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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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은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일본 클래식 저술가 ‘나카가와 유스케’가 고른 10개의 교향곡을 소개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손길이 갈 만한 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교향곡의 제목은 아래와 같고, 저자는 제목이 있는 교향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주피터

베토벤의 영웅, 운명, 전원

슈베르트의 미완성

베를리오즈의 환상

차이콥스키의 비창

드보르작의 신세계

말러의 거인

쇼스타코비치의 혁명

독자가 꼽은 10대 교향곡과 저자가 선택한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의 취향이나 애청곡이 아니라 교향곡의 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곡을 선정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된 열 곡 모두 이름 정도는 익숙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곡 전체를 들은 적은 없더라도 유명한 부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열 개의 교향곡이 어떻게 작곡되었는지, 명작이 탄생한 배경에 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곡의 음악적 구조를 분석 해설하거나 명연주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위 설명처럼 역사와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컨대 저자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3곡이나 선정했는데, 이 곡들이 프랑스 혁명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에 나폴레옹과 당시 정세를 베토벤의 상황과 잘 직조해내었으며 연표로도 비교해 두었다.

열곡을 소개하기 전에 교향곡이란 어떤 음악인지를 먼저 설명하기 때문에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교향곡의 역사, 구조, 협주곡과의 비교, 표제음악까지 언급하며 이해를 돕는다. 그러므로 클래식 입문자 보다는 어느 정도 초급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의 인기가 가히 전세계적이다. 이에 임윤찬의 지도교수 손민수부터 10년 전 쇼팽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조성진까지, 피아노 음악과 연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통 클래식을 처음 접할 때 듣는 독주곡이 피아노곡이며 일반인이 악기를 배우려고 할 때 쉽게 선택하는 것 역시 피아노다. 어느 정도 독주음악을 듣고 나면 점차 연주 악기의 숫자가 늘어나는 피아노 삼중주나 현악사중주, 협주곡, 교향곡 순으로 감상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그동안 클래식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는데 이 책은 결이 조금 달라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곡가가 살았던 역사적 상황과 그 곡을 어떻게 작곡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으니 한 곡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작곡가의 짧은 전기를 읽는 기분도 갖게 해주므로 관심이 생긴 작곡가를 깊게 다루는 책들로 확장독서로 나아갈 기폭제가 되는 책이다. 이를테면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시리즈의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으로 나아간다면 한 작곡가의 생애와 음악 세계를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강헌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 3장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비교하고 있는데 저자의 관점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클래식계에 전해오는 말 중에 잘못 전해진 것들을 정정해주는 것이 있어 소개한다. 유명한 말 중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실제로는 하지 않았다)는 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가 유명한 예인 것처럼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운명 교향곡’의 일화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운명 교향곡’이라 부른다. 첫머리의 ‘다다다단’에 관해 제자가 질문하자 베토벤이 ‘운명이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하여 ‘운명’이라고 불렸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베토벤이 그렇게 말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그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어서 학술적인 책에서는 운명이라고 적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경우 저자가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된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2악장까지만 쓰여진 이 악보가 발견된 이후 미완의 이유를 찾으려는 연구가 많았는데 아래 다섯가지 설 중에 저자는 3번과 4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1. 실연설: 카롤리네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2. 베로벤설: 베토벤이 들어 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지나치게 바빠서 설: 중간까지 작곡했지만 오페라 작곡 등의 의뢰가 들어와서 도중에 그만두었다.

4. 중병설: 병이 나서 중단한 데다 투병 생활 동안은 작곡할 마

음이 들지 않았다.

5. 트러블설: 친했던 휘텐브레너 형제와 어떠한 트러블이 발생하면서 그들에 대한 의리로 작곡했던 이 곡을 더 이상 작곡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도중에 그만두었다

이 외에 예술적 이유가 있는데, 2악장까지의 완성도가 높아서 그에 걸맞은 3,4악장을 생각할 수 없었다는 설이 자주 언급된다. 즉 ‘미완성 교향곡’은 예술적으로는 미완성이 아니라 훌륭하게 완성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보통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클래식 음악은 듣던 곡 위주로 듣는다. 연주자나 지휘자를 바꿔 들으며 특정 부분의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한 두 번정도 밖에 안 들은 것 같다. 베를리오즈의 생애와 사랑을 흥미롭게 읽으면서 ‘환상 교향곡’을 배경음악처럼 틀었다. 들어보니 2악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인 곡이었고 4악장과 5악장은 낯설었다.

이렇게 해당 교향곡을 들으면서 읽으면 작곡가와 곡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한 곡을 정해 다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는 것도 색다른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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