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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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녀가 괴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

촬영소 세트장에서 사라진 동생을 찾아야 한다. 주인공 강유어는 평생을 장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치원생 때부터 동생을 돌봤는데(부모가 있어도) 이젠 먼지가 되어 사라질지 모를 동생을 구해내야 한다.


강유어 외에도 사촌언니 한재원, 종합촬영소 고객지원팀 팀장 오하석도 집에서 맏이였고 퍽퍽한 삶을 살아왔다. 강유어는 집에서는 맏이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짊어지우는 것들에, 밖에서는 월세에 대출금 이자까지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가는 것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유어를 쫓아오는 느낌으로 살았다. 한재원은 그런 굴레를 벗어나려고 미국으로 떠났고, 오하석은 어릴 때부터 지뢰밭 같은 인생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런 그들에게 타르디그가 되어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 속에 잃어버린 양말 이론이 등장하는데 이 이론은 실제로 1500년대 후반 로어노크섬에서 115명의 정착민이 사라진 사건과 현재 파주 세트장에서 유어의 동생 유슬이 사라진 일과 연결된다.


실제 사건과 소설 속 상황, 그리고 잃어버린 양말 이론이 조밀하게 얽힌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절망을 풀어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절망적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질 않으니 회피하고 싶고,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 셋의 선택을 보며 청년독자들은, 나라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미 중년이고 지금보단 덜 힘든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희망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강유어에게 마음이 갔다. 또한 강유어처럼 맏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막냇동생이 태어났고 그 때부터 나는 누나가 아닌 거의 엄마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었다. 동생을 보살피고 가정경제를 걱정하고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포기했다. 어쩔 수없이 일찍 결혼했지만 결혼 후에도 친정 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친정의 모든 수입은 서울로 유학 간 동생의 박사과정에 몰빵되었지만 현재 친정의 시시콜콜한 것을 돌보는 것은 내 몫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있겠으나 독자마다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 당연히 배경지식과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버린 이들과 달리 강유어는 현실을, 인간의 삶을 택했다. 먼지가 되어 자유롭고 싶어할 독자는 강유어의 태도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지막 강유어의 다짐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어보자는 작가의 다정한 조언처럼 들린다. 조금은 결의에 찬 것 같은 강유어의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난 인간으로 살아갈 겁니다. 먼지로 흩어지지 않고, 내 세계를 묵직하게 다지며 살 거예요. 사실 한 번도 나한테만 집중하며 살아보지 못했거든요. 앞으로도 내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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