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 - -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한 도전
이리나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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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은 무조건 좋다고 믿는 사람이다. ‘책팔랑귀라고나 할까. 책도 책 나름이라며 교차검증하지 않은 채 저자의 주장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학도서나 이론서적이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 한 건 죄다 해보고 싶은 따라쟁이다. 직접 해봐야 내게 맞는지 아닌지 알 게 아닌가.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 작가가 읽은 책은 나도 찾아 읽고, 들었다는 음악을 검색해서 틀어놓고 동감포인트를 찾고 싶다. , 책 속의 어떤 장소가 외국일 경우에는 간접 경험으로 만족해야하니 안타깝다.


나는 부러워하기 대마왕이다. 열렬한 사랑을 받는 소설 속 주인공이 부럽고,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워 시집을 낸 할머니가 부럽고,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 너무 부럽고, 사진집 속 평범한 모녀 사진을 들여다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지금 하는 일이 있고 가진 게 적지 않음에도 내게 없는 것,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번역가로 활동 중인 이리나 작가의 첫 에세이집 <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를 읽으면서도 나는 계속 부러워했다. 이 책은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기다. 스스로를 몸치라 해놓고서는 몸으로 하는 스포츠에 계속 도전했다. 수영은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지만 스쿠버다이빙은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데 가족이 다이빙 투어를 했다니 대단하지 않나. 수영과 스쿠버다이빙으로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해녀에까지 도전했다니!


, 여기서 잠깐! 삼치부인에서 삼치는 생선이 아니다. 길눈이 어두워 길치, 숫자에 약해 수치, 몸으로 하는 활동과 운동에 젬병이라 몸치, 그리하여 작가는 스스로를 삼치부인이라 부른다.


나도 수영을 배우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물이 무서워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 두어 달 다니다 그만뒀다. 그때가 이십대 초반이었다 작가는 나처럼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게 다행이었다면서 작가는, ‘모든 분야의 만학에는 단점 못지않게 장점이 많다고 했다. 따라쟁이인 나는 그 말에 수영에 다시 도전해봐?하는 생각이 불끈! 앗차차... <아무튼 발레><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를 읽고 나서 미루고 미루다 5월부터 발레학원에 등록했는데 일단 발레 도전부터!


나는 이리나 작가와 블로그 이웃이고 3년 전엔 직접 만난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다는 느낌 보다는 옆집 언니와 수다를 떠는 기분이었다.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자세히 얘기해줄테니 잘 들어봐~ 하면서 더 재미지게 썰을 풀어내주는 것 같았다. 쌍방 소통은 아니었지만 신나는 수다 타임이었다. 그만큼 모든 꼭지들이 다 재미있다. 오랫동안 번역을 해왔기 때문에 글솜씨가 좋은 이유겠지만 말이다.


블로그 이웃으로 만나 비슷한 정치성향임을 확인하게 되면 마음을 쉽게 열게 된다. 그러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여간 기쁜 게 아니었다. 나는 하고재비(경상도에서 뭐든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이 역시 비슷했다. 작가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한다. 몸치인 게 드러나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도 그만두지 않았다. 끈기로 똘똘 뭉친 태도가 강사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수강생으로 보였고 결국엔 끝까지 남는 한사람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좀 다르다. 나는 끈기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조금 하다가 시들해져 관둔 것들이 꽤 많다.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은 요가이고, 일을 하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은 서평쓰기이다. 2018년부터 블로그에 서평 올리기를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하고 있다. 서평쓰기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신간 욕심 때문이다. 이 놈의 물욕을 놓지 못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독서를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서평을 쓰려고 시작한 글이 삼천포로 새고 있다.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을 얘기해야겠다. 1장에서 5장까지는 작가의 각종 도전 챌린지를 재미있게 풀어놓았고 6장 바다의 여성들, 해녀 이야기에서는 해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다. 스쿠버 다이빙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한 해녀 체험을 통해 바다와 해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이 장이 다른 에세이집과 가장 차별화 되는 지점이라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신세대 해녀 신호진씨에게는 글쓰기를 독려했고, 거제 해녀학교 김성량 교장선생님은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은퇴 해녀 현삼강 선생님 편에서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해녀로 평생을 살아온 한 분의 생애에 숙연해졌다. 중년에 꿈을 이룬 홍채숙 해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활력이 글 속에서 펄떡였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나이 듦이라는 예술품을 만들기 좋은 나이에 와 있다어설퍼도 더 나은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에 진심을 쏟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썼는데 또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는지 급궁금해진다. 뭘 하든 열심히 할 게 분명하니 다음 책은 어떤 도전기일지 자못 기대가 된다.


그런데 끝까지 나를 부럽게 만드는 문장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뮤즈였고 물에서도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준 환한 햇살 같은 아들 


이라니! , 나도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역시 남의 집 아들은 엄마에게 뮤즈구나. 우리 집 남자 셋은...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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