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 국가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비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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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저자 윤비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초청 장학생으로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훔볼트대학교에서 고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의 정치사상을 강의하고,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성균관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며, 현재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주목받는 정치학자로, 파리 고등사회과학원과 뉴욕대 레마르크 연구소, 에를랑겐-뉘른베르크 국제 인문사회 컨소시엄 등 여러 해외 연구기관의 초청을 받았다. 저자는 글로벌한 사람같다.

오늘날 국가는 국방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토머스 홉스는 국가를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에 비유했지만, 그것이 정말 괴물이 될지 아니면 선한 수호신이 될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에 달려있다. 권력이 시민의 감사와 견제를 벗어나는 순간, 국가는 언제든 ‘위험한’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 민주주의만이 국가를 통제할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세계 민주주의 쇠락과 그 풍랑 속에 갇힌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다시금 왜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지금의 한계를 넘어 질적으로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국가,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관심과 의견,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국가의 정치와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이런 다양한 목소리에 고르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공동체는 분열되고, 궁극적으로는 붕괴에 이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국가는 기업 조직과 다르며, 기업처럼 운영될 수 없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하여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국가를 그렇게 운영한다면 전체 공동체는 크고 작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국가는 모든 사람들이 부당하게 억압받거나 차별받지 않고,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이해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유, 공정, 연대는 단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국가를 국가답게 만드는 핵심 가치다.



민주주의가 권력의 폭주를 막고 억압과 독점을 대신하여 세우려는 것은 자유와 공정이다. 여기서 자유와 공정은 단지 정치적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차별 없이 참여할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정치적 권리를 통해 사회 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부당하게 이익을 얻거나 불이익을 당하거나, 혹은 서로 속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때로 민주주의 없이도 사회∙경제적인 공정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변덕스러운 대중보다 선택받고 훈련된 엘리트들이 훨씬 더 공정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없이 공정하고 그래서 살 만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호언장담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현실이 되어본 일이 없다. 박정희 정권의 과오는 이를 잘 보여준다. 박정희 정권의 문제점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데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의 경제 발전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비록 권위주의적이었지만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공업화를 추진함으로써 국가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추상적인 민주주의 가치와 손에 잡히는 경제 발전 성과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매우 황당한 논쟁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이야기했듯, 박정희가 무너뜨린 민주주의의 가치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박정희 권위주의는 수출과 산업화 그리고 극단적인 반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다른 의견이나 이해를 표현하고 실현할 기회를 차단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자유와 공정이 크게 침해되었고, 심각한 기회를 부조화와 불균형이 자리 잡았다.

역사는 어떤 국가도 그런 부조화와 불균형을 장기적으로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박정희 정권은 한국 사회를 심각하게 분열시켰고, 그 후유증은 그가 사망한 지 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곳곳에 남아 있다. 전두환의 신군부가 벌인 잔혹한 진압에 가려 잘 이야기되지 않지만, 19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비극의 원인은 정권 유지를 위해 광범위한 시민들의 정치 권리를 박탈하고 지역 간 대립을 부추긴 박정희 정권에 있다.

만약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가 10년만 더 지속되었다면, 한국 사회는 총을 든 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대립과 충돌에 빠져 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는 그나마 이룩한 경제 발전의 성과마저 갉아먹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큰 성과를 가져오는 대통령은 아직도 없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계를 다니면서 많은 성과를 냈는데 비상계엄을 했다고 날려버리는 비상계엄무지성때문에 답답하다.



반세기 전 박정희가 꿈꾸었던 발전 모델을 오늘날 다시 추진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과거 중국의 정치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현재 중국 국민들의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때, 정치 참여의 문을 개방하면 오히려 혼란이 발생하고 국가 공동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중국 특수론’을 내세우곤 했다. 이후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한편, 좌익 포퓰리즘의 득세로 미국과 유럽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을 ‘능력주의’ 국가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중국 공산당은 엄격한 선발과정과 장기간의 교육 및 훈련과정을 통해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엘리트들을 양성하며, 이들이 중국의 사회∙경제적으로 공정한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중국 사회 전반에 걸친 극심한 불평등과 부패, 비효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반세기 전 한국에서처럼 박정희식 발전 모델이 중국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특권과 부패를 멀리하고 공동체의 사회적∙경제적 자유와 공정을 위해 헌신하는 엘리트의 지배라는 이념은 한때 플라톤이 ‘수호자’ 개념으로 구상했지만, 결국 자유주의 시대에 와서 포기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통제라는 원칙으로 대체되었다. 박정희식 모델은 대한민국에서만 박정희가 잘해서 성공하는 것이지 중국은 성공 못할거다.

서구의 ‘지혜’가 중국을 포함한 어느 사회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성장의 열쇠일 뿐 아니라 공동체를 통합하는 근본적인 토대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요인들을 대의제 붕괴, 내각제 강화, 진연논리의 확산, 관료조직의 과도한 영향력과 일탈 등이 그 주요원이다. 물론 이외에도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으며, 이들은 때론 개별적으로, 때로는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친다.

국가들의 쇠퇴와 몰락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거울이 될 수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다. 세게에서 우리나라를 좌파가 집권하면 베네수엘라가 된다는 얘기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좌파 권위주의의 등장, 그 안에서 여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패의 사슬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베네수엘라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지지하는 언론이나 학자, 정치인들때문이다. 그들은 베네수엘라를 국유화와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국가를 망쳤다. 좌익 포퓰리즘의 사채는 그렇게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경제시스템의 전면적 붕괴였다.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9년,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월 7달러에 불과해 겨우 4일을 버틸 수준이었다. 생필품은 물론 기본 의약품마저 부족해 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2024년에도 전체 인구의 82퍼센트가 빈곤상태에 있고, 53퍼센트는 극빈층에 속한다. 이렇게 경제가 붕괴되면서 사회인프라도 심각하게 붕괴되었다. 무엇보다 치안이 무너져서 갱단이 판을 치고 공권력이 이를 누르기는커녕 함께 공모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경제 정책도 이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민주주의와 경제는 같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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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 국가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비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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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를 원해서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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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바꾸는 치트키, 나어너어
김나라.김희원.권요셉 지음 / 박영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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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관계는 말로 하는 거라서 말과 의사소통이 너무 중요한 것 같다. 서로 말을 잘하는 걸 항상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저자는 김나라, 김희원, 권요셉이다. 저자 김나라는 연애 IT 기업 럽디㈜의 창업자이자 대표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태어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회사를 설립하였다. 현재는 커플 또는 부부의 갈등 중재, 이혼과 이별 문제, 부모와 자녀의 갈등, 중재뿐 아니라, AI를 활용한 상담, 저출산 및 인구 소멸 지역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으며, 연구원들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저자 김희원은 2010년 공군 인트라넷에 연재한 인기 연애 웹툰 「17171771」을 통해 본인의 연애 비법을 담아내었다. 완결 후에도 독자들로부터 팬레터를 빙자한 연애 상담 매일이 쇄도 하였고, 그들을 상담해 주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성숙한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투르고 잘못된 연애로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이 넘나 많다는 사실, 심지어 서툴러서 깨지게 된 관계는 죽음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의 한마디에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는 사실에 큰 사명감이 생겨나 버렸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지금의 남편 김나라와 연애 IT기업 럽디를 창업하였다. 현재 럽디의 공동 대표이자 CCO이며, 유튜브, 블로그, VOD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갈등 없이 행복한 연애를 위한 지식을 전파하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저자 권요셉은 인하대학교 대학원 인문융합치료학과에서 ‘리캉의 분석가 담화’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류분석 슈퍼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학교에서 정신분석과 연극치료를 가르치며 럽디의 연구원으로 사랑과 공존을 위한 인간 심리와 갈등 중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리캉을 둘러싼 인문학』『나는 왜 불안한 사랑을 하는가』 『호모 내러티쿠스』 『유목적 주제』가있고, 정신분석과 이혼, 갈등 중재 관련 논문이 다수다.

나어너어는 나전달법의 한계와 공감화법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만들었다. 나전달법과 공감화법이 모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전달법은 교육자 및 양육자를 중심으로, 공감화법은 상담사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일상에서 부부나 연인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갈등 중재를 위한 화법으로 가장 오래 연구하고 널리 알려진 화법이 공감화법이다. 나전달과 공감화법은 서로 다른 철학을 갖고,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어너어는 상호성이라고 하는 같은 철학과 갈등 중재라고 하는 같은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화법이고 깊게 들어가 보면 방법론에 있어서 미비한 차이 외에는 대체로 비슷하다. 공감은 19세기 말에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연구되기에 앞서서 감정이입이라는 단어가 먼저 등장했다. 감정이입이라는 단어는 독일의 철학자 로베르트 피셔가 자신의 박사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 이후 감정이입은 19세기 후반 심리학과 미학에서 동시에 주목받는 단어가 되었다. 초기 학자들은 감정이입을 공감이라는 단어와 뚜렷이 구별하지 않고 사용했다.

에드워드 티치너가 처음으로 공감이란 타자를 이해하고 타자와 비슷한 기분을 경험하는 심적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초기에는 ‘감정이입’과 ‘공감’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사용했지만, 점차 ‘감정이입’과 ‘공감’을 다른 의미로 활용되었다. 감정이입이 심정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라면 공감을 다르더라도 타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이 신체적인 반응이라면 공감은 지적인 반응이다. 공감을 위해 립스가 취한 방법은 타자의 입장이나 상황에 나 자신을 투사한 후 나의 심적 상태가 어떠할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공감화법은 타자의 상황을 읽어주고 자기가 그 상황에 처했을 때 느꼈을 생각과 감정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 중심 화법에서는 자기의 입장에서 말을 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상대의 입장에서 자기를 투사해서 생각하거나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은 연극치료의 역할교대나 미술치료, 문학치료의 투사적 기법들에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다양한 예술치료의 투사기법에서 활용하고 있다. 또한 1940년대 인간중심상담을 창시한 칼로저스는 립스의 ‘공감적 이해’ 개념을 자신의 심리학에 접목해서 발전시켰다. 칼로저스는 “공감은 다른 사람의 내적인 준거틀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이 갖고 있는 감정적인 요소와 거기에 관련된 의미를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지각하는 상태”라고 말하며 립스의 의견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칼로저스와 공감적 이해 개념은 일상 대화에서의 가능성에 대해서 여러 실험을 진행했으나 지금은 상담사들의 언어로 정착했다. 심리학자이자 뇌 과학자인 다니엘 골먼은 1970년대에 감정지능 개념을 연구했다. 공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일종의 지능 혹은 능력으로 보는 관점이다. 감정지능은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는 개인의 능력으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통제하고 여러 종류의 감정들을 인지하는 개인의 능력으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통제하고 여러 종류의 감정들을 인지하는 개인의 능력으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통제하고 여러 종류의 감정들을 잘 변별하여 공감을 위한 행동을 수행한다.

다니엘 골먼과 함께 수십년 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이 감정지능을 연구해 왔고,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정지능을 갖춘 사람은 더 정신건강 상태가 좋고, 관계가 원활하며,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정지능을 갖춘 사람은 더 정신적으로 상태가 좋고, 관계가 원활하며, 업무 수행 능력도 좋다. 감정지능은 다섯 가지 구조로 나타난다. 자기인식, 자기조절, 사회적 대인관계 기술, 감정이입, 동기화이다. 이러한 감정지능의 요소들은 정서역량을 배우기 위한 잠재력이고, 타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실제로 활용되는 정서역량은 감정수용-감정사용- 감정이해- 감정관리 능력이다.

감정수용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능력으로 다른 모든 감정 정보의 처리를 가능하게 만든다. 공감화법이 “너”로 시작하는 화법이라면 나전달법은 “나는”으로 시작하는 화법이다. 나전달법은 나의 감정을, 공감화법은 너의 감정을 말하거나 읽어준다. 나전달법을 강조하는 한 유명한 강사가 유튜브에 나와서 공감화법을 비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요지는 상대의 감정을 읽는 건 불가능하는 것이었다. 그 강사는 심리학을 기반으로 화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화법을 구사했다.

나전달법과 공감화법은 각각의 강점과 한계가 있다. 나전달법은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자기와 타자를 적절히 경계 짓고 만들어지지 않게 하거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혹은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이렇게 나전달법은 심화된 갈등에 대해서 자기의 경계 안에서만 표현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고, 공감화법은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지만 결국 자기 안에 투사된 부분에 한정이 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오는 화법을 연구하는 다양한 학자들이 나타났고 각각의 영역에서 해당 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도출했다.

나전달법과 공감화법의 강점을 살리고 한계를 극복한 화법을 연구한 대표적 분야가 감정코칭, 비폭력 대화, 부모역할훈련 등이다. 비폭력 대화는 연민이라는 감정이 인간 누구에게나 있다고 가정한다. 연민은 나도 언제나 타자와 동일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감정으로 연결감의 핵심이 되는 감정이다. 연민이 연결감을 갖게 하기 때문에 대화에서는 연민을 통한 연결감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결감을 막는 장애물이 있는데, 그건 ①공감 없는 조언,②자의적인 진단, ③부정적인 것을 바로잡기, ④비하하며 위로하기, ⑤무시하기,⑥감정의 흐름 중지하기, ⑦동정하기, ⑧심문하기, ⑨평가하기, ⑩말자르기가 있다.



비폭력 대화는 연결감을 통해 연민을 확장하는 대화 방법으로 ‘관찰-느낌-욕구-부탁’의 순서로 말하도록 한다. 현재 나어너어가 장장 많이 활용되는 대상은 이혼한 부부, 헤어진 연인들을 다시 만나게 하는 재회 분야이다. 현재 저자와 회사가 하는 일은 연애상담, 부부 이혼 및 갈등 중재, 재회상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저자와 회사의 최종 목표는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안아주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이 자녀 교육에 좋다고 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으로 부부 관계가 좋아야 하고 부부관계가 좋기 위해서는 연애를 잘해야 한다.

부부가 되고 나면 연애를 중지하고 남남이 되는 괴이한 현상으로부터 가정을 지키는 방법은 부부가 되고 나서도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다. 부부가 되어서도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데이트로 가끔 만나던 연인이 매일 얼굴 보고 함께 모든 걸 해야 하는 부부가 되면 화법이 바뀐다. 아니, 바뀌는 게 아니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가끔 만날 때는 최대한 자기의 좋은 면만을 드러내다가 결혼하고 나면 일상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 원래의 언어를 드러낸다.

그리고 부부생할이 시작되면서 연애가 끝난다. 어떻게 대화해야 갈등이 없고 연애감정을 지속할 수 있을지 알려준다면 단지 연애에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연애유지와 모솔탈출 상담에서도 나어너어가 상당한 영향력을 보인다. 또한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찾는다는 의미에서 잠재적 가족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고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매력적이다. 물론 모솔탈출 상담의 경우는 화법 외에도 교정하고 배워야 하는 영역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나중에 연애에 성공하고 나서 가장 끌렸던 부분을 들어보면 ‘대화가 잘 통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연애와 가정생활에 있어서 화법은 중요하다. 사람은 심적 상태에 대해서 알기 어렵다. 자기 마음을 알기도 어려워서, 마음 챙김이나 감정과 가짜로 포장하는 라켓감정을 구분해서, 라켓감정을 버리고 진짜 자기감정을 발견감정을 구분하고, 자기감정으로부터 벗어나는 상담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기감정을 찾는 것도 여러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정신 분석 라캉은 담화이론을 통해 타자의 마음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행위자가 타자에게 진실을 온전히 전할 가능성은 없고, 행위자의 진실을 타자가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나어너어는 끓임없는 공부해야 하는 언어분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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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세팅법 -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한
송영욱 지음 / 새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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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들어서 드는 생각은 돈걱정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미리 공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송영욱은 은행∙보험사∙증권사를 두루 경험하며 20년간 1만 여명의 고객의 만나 자산관리와 노후설계의 전문성을 쌓아온 베테랑 금융전문가다. 그의 커리어 여정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40대 초반 투자 실패로 그간 벌어놓았던 돈을 몽땅 잃었다.

저자는 집도 팔고,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다. 무직 기간의 고통과 투자 실패로 인한 상실감, 많지 않은 퇴직금의 한계를 직접 체험하며, 직장의 진정한 의미와 꾸준한 자산관리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40대 중반, 늦은 나이에 다시 취업을 성공하면서 ‘절실하게 두드려야 비로소 문이 열린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재도약한 그는 효과적인 자산관리와 은퇴준비에 대한 노하우를 전파해왔다. 월급세팅법, 노후세팅법, 연금세팅법, 지출세팅법을 토대로 한 그의 강의와 교육은 수많은 직장인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며 호평 받고 있다.

현재 그는 금융투자협회에서 펀드∙증권∙파생상품 관련 직무활동중이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한국거래소 EXPO, 중소 기업연수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직장인과 은퇴 예정자를 대상으로 자산관리 및 노후준비 강좌를 맡아 왔다. 한국경제 TV, MBN, KBS 라디오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 신뢰를 쌓았고, 직장인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월급세팅법, ‘샐러리맨 부자 만들기’ 외 20여권의 책도 출간했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 ‘송영욱TV’를 운영하며 금융기관 20년 경험으로 쌓은 재테크 노하우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요즘 은퇴 예정자들을 착각하게 하는 기사 제목들이 많다. “통장에 11억있으신지....억 소리 나는 노후생활비”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내 통장에 11억은커녕 1억도 없는데...평범한 직장인도 10억 들고 은퇴한다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아직 10억도 못 모은 나는 평범한 직장인도 못 되는 건가?’ 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집+현금이 20-30억 있어야 은퇴 가능하다”라는 커뮤니티 글도 있다. 이 글대로라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90%이상은 죽을 때까지 은퇴하지 못할 것이다. 통장에 11억이 없어도, 아직 10억을 모아놓지 못했어도, 집+현금이 20-30억이 되지 않아도 노후준비가 안 되었다고 낙망할 필요가 없다.



은퇴가 가까울수록 노후 걱정을 하시는 사람이 많다. 저자의 지인 중에 10년 전부터 은퇴 후를 많이 걱정하던 사람이 있었다. 얼마 전 퇴직을 하여 만났는데, 아직도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을 봤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물었더니 “그게 걱정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걱정만 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이젠 걱정 그만하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하나씩 실행해본다. 그리하면 돈 걱정 없는 노후가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다.

노후가 되면 아무래도 활발하게 소득활동을 할 때보다는 생활비가 줄어든다. 자녀들도 커서 독립하게 되고, 자신의 사회활동도 적어지므로 품위유지비, 경조사비 등도 줄어든다. 하지만 노후 생활비는 사람마다 생활수준과 소비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노후 생활비는 노후 ‘최소’ 생활비와 노후 ‘적정’ 생활비로 구분하여 체크할 필요가 있다. 노후 최소생활비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상태에서 ‘최저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반면 노후 적정 생활비는 특별한 질병 없이 건강한 노년을 가정할 때‘표준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노후 적정 생활비(부부기준)는 330만 원정도이다. 물론 이것은 통계일 뿐이다. 적정생활비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실제 자신의 은퇴설계를 하는 경우, 노후 적정생활비는 300만 원 기준으로 하되, 자신의 재정상황과 소비성향을 반영하여 가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노후준비가 잘되어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8%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직 노후준비가 잘되어 있다고 답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우선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노후목표자금을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



노후준비의 시작은 월급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다. 직장인이라면 월급관리만 잘해도 돈 걱정 없는 노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다. 월급날 기뻐야 하는데 오히려 슬픈 것을 왜일까? 통장에 월급 들어오기 무섭게 카드대금, 대출이자가 빠져나가고 나면 찾을 돈이 별로 없다. 대출금리 오른다고 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직장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직장인들도 부자를 꿈꾼다. 하지만 월급으로는 막막하기만 하다. 자신의 돈이 확 불어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다.

돈을 모으고 불리고 부자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부자가 되겠다는 ‘의지’보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나 돈을 모으고 싶은 ‘의지’도 있다. 돈을 불리고 싶은 ‘의지’도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의지’도 있다. 그런데 이루지 못한 이유는 돈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월급세팅’에 해답이 있다. 월급세팅이란 수입 투자 지출의 비중을 미리 정하고, 정한 대로 실행하는 자산 증식 시스템이다.

월급세팅은 돈을 모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월급세팅을 만들어 실행해 봐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점점 둔화하고,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그토록 많은 돈을 명품에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국인의 명품 소비 성향을 ‘과시적 소비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더 높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명품을 선택하다 보니까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넘어선 명품소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시욕 SNS를 통해 더 확산되는 듯하다.

만약 SNS가 없다면 명품을 과시해 봐야 고작 주변의 몇몇 지인을 대상으로 할 뿐이다. 하지만 SNS를 이용하면 시공간을 넘어서 과시의 범위와 대상이 현저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명품소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고, 명품소비로 자신의 가치와 행복을 느낀다면, 그건 그들의 자유영역이다. 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명품소비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과거 저자의 고객이었던 B씨는 명품을 좋아했는데 자기 월급의 3배 이상 되는 명품을 사곤 했다.

적립식 펀드투자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명품사는 데 다 써버렸다. 월급이 꽤 많은 대기업 직원이었음에도 카드 돌려막기를 해야 할 만큼 빠듯하게 생활하면서도 명품소비를 계속하는 것을 봤다. 그는 온갖 명품의 장점들을 얘기하고, 인스타에 올리며 즐거워했지만, 저자는 오히려 안타까웠다. 마치 낮은 자존감을 명품으로 과시욕으로 감추는 것 같았다. 노후에 대표적인 소득은 연금소득이다. 연금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방법이 있다.

국민 연금은 종합소득세로 과세하고, 퇴직연금은 퇴직소득세로 과세하고, 개인연금은 연금소득세로 과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동안에는 ‘비과세’에 주지만, 연금 개시 시점이 되어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면 ‘과세’ 한다. 국민연금소득은 종합과세 대상으로 ‘종합소득세’로 과세한다.

직장생할만 했다면 연말정산으로 ‘근로소득만 과세’만 했기 때문에 ‘종합과세’가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근로소득 과세는 1년간 근로소득에 대하여만 세금을 내면 된다. 종합과세는 1년간의 모든 소득을 ‘합산’하므로 과세대상 금액이 많아지고, 과세 대상금액이 높아지면 세율도 높아진다. 국민연금의 연금액은 종합과세 대상에 해당해 다른 소득과 합산하여 세금을 부과하므로 세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까 명품에 관심 갖지 말고 쓸데없는데 돈 쓰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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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를 만나다 - 구토 나는 세상, 혐오의 시대
백숭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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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르트르에 대한 얘기는 그의 철학과 연애에 대해서 많이 들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사르트르하면 게약 연애가 바로 딱 생각이 난다. 저자 백승기는 서울대에서 박사 학의를 받았다. 출판사 단행본 편집장, 신문사 편집장, 연구 집단 단장 등을 거쳐 전문 작가로 활동하며 현재 여러 대학에서 철학과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문사철로 묶인 여러 주제로 다종다양한 집필과 강연을 통해 책과 독자를 연결하고, 때로는 저자를 대중 앞에 소환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다.

에세이스트와 저널리스트의 경계에서 새로운 저자들을 만나고 사귀고 대화하는 일을 사랑하며, 문장 속에 사라져간 작가와 이야기꾼을 도반 삼아 다행히 지금까지 죽지 않고 글밥을 먹으며 지낸다. 글 속에 인생이 있고 책 속에 답이 있다는 순진한 믿음을 붙들며 별내 작업실에서 오늘도 열심히 자판을 두들긴다. 저자는 몇권의 저서와 몇권의 역서가 있다. ‘데칸쇼’는 데카르트와 칸트, 쇼펜하우어를 지칭하는 줄임말이다. 자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통기타를 친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너 로망스 칠 줄 알아?” 라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 책 좀 읽었다 하면 대번 “너 데칸쇼는 읽어봤어?”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철학’하면 데카르트와 칸트, 쇼펜하우어는 기본으로 깔고 간다는 의식이 작동한 셈이다. 그만큼 세 철학자는 한국인에게 서양 철학의 전형이자 대표격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가 쇼펜하우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허락된 최고의 삶이란 기껏해야 목표를 향해 평생 노력하고, 성취를 했더라도 만족감이 덧없이 사라지고 마는 삶이다.” 사회 초년생이 쇼펜하우어의 이 말을 듣고 위로받을 수 있을까? “인생이 고통이다.” “친구를 적게 사귀고 되도록 먼저 손절하라.”사랑에 속고 사람에 속아 고통 가운데 아파하는 이들이 쇼펜하우어의 이런 인생 조언에서 과연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다가 도리어 외로워지는 건 세상이 꼭 그의 조언처럼 흘러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혐오의 시대, 사르트르는 인간 존재의 근본 조건으로서 ‘자유’와 ‘책임’을 강조한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세상에서 아무런 예고 없이 ‘내던져진 존재’라고 고발한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사전 허락을 받았다거나 동의를 구하는 말을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때, 그 삶의 편린을 ‘자유’라는 씨실과 ‘선택’이라는 날실로 엮어낼 때, 비로소 자신이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사르트르는 공허한 인생의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 채워나가는 거라고 우리에게 조언했다.



사르트르하면 소설 『구토』가 떠오른다. 저자는 사르트르를 『구토』로 처음 만났다. 모든 소설이 그렇겠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로캉탱은 어쩌면 작가 사르트르의 분신일지 모른다. 나아가 로캉탱은 지금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일지 모른다. 이유와 명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자기 로캉탱처럼 원인 모를 구토를 하고 싶은지 모른다. 구토는 생각만해도 속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사르트르는 우리가 부조리한 현실을 보고 구토를 느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이 이렇게 엉망인데 속이 뒤집히고 쓴 물이 올라오지 않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철학은 무의미에 쌓여 스스로 자기 살해의 전형을 짊어진 오이디푸스가 되지 말고, 숨 가쁘게 삶의 여백을 채워가며 운명을 거스르는 프로메테우스가 되라고 말한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철학을 소개하려는 의도는 띠고 있지만, 사르트르의 모든 사상을 다 설명하지는 않는다. 철학과 문학은 모두 담을 수 없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의 철학에 담긴 고갱이는 충실하게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 받았다” 우린 얼마나 자유롭고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이 구호는 훗날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모든 자유주의 국가의 이념이자 헌법 정신이 되었다. 프랑스가 선물했다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상징이자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랜드마크가 되었고, ‘모든 땅,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공표하라’는 글귀가 아로 새겨진 자유의 종은 미국을 넘어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세계 만국 만인의 상징이 되었다.

인류 근대사가 이토록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갈구했던 시간으로 점철된 것은 인간이 그만큼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은 삶에서 자유와 평등, 박애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다. 대낮에 등불을 손에 쥐고 ‘한 사람’을 찾았다는 주정뱅이 디오니소스처럼.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노래가 있다. 시인과 촌장의 리더 하덕규가 작사 작곡한 노래 「자유」라는 노래가 있다. “껍질 속에서 살았네, 네 어린 영혼, 껍질이 난지 내가 껍질인지도 모르고,” 헤르만 헤세 『데미안』을 인용한 것 같은 노래이다.

저자가 노래를 듣다 보니 놀랍게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를 만난 뒤 나는 알았네, 내가 애타게 찾던 게 뭔지, 그를 만난 뒤 나는 알았네, 내가 목마르게 찾았던 자유” 이어 후렴으로 ‘자유’를 열두 번 외치며 노래는 끝난다. 자유라는 ‘선고’를 받았으니까, ‘그’는 신일까, 아니면 자기 자신일까,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익명의 제삼자일까? 진정 자유를 얻으려면 자신은 누구를 찾고 만나야 할까?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에이리언’프리퀼 시리즈의 사막을 알리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 커버넌트」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 ‘데이비드’ 가 나온다.

데이비드는 그때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지식을 습득한 상태였고, 가공할 학습 능력 덕분에 앞으로도 새로운 지식을 무한히 빨아들일 수 있다. 영화는 안드로이드를 직접 만든 창조주 피터 웨이랜드 회장과 눈 뜬지 얼마되지 않은 피조물 데이비드의 대화로 시작한다. 웨이랜드 회장은 뿌듯한 눈으로 데이비드를 바라보며, “너는 나의 피조물 이다”라고 선언한다. 데이비드는 방 한 가운데 서 있는 , 미켈란젤로가 1504년 완성한 회백색 다비드 조각상을 보고는 자기 이름을 ‘데이비드’로 짓는 순발력을 보여준다.

그는 대화부터 걸음걸이, 피아노연주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이른 바 신인류의 탄생이다.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부분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이어진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 사이의 사뭇 진지하고 철학적인 대화였다. ‘아들’ 데이비드는 ‘아비’ 웨이렌드에게 정색하며 묻는다. “만약 당신이 나를 창조 했다면, 당신은 누가 창조했나요?”의외로 훅 들어온 질문에 마땅한 답변이 궁색했던 웨이랜드는 ‘내 생각에 인간은 우연히 존재하지 않으며 분명 숨은 기원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나와 함께 탐색해보자.’고 말끝을 얼버무린다.

인간의 감질나고 옹색한 답변에 만족하지 못한 데이비드는 되묻는다. “나를 만든 창조주는 당신이데, 당신은 여전히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왜 당신은 줄곧 안 죽을까?” 인간의 존재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1970년 분자생물학자 자크 모노는 『우연과 필연』에서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우연과 필연의 합작으로 설명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 세상에 우연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다른 두 개의 해바라기가 꽂혀 있는 화병에서 반 고흐를 떠올렸다. 갑자기 고흐가 생전에 곁에 두고 즐겨 마셨다는 압생트의 쑥향이 코끝까지 느껴졌다. 후각은 시각보다 판타지에 더 가깝다. 갑자기 눈앞 광경이 확 바뀌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 펼쳐졌다. 청년은 철학적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죽음이 두려운 그대에게 “우리는 자유를 그만둘 자유가 없다”

아버지는 당뇨로 먼저 다리를 잃더니 3년 전 멀쩡하던 눈도 보이지 않는 사태에 직면하고서야 겨우 술을 끓었다. 아버지는 동네에서 호인이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주당이었다.

대체 어디에다 그렇게 대폿잔을 기울일 친구들을 잘도 숨겨두었는지 하루가 멀다고 술친구를 만났고, 매일 밤이면 거나하게 술에 만취한 모습으로 비틀비틀 집에 기어들어 오셨다. 아버지도 생전에 할아버지가 고주망태로 술독에 빠져 사시다가 칠월 칠석 불어난 물이 들어찬 논두렁에 머리를 박고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부전자전이라고 하던가, 술 좀 작작마시라는 어머니의 애원에도 아버지는 자고로 강호무림 영웅호걸치고 술과 여자 싫다는 인간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늘어놓았다.

아버지는 영웅도 호걸도 아닌, 그냥 술만 좋아하신 건데도 말이다. 막 군대에서 전역하고 이틀 뒤 찾아간 고향 집에서 저자는 병석의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아버지 얼굴은 시뻘겋다 못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올챙이배처럼 복수가 가득 찼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아버지의 육신과 구명을 서서히 집어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딱 일주일, 울고불고할 새도 없이 그렇게 손도 써보지 못하고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생전에 하도 어머니 속을 썩여서 저자는 아버지의 주검이 고집스럽게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자 이유 모를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 주책없는 눈물이었다. 그건 어쩌면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일지 모른다. 저자가 술과 공모해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어쩌면 그날 납골당은 부친살해의 역사적 범행 현장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담배를 언젠가는 끓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흡연이라는 게 입을 크게 벌리고 바퀴벌레 잡는 에프킬라를 1분간 분사하는 것과 같다는 모 금연 강사의 협박을 들었을 때 1도 타격받지 않았던 청년은 ‘흡연은 파괴적인 소유’라는 사르트르의 한마디에 온 몸이 고드름처럼 와그작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니코틴을 상습적으로 즐기지만 그렇다고 담배와 하나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벽시계의 노닥거리는 초침을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과 불가항력적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끝까지 읽는건지도 모른다. 이 책은 사르트르라는 철학자를 만나서 왠지 재미없을거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의외로 아주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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