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오브 뷰티 -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미하엘라 노로크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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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오브 뷰티>는 세계 곳곳의 여성을 찍은 사진집이다. 제목대로 하자면 미인 지도책이다. 미인을 찾아나서는 책일까? 미인대회에 등장할 만한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그전에 미인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미인을 검색해 나오는 사진을 보면 아주 천편일률적이다. 우리가 미인이라고 인정하는 기준은 그간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된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여겨왔다. 어떤 여성이 그러한 기준에 모자란다 싶으면 완곡하게,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이 말은 반박을 부를 수밖에 없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내면 표현이 어려우니 너나없이 외모를 가꾸려 애쓰는 게 아니냐?”. 이제 아름다운 여성을 말할 때 이 책, <아틀라스 오브 뷰티>로 반론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진집을 좋아한다. 풍경 사진 못지않게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매그넘사진전부터였고, 그 후 라이프사진전, 이후로 <월간 사진>을 구독하며 한미 사진미술관이나 고은 사진미술관을 다녔다. 카메라를 들고 직접 대상을 찍고 싶기는 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시도하지 못한 채 사진집을 사들였다. 내가 애정하는 유명인 사진집은 노무현 전대통령과 오드리 헵번 사진집이고, 일반인 사진집으로는 <윤미네 집>이다. 김경훈 사진작가가 출간한 책은 모두 읽었는데 사진을 바라보는 안목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


이번 사진집 <아틀라스 오브 뷰티>는 받자마자 사진만 주욱 훑었다. 아름다웠다! 두 번째로는 눈길이 더 가는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따뜻했고 뭉클했다. 한편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표정과 자세가 나올 수 있지? 이 사람들은 사진가에게 순순히 자신을 내어주었을까? 설마 대가를 받았을까? 불순한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사진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어디서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간단한 소개만 있는 사진도 있었고 인터뷰를 한 것처럼 인물의 사연이 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맨 앞으로 돌아가 사진가 미하엘라 노로크의 글을 읽었다.


루마니아 출신의 노로크는 열여섯살에 화가인 아버지로부터 중고 필름 카메라를 받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찍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사진 전공을 하려고 했지만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던 시기였고 평범한 사진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다. 2013년 에티오피아 여행에서 본 여성들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세상에는 더 많은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찾아 나섰다.


처음에 저예산 배낭여행에서 찍은 사진들로 루마니아 내에서 시작한 개인프로젝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후원도 받게 되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더 많은 다양성을 포착하겠다고. 그렇게 시작한 사진여행이 쉽지는 않았다. 힘겨운 시간들이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들 덕분에 계속 할 수 있었다. 내가 의문을 가졌던 부분에 대한 그녀의 답을 그대로 인용한다.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렌즈를 직시하는 눈빛에는 사진가를 향한 신뢰가 들어있다는 것을. 대상을 향한 사진가의 애정 또한 함께 한다는 것도. 그렇다! 우리가 아름다움이라 부르는 것은 그저 외양만이 아니다. 담뱃잎을 말아 물고 카메라를 수줍게 바라보는 노파의 주름살에서, 둥그런 배를 감싸 쥔 임산부의 기대에 찬 표정에서, 패럴림픽에 나가는 게 꿈인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있는 아니아의 사연과 딸에게 젖을 물린 열다섯 어린 엄마의 모습에서 보이는 게 아름다움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사진집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과 표지 때문에 미인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진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진집은 단순한 미인 사진집이 아니다. 세계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인물의 눈빛과 자세, 복장과 배경에서 드러나는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발견해보자. 독자가 찾은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지난 달 탁현민이 만든 공연 더뷰티풀에서 그는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이란 우리 시대가 그리워하는 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나는 저 문장에서 정직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우리는 정직하게 표현하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인가?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성형과 명품으로 외모를 치장하고, 영혼 없는 인사를 나누고, 가식적인 말인 줄 알면서 주고받고, 마주 앉아서는 각자의 휴대폰을 보는, 이런 행위에 정직은 없다. 가식과 위선 없이 살아가는 사람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 노로크도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관용과 정직, 친절을 가르쳐 준다 고 말했다. 나아가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에게서 우러나는 향취가 아름다움일 것이다.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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