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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급식 탈출 ㅣ 소원라이트나우 6
강리오 지음 / 소원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재동중학교 예준은 학원도 안 다니면서 전교 1등이다. 국밥집을 하는 아빠와 단둘이 사는 예준은 아빠에게 곰살맞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는 딸이 아니다. 예준에게 마음의 안식과 에너지를 주는 것은 포니 제과점의 포니쿠키다. 그런데 먹고 싶은대로 사먹을 돈이 없는 예준은 포니쿠키를 훔치기에 이르고, 점점 그것을 먹지 못하면 수학 문제를 풀 수 없게 된다.
뭔가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인 현대 사회, 어른들은 술과 담배에, 아이들은 게임과 스마트폰에. 아, 스마트폰 중독은 애어른 할 것 없이 빠져 산다. 중독은 결핍에서 오는 욕망이 제어할 수 없어 극대화된 상태이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면 중독이 아니다. 자신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조절이 안 되는 것이다. 예준은 포니쿠키에 의지하는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식탐과 도벽, 이중 중독에 빠져버린 것이다.
항상 바쁘고 피곤한 아빠를 위해, 명문고인 재동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전교 1등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강박. 이것이 예준을 중독 상태로 몰고 갔다. 물론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예준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준도 점점 의문에 빠진다.
‘시키는 대로, 정해진 대로 하면 정말 다 되는 것일까?’
재동고에 가기 위해 자신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은 어른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노선을 이탈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행동이었다. 그 마지막 스펙으로 얹어야 할 것은 교내 급식 공모전에서 1등을 하는 것이다. 상금 50만원의 2분의 1은 포니쿠키를 마음껏 사먹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은 예준에게 부상이 틀림없었다. 이를 가능하게 할 제안을 전교회장 슬후가 던진다. 예준에게 같이 참여하자고 하며 둘이 하면 당연히 1등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청소년 소설 <불량 급식 탈출>은 예준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면서 푹 빠져들게 만든다. 예준이가 어서 중독에서 벗어나길 바랐다가, 꿋꿋이 버티며 혼자 공부하는 것을 응원해주고, 친구 소진이나 아빠에게 다 털어놓아 마음이 편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예준이 급식 공모전을 통해 학교의 비리를 밝히려고 할 때는 중학생이 과연? 하는 우려보다 예준이라면 분명 해낼 거라는 믿음이 컸다. 착실한 모범생은 시키는 대로 걸어온 길이었고 이제부터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걷겠다는 작심을 예준은 행동으로 옮겼다. 전자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면 후자는 학생들 전체를 위한 것이며 우리 사회의 부정의에 반기를 드는 행동이다.
먹거리에 장난질을 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도 말 할 수 있다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나서는 예준에게 박수 쳐주고 싶다. 청소년 독자들에게 예준은 뜨거운 공감의 주인공이 될 듯싶다. 그간 만나온 소설 속 주인공 중 이토록 극과 극인 요소가 공존한 캐릭터가 있었을까. 상실과 결핍으로 인한 식탐과 도벽,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 사회가 원하는 모범생의 길로 주욱 걸어나갈 수 있었으나 잘못된 것을 보고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예준은 매력적인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청소년 독자들은 예준을 보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투영해볼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떤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 소설 속 어른들도 청소년 독자들에게 반면교사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 아이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교장선생, 예준의 잘못된 행동을 알고도 기다려준 포니제과점 사장을 보면서 자신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 살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 이러이러한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덮으면 좋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