다. 들어보니 2악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인 곡이었고 4악장과 5악장은 낯설었다.

이렇게 해당 교향곡을 들으면서 읽으면 작곡가와 곡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한 곡을 정해 다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는 것도 색다른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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